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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황우석 제보' 류영준 교수 "검증 안 된 줄기세포를 아이에…"

입력 2014-10-27 22:04 수정 2014-10-2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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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포츠에서 반칙이나 부정을 저지르면 심판이 이를 적발해 호루라기, 즉 휘슬을 불어 경고를 하고 벌을 주게 되죠. 사회의 부패나 비리 등에서도 이런 '심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휘슬 블로워'라고 하는데요, 우리 말로는 '공익 제보자'라고 합니다. 최근 영화 제보자'가 개봉하면서 진실과 정의를 향한 공익 제보자들의 힘겨운 싸움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27일) 탐사 플러스에선 공익 제보를 억누르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이면을 들여다 봤습니다.

먼저 백종훈 기자가 영화 '제보자'의 실제 모델인 '닥터 K' 류영준 교수를 방송사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2005년 5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치료용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 가치가 수백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논문이 조작됐다는 뜻밖의 제보가 나왔습니다.

이후 방송사 취재와 검찰의 수사로 조작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황우석/전 서울대 교수(2006년 1월) : 더 답변할 수 있는 염치도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참회하겠습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사건은 스크린으로 옮겨졌습니다.

황우석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제보자는 '닥터 K'로 불려 왔습니다.

강원도의 한 국립 의학전문대학원.

취재진은 이곳에서 닥터 K의 실제 주인공, 류영준 교수를 설득 끝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베일 속에 싸여 있던 류 교수는 제보자 보호책 등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처음 방송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그는 2002년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팀에 합류했지만, 논문 조작을 보면서 2005년 언론사와 시민단체에 제보했습니다.

[류영준 교수/줄기세포 논문조작 제보자 : 영화에서나 보는, (지지자들이) 뛰어 도망가기도 하고 차로 추격도 하고 그런 (황 전 교수 측 지지자들의) 위협이 있었습니다. 10년 전 일이지만 (개봉 영화를 보니) 어제 같은 느낌으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보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과 황우석 전 교수 지지자들이 근무하던 병원에 들이닥쳤습니다.

류 교수는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전공을 신경외과에서 병리학과로 바꾸는 등 험난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8년 만에야 다시 연구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류영준 교수/줄기세포 논문조작 제보자 : (경제적으로) 2년 정도 제게 수입이 전혀 없었습니다. 의사가 (병원 그만두면)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몇 개 없습니다.]

류 교수가 제보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뭘까.

난치병을 앓는 10살 아이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황 전 교수팀이 검증 안 된 줄기세포를 아이에게 주입하려는 걸 보고 참지 못했습니다.

[류영준 교수/줄기세포 논문조작 제보자 : 그때 느낀 (황 전 교수측에 대한) 분노는…그 분노의 전달이 공감이 되어서 (진실이 밝혀졌죠.)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살리려는 마음은 얼마나 간절한지 제가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합니다. 황 전 교수처럼 저런 식으로는 안됩니다.]

류 교수는 아직 우리 사회에 할 말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제보자를 돕기는커녕 고립시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류영준 교수/줄기세포 논문조작 제보자 : 소송에 대한 제보자 지원이 일목요연하고 중앙에 컨트롤 타워가 있느냐. 전혀 아닙니다. 그때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닙니다.]

특히 그는 제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곧바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류영준 교수/줄기세포 논문조작 제보자 : 사회를 제보로 바꾸려고 하지 말라. 그것은 제보자 혼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류영준 교수/줄기세포 논문조작 제보자 : 정부주도 세미나 이런 것들에서 연구윤리 확립 중심으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 사료로 쓸 수 있는 백서나 제 시각에서 바라본 줄기세포 사태에 대한 기록 기술은 (추후) 있을 것입니다.]

영훈국제중학교 교사들의 비리를 폭로한 홍진희씨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홍씨는 영훈국제중 관계자들이 학교 입학과 관련해 금품을 받는다고 수사 기관에 제보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관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같은 재단 계열의 고등학교에 다니던 딸의 신원이 공개돼 교사 등으로부터 차별을 받았다는 겁니다.

[홍진희/공익 제보자 : 선생님들의 태도가 돌변하고. (교사가) 볼펜으로 딸의 뒤통수를 치면서. 아이가 충격을 받았죠. 그때 일부 학부형들이 학교 측으로 돌아섰고요.]

결국 홍씨의 딸은 다른 학교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씨는 사법 당국의 무신경한 조치에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홍진희/공익 제보자 : 재판에서 이름이 어떻게 되냐 직업이 어디냐 묻고. 딸이 누구고 이런 것들이 모두 알려지게 됐습니다. 공익 제보자에게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 한국엔 아예 이런 보호가 없구나 했죠.]

전문가들은 보다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강조합니다.

[이상희/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 : 신고자의 개인정보가 조직에 알려지지 않을까 우려가 많거든요. 보호조치를 결정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벌칙(페널티)을 만들어 (적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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