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잇단 원전 정보 유출에 속수무책…한수원 '우왕좌왕'

입력 2014-12-22 09:09 수정 2014-12-22 13:2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문건이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도면 등 내부 정보가 일주일 동안 4차례나 유출된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늦장 대응에 사태 축소에만 급급하면서 총체적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슈격파 이주찬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한수원 문건이 추가로 공개된 거죠?

[기자]

어제(21일) 새벽 1시 반쯤 4건의 한수원 내부 문건이 추가로 유출된 건데요.

지난 15일 처음 공개된 지 4번째 정보 유출입니다.

원전 도면 등 내부정보를 유출하는 인물은 '원전 반대그룹'이라고 자칭하는 해커로 보이는데요.

검찰과 경찰 등으로 구성된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문건을 유출한 원전반대그룹은 트위터에서 앞서 공개했던 문건들이 '중요하지 않은 자료'라는 한수원 쪽의 해명을 의식한 듯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 10여만 장도 전부 세상에 공개하겠다, 제대로 한 번 당해봐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고리 1·2호기 냉각시스템 등의 도면과 월성 1호기 밸브 도면, 원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매뉴얼 등 한수원 내부 자료를 외부에 유출한 겁니다.

지금까지 유출된 한수원 자료들은 1989년에서 2013년 사이에 작성된 임직원 인력정보, 시스템 도면, 프로그램 매뉴얼과 기기 사진 등 2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원전반대그룹은 단순히 내부 자료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전 시스템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신들을 '원전 반대그룹'이라고 밝힌 해커들의 요구는 원전 가동의 중단과 갑상선 암에 걸린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사과입니다.

고리 1·3호기와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가동 중단하지 않으면 원전 시스템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위협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수원과 관리감독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뒤늦은 대응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이메일을 통해 악성코드 공격이 있었고, 15일부터 내부 자료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출되기 시작했는데요. 17일 오전 보안 관련 전문 매체의 보도가 이뤄지고 나서야 한수원이 사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더군다나 악성코드 공격과 정보유출은 별개이고, 해킹보다는 퇴직자 커뮤니티를 통한 단순 유출이라고 해명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심지어는 어제 저녁까지도 일부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수원 유출 자료들을 내려받을 수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앵커]

검찰과 경찰로 이뤄진 합동수사단이 가동 중인데, 수사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합동수사단은 IP추적 등을 통해 한수원 자료가 공개된 트위터 계정의 접속지가 미국인 것으로 확인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대구 지역 정보도 나왔었는데, 그 지역에서 접속한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자신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문건을 올린 트위터 내용에 '아닌 보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때문에 이번 해킹이 북한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아닌 보살'은 '시치미를 떼고 모르는 척한다'는 라는 말로 주로 북한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북측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아닌 보살 하다'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는 말인데다 수사에 혼선을 주려 의도적으로 썼다는 주장도 있어 이 표현만 갖고 북한과 연관 짓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정부의 늦장 대응과 사건 축소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정부 대책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산업통사자원부와 한수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파일은 20여 개로 원자로 발전제어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 자료는 없기 때문에 여전히 큰 문제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표적 노후 원전들을 거명해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는데요, 추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국내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오늘부터 안전관리 모의훈련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이미 한수원이 해킹 당한 상황에서 어떤 자료가 유출 됐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해커가 추가 자료 공개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이번 해킹 사태 말고도 과거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 국민의 원성을 샀지 않습니까?

지난해엔 원전 시험성적표를 조작한 불량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죠.

더구나 이 과정에서 뇌물 상납 구조가 드러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입니다.

해커들은 '한수원이 원전을 즉시 중단하고 갑상선암에 걸린 1300여 명의 주민과 국민에게 직접 사죄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봐서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사이버 소동을 벌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은 국가 중대 보안 사안이고 2차, 3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에서 적극 대책에 나서고 서둘러 범인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원전 유출자료 또 공개…"가동 중지 불응시 2차 파괴" 유출 자료 공개하며 돈까지 요구…한수원 '속수무책' '청와대 아직도 아닌 보살…' 미스터리 해커 정체는 '원전 도면'에 '직원정보'도 유출…원전 전산망 해킹?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