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뉴스룸 2부의 문을 열겠습니다.
"소가 물 마시듯" 오늘(25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연말입니다. 내일은 2014년의 마지막 주말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지요. 술자리 약속 줄줄이 밀려있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좀 황당한 사건이 하나 알려졌습니다.
초등학교 여자 교장이 노래방에서 먼저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학교 선생님을 폭행했다죠. 이 지역 언론에 따르면 교장은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취객에게 매 맞는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도 연말이면 크게 늘어납니다. 어제 뉴스룸에서도 전해드렸지요. 차에 구토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때리기까지 하는 취객이 연말이면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요. 경찰청 자료만 봐도 12월엔 운전자 폭행사건이 평소보다 30%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소가 물마시 듯 마시는 저 사람들은 뭐냐" (다산시문집 중)
다산 정약용 선생이 아들에게 쓴 편지 내용입니다. 적당히 마시라는 말이겠지요. 이런 당부도 눈에 띕니다.
"술이 입술과 혀를 적시지 않고 곧바로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무슨 맛이 있겠느냐"
요즘 말로 하면 '원 샷 하지 말아라' 이런 이야기가 될까요?
술에 관련된 난동사건 역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 건 없어 보입니다. 1784년 정조 8년에는 청주를 마실지. 탁주를 마실지 다투던 친구들이 칼부림을 하다 한 명이 죽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요새로 따지면 소주냐 맥주냐를 두고 싸운 셈인데요. "그냥 섞어 마시면 되지…" 혀를 끌끌 차고 있을 주당도 혹시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폭탄주를 마시는 사람이 지난 1년 새 1.7배가 늘었다는 통계도 나왔더군요. 이중 단연 인기는 맥주에 소주를 섞는 '소맥' 아니 '쏘맥'입니다.
우리는 왜 이리 많이 마시고 빨리 마시고 섞어 마실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떠오른 단어가 이것이었습니다.
"기진맥진" (氣盡脈盡 : 기운이 없어지고 맥이 풀렸다)
중소기업인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라고 합니다. 어디 중소기업인들뿐이었겠습니까. 그만큼 모두에게 힘들었던 2014년이란 의미겠지요.
그러나 술 한 잔으로 쉽게 잊어버리기엔 올해는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기억하고 또 기다리자 했던 바로 그 다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