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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논의, 이대로 끝내는 게 맞나

입력 2014-12-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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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논의, 이대로 끝내는 게 맞나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난 15일)

과연 그럴까요. 올림픽 분산개최를 골자로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개혁안 '어젠다 2020'이 지난 9일 IOC 총회에서 통과됐는데, 우리나라의 대응은 즉각적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12일 "해외든, 국내든 분산개최는 반대"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15일 "분산개최 논의는 무의미하다"며 단독개최를 고수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분산개최론이 '어젠다 2020'을 추진한 IOC의 입장이라는 걸 의식한 듯 "왜 평창이 단독개최를 해야하는지 IOC를 설득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평창올림픽 분산개최'가 박 대통령 말 한 마디로 그렇게 쉽게 정리할 문제일까요. 결론적으로 고민과 검토 없이 감정적으로 분산개최 논의를 차단해버린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분산개최에 반대하는 의견들을 보면 '해외' 분산개최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에 썰매 종목의 일본 분산개최안이 나오면서, 분산개최의 타당성을 논의하기도 전에 정서적 거부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분산개최의 파트너가 일본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사실 여론은 해외 분산개최보다는 국내 분산개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본과 분산개최에는 반대가 절반이 넘은 반면, 국내 분산개최는 찬성이 절반이 넘었다는 JTBC 뉴스룸 긴급 여론조사(12월 8일) 결과처럼 말이죠. 분산개최라는 '어젠다'가 제시된 만큼, 다양한 대안들을 논의해볼 기회마저 사라진 게 안타깝습니다.

사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평창군, 그리고 강원도는 대회 준비를 하면서 '올림픽은 개최도시에서만 열려야 한다'는 IOC의 옛 규정을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그 조항 때문에 무리해서 경기장을 신축했고, 이는 예산 낭비와 사후 활용 고민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IOC가 '올림픽을 복수의 국가나 도시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그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국내 분산개최 가능성이 열린 겁니다.

IOC가 분산개최 여부의 최종결정 시한으로 제시한 건 내년 3월입니다.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100일의 시간이 있었건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분산개최 반대' 결정은 너무 성급한 것 같습니다. 분산개최 논의를 논란이나 혼란으로 여긴 탓입니다. 늦어진 대회 준비에 속도를 내는게 더 낫다는 판단조차 찬찬히 따져보지 않고 내린 거니까요. 단독개최로 가더라도, 분산개최안에 대한 검토는 했어야 합니다. 강원도나 평창조직위, 청와대까지 이미 경기장 6곳이 신축 중이라는 것과, 쏟아부은 돈을 되돌릴 수 없다는, 즉 '매몰비용' 등을 이유로 "단독개최 불가피"를 주장한 건 아쉽습니다.

우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 스포츠이벤트가 국위 선양의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낭비요소가 있더라도 이들 대회를 보란 듯이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더욱이 평창동계올림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힘들게 따낸 대회입니다. 그런 강원도로선 '강원도에서' 멋지게 치러내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동계올림픽 유치 희망도시가 줄어들면서 IOC는 고민에 빠졌고 결국 IOC가 먼저 실리적 제안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를 일거에 차버렸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 활강경기를 치르는 분산개최안의 경우엔, 재정낭비를 줄이는 실질적 이익 이외에도 남북한의 화해라는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단독개최는 평창, 강원도, 우리나라의 부담입니다. 지지부진한 대회 준비는 두고두고 IOC이 지적거리가 될 겁니다. 2016년 2월에는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열어야 합니다. 그런데 6개의 신축경기장 완공은 2016년 하반기에나 가능합니다. 여론을 거스른 만큼 대회 준비를 위해 세금을 쓰는 데는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겁니다.

내년 1월 15일부터 이틀간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점검하는 '프로젝트 리뷰'가 열립니다. 개최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어젠다 2020'까지 내놓은 IOC가 평창의 준비상황에 대해 뭐라고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오광춘 스포츠문화부 기자 gy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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