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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갑을…갤러리 착취 구조 속 작가는 '전시회 노예'?

입력 2014-11-27 21:36 수정 2014-11-2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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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JTBC 뉴스룸이 연속 보도해드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 문제점입니다. 사실 조금 전 말씀드린 성추행 문제도 이런 갑을관계에서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요. 오늘(27일)은 예술계, 그중에서도 미술계로 가보겠습니다. 작가와 작품이 대중을 만나는 건 전시회뿐이다 보니, 미술관, 갤러리 등 전시 주최 측에서 부당한 요구를 해도, 전시 기회가 절실한 작가는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미술계의 갑을관계, 정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독일에서 공부한 미디어아티스트 김창겸 작가는 1998년부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습니다.

17년간 여든 차례 넘게 각종 전시에 초청작가 등으로 참여했는데, 그중에는 비엔날레 같은 대형 기획전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큰 전시 하나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려면 보통 두세 달 정도 걸리지만 자원봉사나 다름없습니다.

[김창겸 작가/미디어 아티스트 : 인건비로 받은 적은 없어, 전무해요. 재료비만 받았다는 거예요.]

주최 측에서 받는 건 재료비가 전부인데, 그마저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 작가는 예전에 광주 비엔날레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작품 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요구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김창겸 작가/미디어 아티스트 : 전시에 끼워줬으면 열심히 할 것이지 잔소리가 많다고 메일이 왔어요. 공간 보게 차비 7만원 달라고 했더니 또 끼워줬으면 열심히나 할 것이지.]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려고 수차례 민원도 넣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김창겸 작가/미디어 아티스트 : 착취구조로 재료비만 주고 인건비조차 주지 않으니까 생활적인 거 아니라도 작품에 들어가는 비용도 작가가 내게 돼 있잖아요. 그러니 너무 힘든 거죠.]

소규모 갤러리에선 더 심한 일도 벌어집니다.

갤러리 측은 작가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대신 작품판매비 일부분을 나눠 받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데요, 일부 갤러리들이 작가들의 영세한 입장을 악용해 전횡을 일삼습니다.

요컨대 슈퍼갑 행세를 하는 건데, 그 수법도 다양합니다.

[박모 씨/작가 : 초대전 명목으로 전시하게 됐는데, 전시가 거의 끝날 때쯤 우리가 대관료를 무료로 해줬으니 대신 작품을 기증해라.]

작가의 정당한 대가마저 무시되기도 하는데요.

[성모 씨/작가 : 작은 작품이 판매되고 백만 원 안 되는 돈을 한 달, 두 달, 석 달 계속 미루면서 큰 액수도 아닌데 (갤러리에서) 결제를 미룬 일이 있어요.]

공모전을 연 뒤 도록비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장모 씨/작가 : 도록비 명목으로 이삼백(만원)가량을 요구하거든요. 똑같은 조건으로 문의했을 때 40만 원 정도 드는데 이삼백(만원)은 터무니없는 거죠.]

심지어 작가 몰래 계약서를 고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사문서 위조, 바로 범죄행위입니다.

[전직 큐레이터 : 계약서를 조금씩 수정해서 유리한 쪽으로 법적으로 해놓는 거예요. 갤러리가 몰래. 마음에 안 들면 법적으로 잘못됐다며 지원했던 거 토해놔라.]

그럼에도 작가들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모 씨/작가 : 본인의 홍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당한 대우라도 잡아야 하는 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 같아요.]

[성모 씨/작가 : 전시를 계속하고 싶다면 갤러리 쪽에 잘 보여야지, 전시 기회가 하나라도 더 생기는 건데 말을 할 수가 없죠, 함부로.]

화려해 보이는 미술계, 이면에선 갑을 관계의 사슬이 작가들의 예술혼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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