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짜장면 한 그릇도 사 먹기 어려운 급식카드

입력 2014-12-30 21:38 수정 2015-01-05 11:1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보신 것처럼 일부 저소득층 가정의 결식아동들은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급식카드를 발급받습니다. 그런데 액수가 적어서 자장면 한 그릇 사 먹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나마 대부분 음식점들은 급식카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의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사 먹고 있습니다.

급식카드의 문제점을 박소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급식카드를 지급받아 사용하는 아이들을 만나본 결과, 결식아동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식당이 아닌 편의점이나 제과점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밥 대신 간식류나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겁니다.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밥집이 많지 않아서입니다.

[이모 학생/16세 : (급식카드가) 되는 김밥집도 있고 그런데 거의 다 정해져 있어서 불편한 것 같아요. (먹고 싶은데 카드가 안 돼서 못 먹은 적도 있어요?) 네. (예를 들자면?) 그냥 놀다가 바로 앞에 치킨집 같은 데도 있는데 거기 안 될 때 그런 적이 있어요.]

[최모 학생/16세 : 평소에 슈퍼에서나 빵을 사 먹을 때 말고는 제한되는 가게가 너무 많아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서울만 봤을 때도 가맹점 7천여 곳 가운데 5천 곳 이상이 편의점이고, 나머지는 분식점이나 빵집이 대부분입니다.

또 어린아이들에겐 급식카드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을 찾는 일도 큰 어려움입니다.

[석모 학생/16세 : 그게 카드가 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그 위치를 모르니까 그냥 편의점에서 먹는 거예요.]

가맹점은 스티커를 붙여놔야 하지만 붙이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급식카드 사용 가맹점이 어딘지 나오지만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결식아동들에겐 먼 나라 얘기입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빵이나 김밥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엔 편의점조차 멀어 급식카드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지적합니다.

[김은정/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 : 전자카드가 있더라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라든지 식당이 인근에 없는 거예요. 30분을 걸어간다든가 그렇기 때문에 전자카드가 소용이 없는 거죠.]

또 급식카드 사용금액이 각 지자체별로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부유층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의 경우엔 급식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한 끼 식사 금액은 5500원입니다.

반면 전라북도의 전주나 군산시의 경우엔 한 끼당 식사 지원금이 300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장면 한 그릇도 먹을 수 없는 액수라는 게 아이들의 하소연입니다.

그저 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액수입니다.

이처럼 지역별로 급식카드 지원금이 제각각인 이유는 지난 2005년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사업이 지자체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잘사는 지역은 결식아동들에게 좀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줄 수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지역은 지원금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인천시 관계자 : 이게 국비 사업이 아니에요. 지자체에서 부담을 다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1000원만 올려도 엄청난 예산이 들거든요.]

[대구시 관계자 : 우리가 5000원 해 줘도 사실 모자란다고 할 거예요. 왜냐하면 밥은 제대로 먹으려면 6000~7000원은 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밥을 제대로 한 끼 먹으러 갈 수 있잖아요.]

보건복지부는 결식아동 사업이 모두 이관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지방 이양이 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에서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지방이양 사업으로 해서. 그것도 오래됐잖아요. 오래돼서 벌써 많이 그렇게 굳어진 상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등에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합니다.

[정익중/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끼니는 때웠지만 영양상으로는 문제가 되는 거죠. 빈곤한 아이들 중에서 예전에는 마른 아이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뚱뚱한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비만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급식카드를 쓰는 아이들이 느끼는 수치심도 문제입니다.

[이모 학생/16세 : (카드 쓸 때 눈치받은 적 있어요?) 편의점 가서 사고, 카드를 이렇게 냈는데 약간 좀 시선이 따가웠어요. (왜 그랬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은 지폐나 체크카드로 계산하는데 저희는 급식카드여서 그런지 그런 것 같아요.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차별한다는 생각에 화가 좀 났어요.]

[이혜경/굿네이버스 심리정서사업부 팀장 : 아이들이 내가 이걸(급식카드) 내미는 것에 대해서 낙인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꿈나무 카드 (급식카드) 가맹점이랑 상업주들이 세심하게 배려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어린이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내지는 않는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관련기사

[탐사플러스] "배고파요"…끼니 걱정에 방학 싫은 아이들 [탐사플러스] 불법체류자 '눈물의 출산'…버려지는 아이 '수두룩' [탐사플러스] '햅쌀로 둔갑' 묵은쌀, 학교 급식에 버젓이… '입양특례법' 부작용…입양 줄고 버려지는 아이 늘어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