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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배고파요"…끼니 걱정에 방학 싫은 아이들

입력 2014-12-30 21:36 수정 2015-01-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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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대부분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방학을 오래 전부터 기다립니다. 여가활동도 즐기고 가족들과 여행이나 외식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겠죠. 물론 요즘은 학원 다니느라 더 바쁜 아이들도 많습니다마는. 어찌 됐든 방학이 반갑지만은 않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가정형편상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없는 어린이들입니다. 이런 결식아동들은 학기 중에는 돈을 내지 않아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먹을 수 있지만 방학 동안에는 그럴 수가 없죠. 소득 3만 달러 시대라고 자꾸 얘기하는데, 결식아동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빈곤 아동은 120만 명, 끼니를 거르는 아이가 무려 40만 명이 넘습니다.

끼니 걱정에 방학이 싫은 아이들을 정제윤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주 학교들이 겨울방학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방학 계획을 세웁니다.

[김예은/11세 : 여행가요. 태국으로요.]

[신현성/12세 : 스키장 가거나 그럴 거 같아요.]

[호주가요! 일본가요! 놀러 갈 거예요! ]

오늘부터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인데요. 아이들은 일찌감치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곳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는 한 지역아동센터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많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요.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받지만, 방학 중에는 집에서 밥을 먹기 어려운 아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최모 학생은 부모님과 남동생, 언니가 모두 청각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최모 학생/13세 :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언니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4살 때 인라인스케이트 안 사줬다고 어떻게 하다가 머리를 다쳤대요. 엄마는 원래 안 좋으셨던 거고, 아빠는 제가 얘기해 보니까 사고로 7살 때. 교통사고인가.]

가족 중 유일하게 건강한 최모 학생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특히 방학 중엔 지역아동센터에서 자주 끼니를 해결해야 합니다.

[최모 학생/13세 : 아침간식 저녁간식이 있어요. 여기 와서 아침, 점심 먹고, 공부하고 자유시간에 또 하고, 점심밥 먹고, 공부하고 놀다가 저녁밥 먹고 그래요.]

또 각 지자체별로 결식 우려가 있는 학생에게 지급되는 급식지원 전자카드가 있긴 하지만 빵과 같은 간식을 사 먹는 게 전부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몸이 불편한 조부모님과 살고 있는 중학교 3학년의 이모 학생도 방학이 달갑지 않습니다.

[이모 학생/16세 : 학교 급식도 못 먹고, 시켜먹고, 편의점 같은데서 사먹 고 그러다보니까 방학이 싫어요.]

급식을 못 먹는 방학 기간 중 이 학생이 주로 끼니를 해결하는 곳은 편의점입니다.

식품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도시락을 집었다 놓기를 몇 차례 반복합니다.

고민 끝에 고른 김밥과 샌드위치를 사들고는 편의점 한 켠에 홀로 앉아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이모 학생/16세 : 빵도 먹고, 음료수도 먹고, 다 먹고 싶은데 음료수 값이 비싸니까 거의 둘 중에 하나는 못 먹는 것 같아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의 최모 학생도 급식지원 카드로 끼니를 해결하곤 합니다.

[최모 학생/19세 : 제가 더 많이 먹고 싶은데 하루가 살 수 있는 게 3천원밖에 없어서 1700원짜리라 1100원짜리 골랐어요. (이거 오늘 점심으로 먹는 거예요?) 네. 오늘 이것만 점심으로 먹으려고요.]

고등학생인 최모 학생은 방학 때도 보충학습을 위해 학교에 가지만 급식은 제공되지 않아 걱정입니다.

[최모 학생/19세 : 방학 때도 학교를 나가야 되는데 저는 버스를 타고 다니거든요. 그러면 교통비도 들었고, 학교에서 밥을 안 주니까 항상 밖에서 사 먹어야 해서 돈이 두 배로 들었어요. (방학이나 학교 안 갈 때는 주로 어떤 거를 사 먹었어요?) 저는 주로 우유나 아니면 빵집에 가서 빵을 주로 사 먹었어요.]

주로 제과점이나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데 가끔 당혹스러운 경우도 생깁니다.

[최모 학생/19세 : 이 카드 돼요?]

[편의점 직원 : 이건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안 될 것 같은데. 결제불가 상품이에요.]

[최모 학생/19세 : 결제 안 돼요?]

[최모 학생/19세 :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이 따로 제한돼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이렇게 물건을 사려고 하면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어요.]

급식지원 카드 등 복지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상황.

16살인 최혜수 양은 2년 전 뇌종양이 발견된 뒤 언어장애와 불안증세까지 생겨 24시간 부모님의 간호를 받아야 합니다.

[김영미/최혜수 양 어머니 : 이번 1월에는 호흡 곤란으로 중환자실에서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한 시간도 있었는데 겨우 살아났어요. 그런데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경제능력이 있는 부모님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도 될 수 없고, 급식지원 카드도 받을 수 없습니다.

[김영미/최혜수 양 어머니 : 어른들이야 대충 먹어도 되지만 저희 딸은 건강을 위해서 이제 잘 먹게 하기 위해서 결식아동 (카드 지원)도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지원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가 가끔 일용직을 해서 버는 돈도 매달 60만 원 이상씩 병원비로 지출하고 나면 밥을 먹기도 쉽지 않습니다.

혜수가 그나마 학교를 다닐 땐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는데 건강이 악화되면서부터는 학교를 못 가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니 더 힘이 듭니다.

[김영미/최혜수 양 어머니 : 영양 상태도 다 채우지 못해요. 겨우 한 끼 수프 좀 먹고, 영양가 있는 과일이나 영양제는 먹지도 못해요.]

현재 우리나라 빈곤 아동은 120만 명에 달합니다.

이중 돈이 없어 하루 한 끼 이상 끼니를 거르는 아동은 40만 명이 넘습니다.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결식아동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납니다.

스키장이나 놀이동산 갈 꿈에 부푼 어린이들 곁에는 오늘 저녁도 삼각김밥 하나로 때워야 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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