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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남성 가사분담률 꼴찌 수준"…사실일까?

입력 2015-01-08 22:13 수정 2016-09-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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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사분담에 대한 얘기입니다. 남성분들 이야기 들으셨는데요, 어제(7일) 한국 남성들의 가사분담률이 세계적으로 꼴찌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종일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기사마다 댓글이 수천개가 달렸다고 하는데요. "무슨 소리냐 그 정도는 아니다" 하는 남성분들의 항변이 제일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내용 짚어볼 텐데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김필규 기자, 조사 내용부터 간단하게 들어볼까요?

[기자]

통계청에서 매년 한국의 사회동향이란 것을 발표하는데, 이중에 '가족내 역할분담'이라는 내용이 다시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겁니다.

내용을 좀 살펴보면요, '집에서 식사 준비를 누가 주로 하느냐'라는 질문에 '부부가 공평하게 한다'고 답한 비율이 한국은 9.3%였습니다.

30%가 넘는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 비해선 훨씬 적은 수치고, 일본, 대만에 이어 뒤에서 3번째입니다.

세탁을 부부가 공평하게 한다는 응답도 한국은 8.8%. 20% 수준인 영국, 스웨덴과는 차이가 큽니다.

또 '아픈 가족이 있을 경우 누가 주로 돌보느냐'는 질문에서도, 공평하게 한다는 대답은 31%. 뒤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그 밖에 장보기, 집안청소 같은 항목도 있었는데, 역시 한국은 하위권이었습니다.

[앵커]

어제 뜨거웠던 것이, 여기에 반론을 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반론들을 하시던가요?

[기자]

말씀하셨던 것처럼 기사마다 댓글이 천몇백개씩 달렸는데요, 일단 너무 감정적인 것은 빼고 몇 개 추려 왔습니다.

"어제도 내가 설거지하고 출근했다" "밥은 내가 알아서 차려 먹고, 분리수거나 청소도 내가 한다" 이런 반응이 많았고, 또 북유럽과 비교한 것에 대해선 "그 나라 여성의 사회진출 비율도 함께 따져봐야지, 그냥 이런 내용을 기사화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변도 있었습니다.

[앵커]

저 마지막 이야기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아무래도 북유럽 쪽이 맞벌이 비율이 더 높을 테니 가사분담률도 좀 높지 않겠느냐, 직접 비교하지 마라 그런 얘기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부분 실제로 확인해 봤는데요, 우리나라 맞벌이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게 맞습니다.

핀란드나 영국, 미국의 경우 맞벌이 비율이 60%를 넘었고, OECD 평균이 57%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비율은 43% 정도니까요, 이 대목에서 가사 분담률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셈인 거죠.

[앵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 젊은 세대일 수록 맞벌이인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요. 젊은 세대로 내려가면 가사분담률도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 그래서 주로 젊은 남편들이 어제 흥분했던 것 아닐까요?

[기자]

사실 저도 납득하기 힘든 남성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저건 아마 20대 이상의 모든 부부, 그러니까 50대, 60대 이상 부부까지 다 합쳤기 때문에 저런 결과가 나왔을 거다 생각해서, 원 자료를 뒤지고 뒤져서 연령별 통계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원래 집안청소를 남녀 공평하게 한다는 비율이 평균 19.7%로 필리핀, 멕시코 다음으로 하위권이었는데, 한국 30대 부부의 경우 19.8%로 평균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식사 준비 면에서도 공평하게 한다는 30대 부부가 9.5%, 역시 평균과 차이 없었고요, 세탁 같은 경우는 30대 부부 6.3%로, 오히려 40대나 50대, 심지어 60대 부부보다도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젊은 친구들이 더 안 한다는 얘기잖아요? 아까 처음에 어느 분께서 말씀하셨는데, 나이가 좀 든 남자들은 퇴직도 하고 집에 있어서 더 잘 도와준다, 그 말씀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는데요?

[기자]

아마 그런 부분일 수도 있고요, 조사 항목이 청소나 세탁 부분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설거지가 항목에 없는 게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앵커]

많이 합니까?

[기자]

네, 뭐 보통 분담을 해서 한 명이 음식을 하면, 나머지 한 명이 설거지를 하는 방식으로 하니까요. 주변에 물어보면 그런 부분이 많이들 있더라고요.

[앵커]

본인이 설거지 잘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군요. 알겠습니다.

[기자]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전문가에게도 물어봤는데요. 사회 문화적 차이가 있으니 국가별 비교를 가지고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이런 원인을 생각해볼 순 있겠다고 이야기한 게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한경혜/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 문화는 바뀌었는데, 행동은 문화만큼 많이 안 바뀌어요. '젊은이들은 요즘 좀 다르지'라고 생각하는 건 문화가 바뀐 거예요. 문화에 비해서 행동이 늦게 바뀌어서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안 바뀐 부분이 분명히 있는 거예요.]

[앵커]

많은 남성들이 가사 분담을 해야 한다, 생각은 하지만 행동은 생각만큼 안 따라주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렇게 봐야겠군요.

[기자]

통계청의 또 다른 조사에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물은 적이 있거든요. '그렇다'는 응답이 2008년에는 32% 수준이었던 게 점점 올라서 지난해에는 절반 가까운 47.5%나 됐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16.4%만 '그렇다'고 털어놨습니다.

지금 정말로 가사분담 확실히 하고 계신 분들께는 좀 억울한 일이겠죠. 하지만 "내가 가사를 도와준다"가 아니라 "같이 분담한다"는 개념으로 전환해야지, 이런 생각과 실제의 괴리감, 좁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어제 많은 분들이 흥분하셨으나, 오늘 팩트체크해본 결과 통계는 맞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군요.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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