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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또 빠진 담뱃갑 '경고그림'…실효성 없다?

입력 2014-12-02 22:23 수정 2014-12-0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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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1부에 국회 연결했을 때 담뱃값 올리는 법안이 아직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조금 전 들어온 소식으로는 결국 그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이제 꼼짝없이 2500원짜리 담배는 4500원에 사서 피워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담배 포장지에 경고그림을 넣는 내용은 이번 법안에서 또 빠졌습니다. 이번이 벌써 8~9번째인데, 금연단체에서는 흡연율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는 반면, 담배업계에선 혐오감만 줄 뿐 금연에 실효성이 없다며 오랜 기간 맞서고 있죠.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원래 이번 담뱃세 올리는 법안에 경고그림 넣는 것도 포함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안 됐네요?

[기자]

네, 담뱃갑에 경고그림 넣는 이야기,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보건기구(WHO) 192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담배규제협약이라는 것을 채택해 2005년 발효됐습니다.

여기 보면 담배포장지 최소 30% 넓이로 경고문구나 그림을 삽입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죠.

이 때문에 우리 복지부에서도 거의 매년 경고그림 집어넣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9차례나 불발이 됐습니다.

이번에도 담뱃값 2000원 올리는 건강증진법 개정안 만들면서 이 내용을 넣었다가 마지막에 빠지게 된 겁니다.

[앵커]

아까 잠깐 그림을 보여드렸습니다마는, 굉장히 끔찍한 사진들이 많잖아요? 이게 과연 영향을 끼치느냐… 저는 지금은 담배 끊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담배 피우던 초창기에 길가를 지나가다 그런 사진들을 봤거든요. 아마 금연단체에서 붙여놨겠죠. 그걸 보고 좀 충격을 받아서 며칠은 끊었습니다, 다시 피웠습니다마는. 그런데 그건 지나가다 본 것이고, 담뱃갑에 늘 그림이 들어가 있으면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요즘 분들은 아무래도 건강에 더 많이 신경 쓰기 때문에 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해서요, 저희가 직접 보여드렸는데, 만약 경고그림이 들어간 제품이 나온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약간 혐오스러운 사진이 담뱃갑에 표시될 겁니다.

그래서 실제 흡연자들이 이런 담배 제품을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가서 직접 물어봤는데요.

[앵커]

잠시만요, 여기 가운데에도 사진이 있는데 멀리 잡혀있어 어떤 장면인지 잘 모르실 것 같습니다. 좀 가까이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네, 이건 아마 혀에 암이 생긴 사진인 것 같군요. (맞습니다.) 저런 사진이 들어가 있으면 길가다 한두 번 본 것 하고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분명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한데요.

[기자]

네, 그래서 직접 나가 흡연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내용 잠깐 보고 가시죠.

[김남길/인천 서구 강화동 : 확실히 (효과가) 있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겠죠. 외국에 나가보면 이렇게 파는데 딱 받으면 혐오감이 들고 피면 이렇게 되나…]

[홍남경/충남 아산 용화동 : (담뱃갑을) 한 번씩 꺼내 볼 때마다 이런 그림을 보게 되니까, 아 나도 곧 이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두 대 필 거 한 대 피고 이렇게 하면서 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렇게 대부분 영향을 받을 거라고 얘기했는데요.

제 주변의 한 애연가는 이런 제품이 나오면 경고그림을 가릴 수 있는 담배케이스를 만들어 장사를 시작해보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림 안 보고 담배 계속 피겠다는 입장을 보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게까지 해서 피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하는데. 이런 경고 그림 삽입을 의무화한 곳이 있잖아요? 그곳 흡연율에 대한 데이터가 나와 있는 게 있습니까?

[기자]

지금 71개 나라에서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고 있는데요, 캐나다의 경우 2000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더니 당시 25%였던 성인 흡연율이 7년 만에 18%로 떨어졌습니다. 브라질이나 싱가포르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다른 금연정책을 함께 쓰고 있겠지만, 경고 그림 의무화 이후 대부분 지역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경고 문구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죠? 지금 그건 시행하고 있습니다마는.

[기자]

네, 그런데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학계 의견입니다.

일단 금연정책에는 담배가격을 올리는 가격정책과 이런 경고그림을 넣는 비가격정책이 있는데요, OECD 보고서를 찾아봤더니 두 부분에서 우린 모두 낙제점이었습니다.

건강 경고 정책순위가 34개국 중 꼴찌였는데요, 그동안 평균 노동시간이나 노인 빈곤율 이런 수치에서 우리가 꼴찌를 면하게 뒤를 받쳐주던 멕시코도 금연정책에서는 우리를 훨씬 앞섰습니다.

[앵커]

그러면 효과 분명한데 우리 정치권에서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도록 하는 법을 왜 계속 처리하지 않는 겁니까?

[기자]

일단 이번 개정안에서 빠진 이유를 보건복지위 여야간사에게 물었는데요, 공식적인 해명은 "이번엔 예산안을 처리하는 건데 경고그림 넣는 것은 예산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초 개정안에 있던 내용을 굳이 뺀 거거든요.

그러니 담배업계의 로비 혹은 담배농가나 흡연자들의 표를 의식해 입법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또 한 번 나오게 된 거죠.

[앵커]

2000원 올리면서 세수만 증대하는 것이지, 실제로 금연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올법하군요.

[기자]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3달 전에 있었던 정부 발표 장면 다시 한 번 보시죠.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 국민건강의 심각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재 44% 수준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에는 29%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담뱃값 인상과 함께 비가격 정책을 통한 담배규제도 OECD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우선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폐암사진과 같은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표기하도록 의무화하겠습니다.]

[앵커]

네, 보건복지부 장관도 팩트체크는 못 피해가네요. 분명히 얘기하고 있네요, 그림을 넣겠다고.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목표가 세수확보가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기재부가 아니라 복지부에서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 연구자료에 따르면, 모의 실험해본 결과 2000원 올리는 가격 정책을 써도 경고그림 같은 비가격 정책이 따르지 않으면 결코 흡연율 목표치 도달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일단 이번 담뱃세 인상부터 통과시키고, 경고그림 넣는 것은 내년에 더 논의하겠다고 했는데요.

그 약속 지켜지지 않으면 정치권이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난,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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