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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프런트가 퇴진하면 롯데가 바뀔까

입력 2014-11-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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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프런트가 퇴진하면 롯데가 바뀔까


오랜 만에 만난 친구가 열변을 토했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때문에 기자들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푸념했더니 오히려 역정입니다. "이제 '롯데'라는 이름을 떼고 '자이언츠'라는 시민구단으로 전환해야 돼. 시민구단이 되면 내가 먼저 100만원이라도 내서 시민주주로 참여한다. 그런 사람들 많을 거야"라고 말이죠. 실현 불가능하지만 시민구단으로 전환하자는 제안. 롯데 열성팬 한 사람의 터무니 없는 주장일 수 있지만, 그 발상 만은 신선했습니다. 구단에 실망을 넘어 분노한 팬들이, 그 만큼이나 롯데의 쇄신을 염원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갈등의 진원지였던 구단 사장과 단장이 물러났지만, 롯데 팬들은 이것으론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라고요. 프런트 퇴진으로 내부 갈등을 급히 덮긴 했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미봉책으로 끝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 친구는 롯데, 아니 자이언츠를 차라리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운영 주체까지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반복되는 롯데 구단의 헛발질에 분개한 팬들, 이젠 프런트 개편은 물론이고 근본적인 개혁까지도 주시할 겁니다.

이번 롯데 사태는 '프런트 야구'의 적폐가 드러난 사례인 동시에, '프런트 야구'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될 겁니다. 야구계에는 아직도 '프런트 야구'와 '감독 야구' 중 어느 쪽이 낫냐에 대한 논쟁이 존재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보여준 롯데의 '프런트 야구'는 잘못이 허다합니다. 구단의 돈줄을 쥐고 있는 프런트가 '갑'으로 행세하면서, 계약 관계인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에 대한 애정을 볼모삼아 팬들까지 '을'로 취급한 셈입니다.

선수들을 동반자가 아닌 통제대상으로 봤기에, 원정지 호텔에서 CCTV로 감시했을 것입니다. 결국 여기서 선수단과 프런트의 갈등이 시작했고, 프런트와 가까운 감독이 부임하면 지금까지의 나쁜 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는 걸 아는 선수들이 집단행동을 한 겁니다. 야구단의 경우 성적이 나쁜 원인은 어떻게 선수단에만 있겠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감독이 잘못했다 치더라도, 그런 감독을 선임한 프런트에게는 책임이 없겠습니까. 결과와 그 원인에 대한 치밀한 분석 없이 책임을 물어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영입하는 식의 안일한 구단 운영이 이번에 부메랑이 되어 프런트에까지 날아든 겁니다.

이번 가을야구의 주인공 중에는 또 다른 '프런트 야구' 팀이 있습니다. 넥센 히어로스. 스폰서 업체명을 팀 명으로 쓰는 이 구단은 수익 면에서도, 성적 면에서도 성공기를 쓰고 있습니다. 프런트는 서건창 박병호 등 재능은 있지만 중용되지 못한 선수를 영입해왔고, 감독은 이런 유망주들을 최고 선수로 키워냈습니다. 강정호 같은 유망주는 트레이드 불가선수로 못박아 전력의 누수를 막았습니다. 프런트와 감독의 철학과 의지가 잘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겁니다.

메이저리그 '언더독'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의 성공을 그린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은 OPS(출루율+장타율)가 좋은 타자들이 득점력도 좋다는 분석에서 착안해 야구단을 개편했고, 좋은 성적을 거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에선 프런트의 좌장인 단장이 팀 색깔을 정하고 그 색깔에 맡는 선수들을 데려다 팀을 꾸립니다. 감독은 단장이 데려온 선수들에 걸맞는 라인업을 짜고 작전을 구사해서 성공기를 씁니다. 프런트가 설계한 야구를 감독이 충실하게 구체화 하는 것. 감독이 선수 영입부터 경기 운영까지 큰 권한을 행사하는 우리와 좀 다르지만, 미국식 '프런트 야구'가 이런 것이라는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불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단장이 감독에게 "출루율이 좋은 선수를 중용하자"고 주장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성공을 거두는 부분입니다. 성공했으니 영화로도 만들어졌겠지만, 만약 실패했다면 팀은 어떻게 됐을까라 하는 의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프런트 야구'라고 해도 기본은 감독과 선수를 존중하면서 팀 워크를 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 전 사장과 단장이 사직서를 낸 다음 날 곧바로 새 사장과 단장을 내정한 롯데가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오광춘 스포츠문화부 기자 gy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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