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기를 구입하는 국방부와 무기를 파는 방위산업체, 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인데요. 국방부가 이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각종 행사용 협찬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정진우 기자입니다.
[기자]
국방부가 방산업체에 보낸 '국군의 날' 행사 협조 요청 공문입니다.
협찬 내용에 기자재와 기념품, 심지어 협찬금까지 들어 있습니다.
형식상으론 협조 요청이지만,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국방부의 요청을 거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협찬에 응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보통 1000만 원씩 협찬하느라 피로감이 크다"며 "해마다 열리는 국방부 행사인데 왜 예산 편성을 안 하고 업체에서 충당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합니다.
[한민구 장관/국방부 국정감사(지난 8일) : 예산이 뒷받침 못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데, 앞으로는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산업체에 대한 '갑의 횡포'는 국방부뿐이 아닙니다.
방산업체에 보내진 또 다른 공문엔 세계군인체육대회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행사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전 육군참모총장이란 점에서 방위산업체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슈퍼 갑인 국방부의 우울한 자화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