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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을'도 아닌 '병'…경비원의 애환

입력 2014-10-22 21:36 수정 2014-11-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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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는 앵커브리핑으로 시작합니다.

오늘(22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丙(병)'입니다.

흔히들 우리 사회를 갑과 을이 존재하는 사회. 갑을관계라고 표현하고 있죠.

여기 갑도 을도 아닌 '병'의 위치에 놓인 이들이 있습니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함께 늘어나게 된 사람들. 집 앞이나 동네에서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마주치게 되는 이웃, 바로 '경비원'입니다.

작년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 전체 경비원 수는 18만 1600여 명. 평균 나이는 예순여섯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최근 경비원이란 직업에 시선이 모아진 이유는 입주민의 모욕적 대우에 상처 입고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한 아파트 경비원의 사연 때문입니다.

상하기 직전의 음식을 먹으라고 화단 아래로 던져주는 등 입주민으로부터 받은 수치심과 모멸감을 견디다 못해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동료 경비원 : 병적으로 괴롭혀요, 우리 경비를…2개월 동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증이 생겨서 약도 복용한 상태였고…]

실제로 전국의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들이 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례는 지난 2010년부터 신고로 인해 알려진 것만 716건에 이릅니다.

아파트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관리인의 뺨을 때리고 인사를 제대로 안 한다고 주먹을 날리고 주차 문제로 다투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일까지 있었지요.

알려진 사례가 이 정도이니 경비원들의 감춰진 모멸감과 설움은 훨씬 더 클 것이란 사실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가해자는 평범한 주민들이었는데요.

여기서 우리가 평소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납니다.

그저 사용자라는 이유 하나로 평범한 사람들이 갑이 되어 부리는 횡포를 경비원들은 갑도 을도 아닌 병이 되어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당한 안타까운 일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통계치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노인 중 63%가 지금 이 순간도 돈을 벌고 있고, 이중 80%는 오로지 생계만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혼노동이 더 이상 비켜갈 수 없는 현실이 되면서 사람들이 사뭇 '낮춰보고' 있는 직업들은 나 자신이, 혹은 내 부모와 가족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면 내 자신이 기뻐지고 누군가를 괴롭히면 내 자신이 괴로워진다. 그것이 바로 마음의 메아리이다."

법정 스님이 남긴 말입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굴뚝에 올라가 시위를 해야 하고 심지어는 몸에 불을 붙이는 사회.

우리가 나누는 마음의 메아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황폐해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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