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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 일 덜 하면서 돈은 더 받는다'…진실은?

입력 2014-11-18 22:19 수정 2020-06-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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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8일) 팩트체크 좀 일찍 시작하겠습니다. 이 뒤에는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와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습니다.

유력인사의 발언이나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사실 여부를 따져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오늘(18일) 김필규 기자가 가져온 이슈는 어제 발표되고 나서 오늘 하루종일 직장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자료입니다.

김필규 기자, 우선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예, '아시아 경쟁국의 근로시간, 임금, 생산성 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자료인데요, 일단 1년 동안 실제 얼마나 일하나 봤더니 홍콩에선 2300시간 정도, 싱가포르는 2200시간 일하는데 한국에선 2193시간에 불과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그러면 임금수준은 어떠냐 봤더니 구매력 기준으로 한 평균 월급이 싱가포르에선 1700달러, 홍콩이 1500달러 수준인데 한국은 2500달러가 넘어서 일본이나 대만보다도 많은, 아시아 최고수준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한국 근로자들이 다른 아시아 나라에 비해 돈은 더 받는데 일은 덜 한다 이런 내용인 거죠.

[앵커]

구매력 기준 임금이라는 게 실제 저 돈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물가수준을 반영해 계산했을 때 저 액수였다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앵커]

그래도 의외이긴 한데, 근로시간 같은 경우 원래 살인적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저도 오늘 아침 8시에 출근해 지금 거의 13시간째 근무하고 있는데요.

[앵커]

시간 외 수당은 다 신청하고 있죠?

[기자]

네, 전문가들에게 이런 의외의 상황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먼저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500~700만명 인구에 국내총생산(GDP)이 3000억 달러 정도입니다.

1인당 GDP는 우리보다 높지만 인구 5000만에 GDP 1조 달러가 넘는 우리 경제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거죠.

산업구조 면에서도 우리와 달리 이 두나라는 거의 대부분이 서비스업입니다.

이에 대해서 전문가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조성재/한국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 우리가 지금 싱가포르나 홍콩, 이런 도시국가하고 비교하는게 적정한지 모르겠고… 인구, 그 다음에 산업구조도 그렇고 (차이가 많죠.)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도시국가의 특성이 이미 반영이 되어 있는 거죠.그러면 싱가포르, 홍콩하고 비교를 하려면 서울하고 비교를 하든지요.]

[앵커]

싱가포르, 홍콩과 비교하려면 차라리 서울과 비교해라, 이렇게 얘기하니 더 금방 와닿는군요. 한마디로 비교대상으로 적절치 않다 이런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임금은 어떻습니까? 아까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얘기했는데요. 그것도 따져봐야겠죠?

[기자]

대한상의의 자료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ILO, 국제노동기구가 2012년 발표한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월평균 임금이 2701달러로 일본, 싱가포르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아까 설명해주셨듯이 구매력(PPP) 기준으로 하면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일본까지 앞지르는 최고 임금국가가 되는 겁니다.

각국의 물가 감안했을 때 가장 펑펑 쓸 수 있는 돈을 벌고 있단 이야기죠.

[앵커]

그런데 여기 화면에 보면 '월드 샐러리즈'라는 이게 단체인가요?

[기자]

조사를 해서 발표하는 기관입니다.

[앵커]

거기도 어디인지 좀 모르겠고. 2005년 자료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 자료인데, 왜 옛날 것을 이렇게 인용했을까요?

[기자]

저도 그 부분이 이상해서 대한상의가 밝힌 출처에 따라 직접 파고 들어가봤는데요,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전문가들에게도 익숙한 사이트는 아니었고, 사이트 내에 기관 설명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자료 시점도 2005년, 2003년에 그쳐 있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한국 구매력 기준 임금이 2598달러, 일본이 2418달러로 대한상의가 인용한 자료가 맞습니다.

그런데 자료 제목을 보니 'Manufacturing Sector Average Salary', 그러니까 제조업 분야의 평균임금을 비교해 놓은 자료였던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전체 업종 임금평균이 아니라 제조업 평균 임금만 가져다가 근거자료로 쓴 거군요.

[기자]

예, 조금 전에도 봤듯이 우리 제조업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강하고요, 비중도 큽니다.

제조업만 봐서는 우리 임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거죠.

전문가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일단 2005년 자료를 활용하면 안 되죠.두 번째로는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가 기본적으로 실질임금이 높고, 우리나라 제조업은 야간, 철야, 휴일근로가 전체 근로시간 대비 한 400에서 600시간 차지하기 때문에 그 때 이제 가산임금, 추가적으로 휴일이나, 휴일에 나가면 돈을 더 주니까요.]

[앵커]

그렇다면 대한상의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런 보고서를 만든 이유가 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봐야 될까요?

[기자]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추진되는 '근로시간 단축' 때문입니다.

보도자료에서도 "우리나라는 임금 경쟁력도 낮고 근로시간도 길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무작정 시행하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라면서 재계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일한 시간이 짧다. 받는 돈은 많다.' 자꾸 이렇게 자료가 나오고 듣다보면 그럴듯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해서…다시 한 번 확인을 좀 해 보죠. 일하는 시간은 어떻습니까? 김필규 기자의 예를 빼놓고 생각하더라도.

[기자]

2012년 기준으로 OECD에서 발표한 자료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 근로시간은 멕시코 다음으로 최고 수준인 것 확인할 수 있습니다. OECD 평균보다도 연 400시간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규모면에서 가입요건이 안 돼 OECD 회원국이 아닌 상황이고요. 앞서 자료에서 교각살우라는 말이 나왔죠.

근로시간 단축에 여러 논란 있고 문제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료 가지고 무작정 막아보겠다고만 나서는 것, 이거야말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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