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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깊은 산속의 '삐라 제작소'…직접 가보니

입력 2014-11-06 22:17 수정 2014-11-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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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거는 대북전단, 그러니까 '삐라'입니다. 대개 삐라는 종이라고 생각하시기 쉬울 텐데 종이가 아니라 비닐로 되어 있군요. 그러니까 이게 잘 찢어지지도 않고 늘어납니다. 찢어지지 않고 물에도 젖지 않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에서 이 삐라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요. 삐라 살포 강행으로 어렵게 조성된 대화 무드가 다시 얼어붙었지만 정부는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삐라를 살포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 정부는 과연 전단 살포 행위를 막을 수 없는 건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강신후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경기도 포천의 작은 마을입니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갑니다.

비닐로 덮인 판잣집과 컨테이너 창고가 나타납니다.

취재진이 수소문해서 찾아간 이곳엔 이민복 씨가 있었습니다.

이 씨는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이란 단체의 '대북풍선단장'입니다.

삐라를 만들고 날리는 게 그의 주된 임무라고 합니다.

이 씨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상자와 마대 자루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대북전단지와 소형 책자, 이른바 삐라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달러와 쌀국수 봉지를 넣는다고 합니다.

북한에 대한민국 경제력을 알리겠다는 겁니다.

이번엔 옆 건물로 가봤습니다.

풍선 작전 지도와 풍향 분석도가 보입니다.

삐라를 원하는 곳에 제대로 투하하기 위한 것입니다.

건물을 나와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 봤습니다.

풍선에 넣을 수소 운반 차량이 있고, 풍선용 비닐도 보입니다.

산속의 판잣집과 창고는 한마디로 '삐라 제작소'였던 겁니다.

삐라 살포엔 타이머까지 동원됩니다.

먼저 3.5kg 정도의 삐라 묶음을 7m 정도의 비닐에 넣은 뒤, 이후 서너 시간 타이머를 설정해 원하는 곳에 떨어뜨린다는 겁니다.

이 씨는 황해도와 강원도 일대는 물론 평양과 평안도까지도 날아간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삐라를 날리려면 수소가스 비용까지 포함해 풍선 한 개당 10만 원이 들어갑니다.

이 씨는 이렇게 만든 삐라를 지난달 10일 연천에서 살포했습니다.

그러자 발끈한 북한은 고사포를 쐈습니다.

한반도엔 급랭 전선이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20일 뒤, 삐라 100만 장을 다시 기습 살포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해 못 살겠다고 말합니다.

[김영순/경기도 포천시 주민 : 불안해요. 자제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하지만 이 씨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이 씨는 삐라가 북한을 변화시킨다고 믿습니다.

[이민복/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 전략미사일, 전략폭격기, 전략 항공모함 전쟁이 일어났을 때 쓰는 것이다. 평화시기에 대북 전략 무기, 풍선입니다. 전략무기이다.]

삐라 살포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또 다른 인물은 박상학 씨입니다.

역시 탈북자 출신이고, 자유북한운동연합이란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북한이 '처단 대상 1호'로 규정할 만큼 눈엣가시입니다.

취재진이 박 씨의 사무실도 찾아가 보려 했지만, 박 씨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박상학/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 그런 것들을 다 어떻게 알립니까. 공개 못하는 거지요.]

박 씨도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의 하나가 삐라라고 주장합니다.

[박상학/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 (대북전단이) 김정은 정권에게 위험한가 하는 것은 김정은이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체제의 모든 걸 걸고 대북전단을 막겠다.]

박 씨는 앞으로도 계속 삐라를 뿌리겠다며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삐라 살포에 나서는 이들은 이 씨와 박 씨뿐이 아닙니다.

정부는 북한민주와추진연합회와 국민행동본부 등 12곳의 단체가 최근 5년간 삐라를 날린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들 단체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최용상/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국장 : 한나라당 국회의원 9명이 삐라를 보낼 때 민간단체도 참여하는 바람이 있어 명의만 올린 것뿐이지 실제로 그 이후에 날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북한인민해방전선 관계자 : 박상학 대표님 쪽에서 삐라를 다 만들고 풍선도 만들고 가스도 그쪽에서 다 하니까 저희들은 그런 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

일각에선 언론 조명을 받는 삐라 살포를 통해 단체의 홍보 등에 활용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민복/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 풍선하는 것은 작업실이 있어야 해요. 그냥 이름으로만 (풍선날리기) 하는 거로 돼 있지. 와서 한 번씩 (퍼포먼스로 해서) 자기 이름으로…]

박상학 씨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박상학/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 대표 : 대북전단을 공개로 보내기만 하면은 또 국민들께서는 대북전단을 보내고 있네. 그러면서 대북전단에 후원이 들어옵니다.]

공개적으로 삐라를 날리고, 이를 언론을 통해 알려야 보수 세력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모으기가 쉽고 단체를 꾸려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삐라 살포를 굽히지 않는 탈북자 출신의 단체들, 그리고 이에 편승하는 보수단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남북 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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