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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매번 무산됐던 '가을 신학기제', 이번엔 바뀔까?

입력 2014-12-2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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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2일)는 군 가산점제였는데, 오늘은 가을 신학기제입니다. 잘 될까요? 모두 몇 번이나 정부가 추진하다가 무산됐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둘 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논란이 대단합니다. 9월부터 새학기를 시작한다는 것, 과연 가능한 일인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우선 가을 신학기제 도입하면 학사과정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현재는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3월에 신학기를 시작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3월에 학기를 시작해서 1-2학기가 지나서 겨울방학을 한 후에 잠깐 다시 2월 학기 학교에 나갔다가 봄방학을 하고 새학년을 맞게 되는 거죠.

가을 신학기제가 되면, 8월 중순에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됩니다. 겨울방학을 짧게 하고 2학기를 마친 뒤, 6월부터 3달 가까운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새 학년을 맞게 됩니다.

[앵커]

정부가 이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른 나라들은 다 가을 신학기를 한다, 우리하고 일본만 봄에 시작한다고 얘기했는데, 그건 맞나요?

[기자]

전 세계 70% 이상이 가을 신학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맞고요.

우리와 일본 말고 호주에서는 3월에 학기를 시작하는데, 거긴 남반구니까 3월에 시작해도 가을 신학기라고 봐야겠죠.

또 4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나라가 있는데, 북한입니다.

원래는 소련이나 중국식으로 가을 신학기를 하다가 90년대 후반에 빨리 졸업생을 배출해 현장에 투입하자는 취지에서 바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북한이야 일본 따라한 건 아니라고 치고, 우리 같은 경우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건가요?

[기자]

역사를 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화기 때는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의 교사들을 모셔오기 위해 가을 신학기제를 도입해서 해왔습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식의 '4월 시작, 3학기제'가 도입됐습니다.

해방 후 미 군정기 동안 미국식으로 다시 9월에 시작하는 2학기제로 돌아갔는데요,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또 4월 신학기제로 되돌려놨습니다.

그때 이유는 회계연도를 맞추고, 장마철인 6월에 치러지는 입학시험을 하반기로 옮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는데요. 당시에도 일제식으로 돌아가는 거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러다 5·16 군사정권 때, 한 달 앞당겨 3월에 새학년을 시작하게 했는데, 이유는 겨울에 등교하면 학교 난방비 많이 드니까 1, 2월에도 방학을 하자는 거였습니다.

[앵커]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전에도 자주 바뀌었었군요. 정신이 없었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근데 아까 난방비 때문에 그렇다고 했지만, 만일에 가을 학기를 시작하면 여름도 역시 냉방비가 많이 들잖아요?

[기자]

교육부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니까 해명을 했는데요.

겨울 방학이 줄면 어쨌든 학교를 겨울에 나와야 하니까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니까 교육부에서는 여름에 나오는 게 냉방비가 더 많이 든다, 이런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덜 나오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게다가 가을에 학년이 시작되면 11월에 있던 수능도 5월로 앞당겨지니까요, 날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무엇보다도 공백기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남잖아요? 미군정기 때가 지금과 비슷하게 4월에서 9월로 바꾼 건데, 그때는 어떻게 했습니까?

[기자]

그때는 그냥 모든 학년을 5개월 쉬게 했습니다. 그 당시는 농번기이기도 하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별로 없었는데요.

지금 그렇게 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겠죠. 그래서 정부에서도 많은 대안을 내놨는데요.

교육 개발원이 내놨던 첫 번째 대안, 이겁니다. 2016년 8살인 아이들이 3월에 초등학교 입학을 하겠죠.

그때 7살인 애들은 원래 이듬해 3월에 입학을 해야 하는데, 6개월 당겨 2016년 9월에 입학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이 학년에는 3월 입학자와 9월 입학자가 다 있겠죠.

이런 식으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3까지, 12년을 쭉 가는 겁니다.

[앵커]

황금돼지해 많이 태어났다고 해서 그때도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이 상황으로 가면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많이 겹치게 되니까 입시 입사 다 난리가 나는 상황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특례법을 제정해서 특별히 구제해주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긴 했는데요.

결국은 한 학년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희생을 떠넘기는 방식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딱 한 해를 정해, 학생들이 1년이 아니라 6개월만 다녀도 한 학년 수료한 것으로 인정해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게 하자는 거죠.

이걸 모든 초1부터 고3까지 한꺼번에 하면 6개월 만에 9월 신학기제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앵커]

논리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이렇게 보면 교과 과정에 문제가 생기잖아요?

[기자]

네, 그래서 또 나온 대안이요. 이렇게 반년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학년을 아예 한 학기씩 더 다니게 하는 겁니다.

이러면 모든 학생들이 그 학년에만 1년 6개월을 다니게 되면서 마찬가지로 9월 신학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물론 이런 방안들을 더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세부안들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추진하자는 겁니까?

[기자]

정부의 설명은 의미 없이 보내게 되는 2월 학기 문제를 해결하고요, 또 여름방학도 길게 해 여러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학생 수가 줄고 있으니 외국 유학생을 쉽게 유치해 내수진작에도 기여하자는 목적도 있습니다.

[앵커]

그게 사실은 제일 큰 문제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이점이 있다고 치면 사회적 비용도 드는 건데, 어느 쪽이 더 낫냐를 따져 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쉽지 않은 문제일 것 같습니다.

[기자]

여기 모 일간지의 사설을 하나 가져왔는데요.

9월 신학기제의 부작용에 대해서, 입학시험과 기업체 채용 시기도 바꿔야 하고, 특히 갑자기 학생 수 변화가 생기면 학부모들의 심각한 반발도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설이요, 이번에 나온 게 아니라 1997년 3월 22일에 실린 겁니다.

그때도 9월 신학기제 추진하다가 무산됐는데, 내용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건 없어 보입니다.

이번 9월 신학기제는 경제대책의 일환으로 나왔죠.

사설을 마저 보면 "개혁의 명분만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게 교육제도이고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 지금 다시 들어도 전혀 틀린 말 아닐 것 같습니다.

[앵커]

그나저나 학생들은 그렇게 되면 반년 동안 학교를 안 나가도 되는 거 아닐까 라고 좋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오산입니다. 학원을 그만큼 나가게 될 것 같으니까…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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