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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비정규직 종합대책, 장그래 방지법? 양산법?

입력 2014-12-30 22:07 수정 2014-12-3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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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9일) 나온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놓고 오늘 하루종일 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 대책을 '장그래 방지법'이라고 부른 것을 두고도 적절하냐 말이 많은데요,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내용 짚어보고, 또 장그래 캐릭터를 만든 윤태호씨의 의견도 들어봤다고 하니 그 내용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윤태호 작가는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일단 그 내용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본 뒤 마지막에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마케팅인가요?) 이게 어떻게 보면 팩트체크의 결론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들려드리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먼저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35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원한다면 현재 2년인 계약기간을 4년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왜 이렇게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을 했는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터뷰에서 답변했는데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80% 이상이 계약기간 연장을 원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그런데 설문 내용을 잘 봐야 합니다. 노동부에서 처음으로 정확한 설문 문구 전체를 저희에게 공개했는데, 여기 보면 "2년 근무한 뒤 계약기간을 연장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할 경우 금전으로 보상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겁니다.

앞에 있던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문구 자체에 정규직 전환에 대한 옵션은 아예 없고요, 오히려 금전적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이런 답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이것은 마치 계약기간이 끝나 원인터내셔널의 퇴사를 앞두고 있는 장그래 사원에게 인사팀이 와서 "비정규직이라도 더 다닐래?"라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인 설문인 거죠.

[앵커]

정규직 전환은 보기에 아예 안 들어가 있으니까, 이런 경우 대답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노총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으로 설문조사한 게 있습니다. 저런 조건 걸지 않고 그냥 사용기간 늘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는데요, 오히려 반대가 69%로 훨씬 많았고 찬성은 19%에 그쳤습니다.

[앵커]

사실 조사라는 게 설문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노동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그건 이 경우로 설명해볼 수 있겠는데요, 드라마 미생 마지막에서 장그래 고참인 김동식 대리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옵니다.

그런데 만약 서른다섯 넘어서 다른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2년이 지나도 비정규직으로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고요, 4년째가 되면 회사가 정규직 전환을 검토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정부에서는 4년 정도 일했으면 회사에 필요한 숙련직이 돼 있을 거다, 또 이직수당이란 안전장치도 마련해놨으니 웬만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앵커]

결국 회사가 김 대리를 자르고 새로 비정규직을 뽑는 것보다, 그냥 김 대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게 낫겠다, 비용이 덜 들겠다 이렇게 판단해야 가능하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그 비용과 편익을 판단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이직수당인데, 비정규직으로 2년 일한 뒤 2년을 연장했는데 정규직이 안 될 경우, 추가 기간 동안 받은 임금의 10%를, 회사가 주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평균 연봉이 1750만원 정도거든요. 그러면 김 대리의 경우 이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에 실패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이직수당이 350만원에 불과합니다.

물론 김 대리의 경력에 따라 좀 더 받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그렇게 큰 비용이라고 보기 힘든 액수입니다.

그러니 4년으로 기간 연장해도 단지 비정규직 기간만 늘어날 거란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거기에 추가되는 내용이 있는데, 이번 대책 보면 파견 근로에 대한 요건을 완화한 것도 있습니다. 이것도 매우 중요한 내용인데요.

[기자]

그건 이 그림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난번 뉴스룸에서도 소개했던 영화 카트의 주인공 선희씨인데요, 마트의 비정규직 캐셔로 일하던 선희씨, 이번 정책에 따라 2년 일한 뒤 다행히 또 2년 연장할 수 있게 됐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에 55세 이상 중장년층, 그리고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해서 파견 근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 같이 나왔죠.

이에 따라 선희씨 일자리를 파견업체에서 온 55세 이상의 다른 분이 언제라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물론 이건 마트에서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업종에서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우려되는 부분만 짚어봤는데, 이번 대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까?

[기자]

그동안은 비정규직이 1년 이상 일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요건이 3개월로 줄었습니다.

또 비정규직 차별이 있을 때 그동안은 개인이 싸워야 했지만 노조가 나설 수 있게 한 점도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 의견 많았는데, 들어보시죠.

[노광표 소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은 사업장에는 노조 자체가 없어요. 그런 면에서 없는 것보다는 나은데, 그게 큰 성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과대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 사실은 비정규직의 확대를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없다는 거죠.]

[앵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군요. 이제 미생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때가 됐군요.

[기자]

예, 앞서도 문제제기했지만, 과연 이번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장그래 방지법'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냐는 질문이 남았죠.

윤태호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 들어봤다고 했는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보겠습니다.

[윤태호/만화 <미생> 작가 : 네, 그분들이 만화를 보셨는지 모르겠고요, 일단은. 만화를 보셨다면, 어떤 의도로 보셨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리고 어쩜 이렇게 만화와 전혀 다른 의미의 법안을 만들면서 '장그래'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고통을 연장하는 게 기회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보고요. 좀 더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이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정책에 대한 결론을 만화작가에게 듣는 세상이 됐습니다. 만화작가라서 그런 말씀을 하지 말라는 법이 아니고, 워낙 이 법을 내놓으면서 만화를 인용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만화를 지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예전에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라는 가수의 'Born In The USA'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었죠. 사실 미국 사회를 비판한 노래였는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후보 당시에 이 노래를 엉터리로 번역해 선거운동에 썼다고 해서 그 가수가 '난 뒤통수 맞았다'는 표현을 했던 것이 이 내용을 보니 기억이 납니다. 잘 들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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