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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 '망연자실'…"답답하고 먹먹하다"

입력 2014-10-31 22:12

"심정같아선 광화문 청사 앞에서 할복이라도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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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같아선 광화문 청사 앞에서 할복이라도 하고싶다"

소방방재청 '망연자실'…"답답하고 먹먹하다"


소방방재청 해체 소식이 전해진 31일 소방공무원들은 사실상 넋을 놓은 채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세종로 정부청사 방재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해체 소식에 말을 잇지 못하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당정청의 밀어붙이기식 해체에 일선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일선 소방 관계자는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할복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멘 소리로 하소연하기까지 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답답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6월부터 외청 독립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요구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해체 소식을 접하니 그동안 노력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볼멘소리를 하고 싶어도 어디다 할 데도 없다. 지금 심정 같아서는 광화문 안행부 청사 앞에서 할복자살이라도 하고 싶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방직인 소방공무원 95%가 국가직화를 원했는데, (당정청이) 이미 써 놓은 각본대로 짜인 상황이라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며 "청장과 차장이 모두 경질된 오늘 방재청도 해체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선 소방관들의 분위기를 물어보자 그는 "그동안 힘겹게 노력해온 것이 일순간 물거품이 되다보니 이제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특정직 공무원이다보니 단체행동을 하면 곧바로 옷을 벗어야 해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다. 안행부는 물론 청와대에 괘씸죄로 걸릴까봐 다들 지켜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외청 독립과 국가직화를 요구했던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 안전행정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안행부의 소방 쪽에 포진해 있고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현장도 모르고 우리의 속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다"며 "그래서 더더욱 일선에서는 안행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이야기 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맡은 임무대로,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만 해 왔는데 외청 독립이 무산되면서 희망이 사라졌다"며 "안행부도 소방 분야를 빼면 행정만 남게 된다. 사실상 반쪽짜리 부처가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가 장관 권한으로 쓸 수 있는 돈이 특별교부세인데, 이를 시도지사에게 줘서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의 동요를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며 "각본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를 아는 이들이) 양심선언을 하면 아마도 놀랠 노자일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경과의 차별성을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원망을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문제를 드러낸 해경 조직과 달리 방재청은 국민들이 생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현장에 곧바로 달려가 몸을 사리지 않고 구했음에도 자신들을 내쳤다는 서글픔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말로 소처럼 일을 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의 곁에서 항상 임무에 충실해 왔다. 해경은 세월호 문제로 해체 논의가 일찌감치 있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며 "고생한 만큼 외청으로 독립해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도 부족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고생에 대한 답이 해체라니 답답할 따름이다"고 호소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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