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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 모두의 '최동원상'을 위한 제언

입력 2014-11-12 21:15 수정 2014-11-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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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 모두의 '최동원상'을 위한 제언


11월 11일, 부산에서 제1회 최동원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국내 투수에게 주는 상인데, 첫 주인공은 KIA 양현종 투수였습니다.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부산으로 돌아와 롯데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최동원을 만나기 위해 새벽 일찍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최동원상 시상식을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시상식은 수상자 양현종이 사직구장에 세워진 최동원의 동상에 헌화하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외롭게 서있는 동상 주위로 최동원을 추모하는 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최동원 혼자 4승을 기록했던 1984년 한국시리즈, 그 우승을 함께 했던 포수 한문연과 타자 김용철은 최동원을 추억하며 울먹였습니다.

부산도, 롯데도, KBO도 아닌, 바로 팬들이 세운 '무쇠팔의 사나이' 최동원 동상처럼, 제1회 최동원상도 시민들이 중심이 돼 발족한 최동원기념사업회가 준비했습니다. 진행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행사 도중엔 사회자와 내빈들 멘트가 뒤섞여 울려퍼졌고, 행사장 뒤편에선 마실나온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운동을 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펼쳐졌습니다. 한국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최동원상, 많이 어설펐습니다.

그나마 부산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진행된 시상식은 나았습니다. 롯데 선수단을 비롯한 최동원의 선후배들, 그리고 많은 야구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그래도 진짜 손님들은 부산 전역에서 최동원을 추억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이었습니다. 정장을 차려입고 온 노신사는 강당에 울려퍼진 최동원의 육성에 말없이 눈물을 떨궜고, 최동원의 아들 뻘인 젊은 학생들은 묵묵히 행사 진행을 도왔습니다. 부산은행 직원들도 내려와 입구를 지키며 떠나간 그를 추억했습니다.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는, 아들이 생전에 누렸으면 좋았을 법한 일들을 자신이 대신 누린다며 미안해했고, 또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취재수첩] 우리 모두의 '최동원상'을 위한 제언


한국 최고 권위의 투수상을 표방하고, 살아있을 때부터 전설이었던 최동원을 기리는 최동원상. 첫 시상식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시민의 힘으로 진행됐습니다. KBO에서 온 참석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시상식이 삼성이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둔 한국시리즈 6차전과 같은 날 열리는 바람에, 관심마저 반토막이 났습니다. 최고투수에게 수여한다는 미국의 사이 영상, 일본의 사와무라 에이지상을 참고해 만들어진 최동원상. 팬들의 힘만으로는 최고 권위를 부여하는 게 좀 버거워보였습니다.

롯데 팬들은 고향팀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눈감은 최동원을 생각하면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분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나서서 자신들 만의 손으로 최동원을 추억하고 챙겨주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이런 움직임에 반응이라도 하라는, 한국야구가 나서서 그를 다시 챙겨주라는 속내까지는 숨기지 않았습니다.

시작인 만큼 미흡한 점도,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팬들의 힘 만으로 진행했기에 당연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상의 권위를 높이고, 의미를 지켜가는 건 야구인들의 몫입니다. KBO에 협조요청이 오지 않았다고 자신들이 배제됐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산의 최동원상'이 아닌 '대한민국의 최동원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들을 세웠던 '전설의 명투수'를 기린 최동원상. 제2의 최동원이 되고픈 후배들의 수상이 빛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야구인 모두의 숙제입니다.

송지영 스포츠문화부 기자 jydrea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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