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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불법체류자 '눈물의 출산'…버려지는 아이 '수두룩'

입력 2014-12-24 21:55 수정 2014-12-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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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탄전야. 자녀들 선물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테고, 또 이렇게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또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낳은 게 오히려 죄스러운 안타까운 가정들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불법 체류자인 부모 탓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무려 2만 명이 넘습니다. 의료나 교육 혜택 역시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 심각한 실태를 이지은 기자가 취재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서울 구로동에 있는 5층짜리 건물입니다.

한 사회단체가 조만간 개소할 영아원이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잠시 뒤, 유아용품이 속속 도착합니다.

[최영 사장/아기용품 업체 : 이건 배냇저고리라고 해서 태어나면 바로 입혀야 해요.]

중국인 손모 씨도 관심을 갖고 봅니다.

자신이 버린 아기를 다시 데려올지 고민에 빠집니다.

지난 3월의 어느 날 새벽. 불법 체류자인 손씨는 공장에서 만난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리곤 곧바로 집 인근의 성당 앞에 버렸습니다.

생활고 때문에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손모 씨/불법체류 이주여성 : 새벽 2시쯤 태어났어요. 아침에 6시 반쯤 데리고 나갔어요. 거기 놔두면 다른 사람이 데려가 키우면 저와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CCTV에 아기를 버리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손씨는 영아 유기죄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강제 출국당할 위기에 놓인 손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손모 씨/불법체류 이주여성 : 체류 서류가 없어서요. 아이를 불법으로 키우면 안 되잖아요. 그냥 입양돼서 다른 집에 가서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10m² 남짓한 허름한 방입니다. 아기가 생글생글 웃고 있습니다.

6개월 전, 이곳에서 태어난 정아(가명)가 어렵게 다시 돌아온 보금자리입니다.

정아 할아버지는 힘겹게 입을 뗐습니다.

[정아 할아버지/중국 동포 : 화장실에서 갑자기 아이 울음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지. 딸은 쓰러져 있고요. 출산해서 얼마 안 돼 (버렸어요). 일주일 정도 후에.]

중국 동포인 엄마는 식당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빠와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엄마는 키울 능력이 없다며 대형마트 앞에 아기를 버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아 할아버지/중국 동포 : (아이 키우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감당하기 힘들었죠. 경제 조건이 된다면 누가 버리겠어요.]

한 살도 안 된 정아는 곧 중국으로 쫓겨날 신세가 됐습니다.

이주 노동자 150만 명 시대를 맞으면서 불법 체류자인 부모 품에서 버려지는 외국인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지난해 초엔 경남 통영의 길거리에서 아기의 시신이 담긴 비닐봉지가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 국과수에서 부검하기로는 모계가 노르웨이 또는 북유럽계통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는 아기들도 수두룩합니다.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서울의 베이비 박스엔 가지각색의 사연을 가진 아기들이 들어옵니다.

지난해 12월, 한 남자 아기가 쪽지 한 장과 함께 발견됐습니다.

태국인 엄마가 한국에서 일하다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엔 카자흐스탄 여성도 아기를 두고 갔습니다.

편지엔 "새로운 부모를 만나 보살핌 속에 자라기를 원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한 중국 동포도 아이를 버렸습니다.

"국적이 없어서 입양도 안 돼 어쩔 수 없었다"는 호소를 담았습니다.

숨어 사는 신분이라 출생 신고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이종락/주사랑공동체 목사 : 이 아기를 정말 키우고 싶은데 키울 수 없는 환경과 현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베이비박스까지 왔다고 해요.]

버려진 외국인 아이들은 대개 지역 아동보호센터로 보내진 뒤 한국인으로 출생 신고가 됩니다.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기록은 없어집니다.

그래야 입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따뜻함으로 충만한 성탄절 전야, 이주 노동자의 아이들은 오늘도 눈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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