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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부족하면 감점…상담원들, 회사 감시 속에 고통

입력 2014-11-06 22:01 수정 2014-11-0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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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안을 취재한 이호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상담사들의 실태, 상당히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당초 유서는 어떻게 입수하게 됐습니까?

[기자]

네, 숨진 이 씨는 모두 5장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아버지에게 유서 두 장과, 지인에게 남긴 유서 두 장, 그리고 문제의 유서 한 장입니다.

문제의 유서는 이 씨의 아버지를 통해 받았는데요.

저희가 취재에 들어가자 아버지가 유서를 건네면서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헤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앵커]

남긴 유서가 더 있나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 있습니까?

[기자]

다른 유서들에는 먼저 가서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내용이 주였고, 회사 선배에게 남긴 유서가 좀 달랐습니다.

이 유서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결과를 혼자 책임지고 감내해야 했다고 써 있었는데요.

이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싫어지고 달아나고 싶었다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던 악성 민원인과의 문제로 짐작이 되는데요.

이 씨에게 큰 상처가 됐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앵커]

사측은 이런 내용을 다 부인했죠? 어떤 이유인가요?

[기자]

네, 한마디로 얘기하면 성과급이나 평가로 감점을 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일 뿐,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갑인 고용주 입장과 을인 피고용자 입장이 여실히 드러나는 경우로 보입니다.

[앵커]

다른 직장 동료들도 만나봤습니까?

[기자]

같이 근무했던 직장 동료를 접촉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아예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접촉이 된 동료는 전화 통화도 어렵고 보름 뒤에야 시간이 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통화가 된 한 동료는 "이렇게 전화를 해도 원하는 답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팔은 안으로 굽는다, 우리가 말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결국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유서밖에 없었다는 참담한 내용이네요. 업계에 이게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문제다, 악성 민원인들한테 시달리는 문제라든가, 또 그런가 하면 계속 회사 쪽으로부터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고. 이게 어느 정도 심각합니까?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본 것처럼 굉장히 심각한데 이것을 더 심각하게 하고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회사의 태도입니다.

노동자나 상담사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자료를 준비했는데요.

저희가 한 통신회사의 근무 평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내용이 매우 주관적이었습니다.

판넬을 보시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음성 연출과 관련된 평가 항목입니다.

보시면 상냥, 미소, 친근, 생동감이 묻어나는 음성으로 상담하면 만점인데, 이런 항목들(상냥, 미소, 친근감)이 있더라도 생동감이 부족한 음성으로 상담을 하면 5점이 감점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게 구분이 가시나요?

[앵커]

전혀 구분이 안 가는데요?

[기자]

네, 이게 굉장히 어려운 부분인데, 다음 다른 내용을 또 보겠습니다.

[앵커]

역시 평가표 내용입니다.

[기자]

도입 인사말 부분입니다.

첫 인사말을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신뢰감 있게 미소를 담아서 인사를 하면 만점인데, 첫 인사를 하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 하면 2점이 감점이 되는 거죠.

[앵커]

그걸 또 누가 판단합니까.

[기자]

굉장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평가일 것 같고요.

다음 하나를 더 볼까요. 적극성 부분입니다.

보시면 감점이 되는 부분들이 굉장히 추상적인데요.

반론을 극복하거나 재권유를 하지 않고 고객의 의사에 따라서 평이하게 가입으로 연결이 되면 5점이 감점됩니다.

또 고객에게 해결 방안을 제시했는데 미흡하고 관련 서비스 및 혜택을 적당히 안내를 하면 또 감점이 된다고 합니다.

[앵커]

이걸 그러니까 누가 평가를 하냐고요. 고객이 전화해서 평가해 줄 수도 없는거고, 굉장히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결국 자의적이라는 건 그만큼 어떤 때나 적용이 가능하고 결국 상담사들은 이 평가 기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걸로 해석이 될 수 있는데요.

또 이 같은 평가 점수가는 성과급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회사의 감시 속에서 상담사들이 악성 민원인들을 어렵게 응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저희들도 상담사분들 전화 많이 받잖아요. 다들 친절하시고 상냥하신데 그 뒤에는 이런 아픔이 있다는 것 오늘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이호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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