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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제보자, 그들을 슬프게 하는 '법'

입력 2014-10-27 22:05 수정 2014-10-2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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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부 제보자를 보호하겠다고 3년 전 만든 게 바로 '공익신고자보호법'입니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알맹이가 빠져 있는, 다시 말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법이라고 말하는데요.

법의 허점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정진극씨는 한 대기업 계열사의 직원이었습니다.

2012년 회사가 하도급 업체에 대한 지원 실적 등을 부풀린 의혹을 발견했습니다.

일부 간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과 여직원 성추행도 알게 됐습니다.

정씨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돌아온 건 퇴사 압력이었습니다.

[정진극/공익 제보자 : 제가 신고했던 문서의 사본을 다니던 회사의 상무가 들고 와서 당신은 징계 조치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죠.]

회사는 정씨를 닷새 만에 보직해임했고, 20일 만에 해고했습니다.

정씨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내세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보했지만 별다른 보호 조치를 못 받았습니다.

결국 해고상태에서 소송을 제기해 1심 재판에서 승소한 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정진극/공익 제보자 :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신청 한다고 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하는 것보다 기간단축 되거나 더 보호받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이후 3년간 공익제보 9천건을 접수했습니다.

이 중 제보자로부터 받은 보호요청은 40건이었지만, 실제 보호에 나선 건 13건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직장 내 파면, 해고나 전보 등 불이익을 사전에 보호한 조치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권익위는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신고된 9천여건 중 보호조치를 할 만한 내부고발자가 소수였고 접수된 보호요청도 제보와 불이익 간 인과관계가 불분명했다는 겁니다.

또 상당수 제보자들이 신원 노출을 꺼려 익명 신고를 선호하지만 공익신고자보호법상 익명은 아예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우리와 다릅니다.

[나카무라 유토/일본 변호사연합회 부위원장 : 일본에선 익명 제보도 받아 보호합니다. 변호사와 전화나 이메일로 의논하는 체제만 확보가 되면 익명제보가 가능합니다.]

또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보호하는 범위가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이익, 공정경쟁 등 5개 분야의 180여개 법률을 위반할 때로 한정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KT에서 해고된 이해관씨는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와 관련해 회사가 국제전화료로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제보했다가 인사 조치를 당했습니다.

권익위는 이씨의 제보가 보호조치 대상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KT는 전기통신사업법은 보호대상법 180개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복직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해관/공익 제보자 : 벌써 해고된 지 2년입니다. 아무리 (공익제보라고) 인정을 받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실제론 아무런 보호조치가 되지 않습니다.]

[민경한/대한변협 인권이사(변호사) : 불이익조치를 한 기관이 보호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하면 보호조치를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제보자 미보호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이렇게 허점 많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개정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14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언제 통과될 지 기약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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