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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말아톤' 초원이 현실은… 취업난에 '눈물'

입력 2014-10-20 21:25 수정 2014-10-2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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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에 취업 준비생들의 애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모두가 취업하기 어려운 시절입니다. 장애인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교 과정을 졸업한 장애인이 9000여 명인데 30% 넘는 졸업생이 취업도 못하고 진학도 못했습니다. 취업을 해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특수 학교로 범위를 좁혀 보면 올해 졸업 이후 취업자가 1390여 명인데 20%가량이 일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실업자로 전락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장애인을 정원의 2.7% 이상 고용해야 하지만, 삼성은 1.8%, LG는 1.5%에 그쳤습니다.

조승우씨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의 얘기로 대신하겠습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실제로도 그럴까요? 배형진 씨에게 삶은 영화같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라톤도 멈춘지 오래입니다.

먼저 손용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성남의 커피숍입니다.

낯익은 얼굴의 30대 청년이 들어섭니다.

발달장애인의 아픔을 다룬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올해 31살 배형진씨입니다.

곧바로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일을 시작합니다.

[배형진/영화 <말아톤> 실제 주인공 : (주말에 뭐했어요?) 그냥 쉬었어요. (등산 안했어요?) 네.]

빵을 포장하고, 커피를 나르고, 설거지까지 하지만 아직 서툴러 보입니다.

[류성현 점장/올카페 : 형진씨가 2012년 11월부터 근무를 했고요. 처음엔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지금은 형진씨 보러 고객들이 많이 옵니다.]

배씨는 2005년 영화 '말아톤'이 개봉되면서 주인공 초원이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배씨의 힘든 홀로서기는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배씨는 애초 장애인 사업체인 경기도 하남의 악기 부품 회사에 다녔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당시 회사가 어려워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이헌주 상임이사/말아톤복지재단 : 그 업체가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경영난으로 형진씨 어머님이 그만두게 한 것으로 알아요. 마라톤도 힘든 일이니까 지금 안해요.]

그러다 어렵게 복지재단의 도움을 받아 커피숍에서 근무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배씨가 자신을 돌봐주던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면서 가족들 모두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습니다.

[배형진/영화 <말아톤> 실제 주인공 : (어머니와 떨어져 산 건 처음이죠?) 네, 어머니와 떨어질 수 있어요. (외롭거나 힘든 건 없으세요?) 네. (어머니는 주말에 보세요?) 네. (요즘도 마라톤 하세요?) 안하고, 용화산에서 걸어요.]

국내에서 배씨와 같은 발달 장애인은 20만명에 달합니다.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배씨는 운이 좋은 편으로, 대부분 학교를 졸업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족의 부담이 평생 이어지게 됩니다.

[우주형 교수/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 특수학교 졸업생 중에 실제 취업한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취업 대상이 못되는 거예요. 문제는 이들이 어디로 가냐는 거죠.]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가족들까지 나옵니다.

올 3월에는 5살짜리 발달장애 아동을 둔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40대 가장이 비관 끝에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원무 팀장/한국발달장애가족연구소 : 염전 사건 피해자들이 거의 대부분 발달장애인이잖아요. 근본적으로 자립생활정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들입니다.]

그나마 고용이 돼도 차별은 여전합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월급은 109만원이지만, 발달장애인의 월평균 소득은 54만원, 자폐성장애인은 38만원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 문제를 사회 전체의 숙제로 봐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용직 변호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 중증장애인은 사회에서 부양만 하는 것보다 근로 기회를 주게 되면 자존감도 생기게 됩니다. 그래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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