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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손편지와 '밥'…빈 도시락에 담긴 큰 울림

입력 2014-10-3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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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0일) 뉴스룸이 주목한 단어는 '밥'입니다.

며칠 전 전북 전주시청에 밥과 관련된 손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밥이 너무 맛있어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글씨는 삐뚤빼뚤하지만 고운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편지는 전주시가 아침을 먹을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배달 중인 아침 도시락 수거함에서 발견됐습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이,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사연일 텐데요.

아이들의 밥과 관련된 놀랄만한 결과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혹시 아동양육시설… 과거 고아원이라 부르던 곳에 지원되는 급식단가가 얼마인지 알고 있으신지요?

일반 중학교 급식비가 4천 원이고요. 저소득층 최저급식비 권고 금액이 3500원인데 비해 시설아동 급식비는 최저 급식비에도 못 미치는 2000원입니다.

당연히 식단은 부실할 수밖에 없죠.

아름다운 재단이 지난 1년간 시설아동 84명에게 3500원이 넘는 급식비용을 지원했더니 다른 시설아동들보다 키가 더 많이 자랐고, 체중도 더 늘었다는 겁니다.

앞서 소개한 손편지 학생, 그리고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모두. 점심은 학교에서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고 있겠지요.

그런데요. 앞으로 이 아이들이 조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모자라는 무상보육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부가 4조 가까이 되는 무상보육 예산을 교육청 부담으로 몽땅 돌려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반발하고 있는 교육감들에게 무상급식 예산 5000억 원을 줄이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무상급식이 줄어든다고 해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밥을 못 먹는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것만은 분명할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밥은 밥이되 '눈칫밥'을 먹는, 즉 누군가에게는 눈물 나는 급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백석 시인의 <멧새소리> 중 한 구절입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더 이상 밥이… 누군가에게 서러움으로 다가오는 날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부디 고운 아이의 손편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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