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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수능오류 판결' 1만 8천 수험생, 구제 가능한가?

입력 2014-10-20 22:21 수정 2014-10-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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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수능이 한달도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 작년 수능 문제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지난주가 돼서야 나왔습니다. 해당 문제를 틀린 1만 8천명 중에는 지금 재수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분명 있을 텐데, 보통 문제가 아니겠죠. 그래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건가, 굉장히 궁금한 점이 많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팩트체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어떤 문제가 논란이었는지부터 간단하게 풀어주시지요.


[기자]

네. 문제가 된 건 201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교시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 8번 문항입니다.

A지역인 EU, 그리고 B지역인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고르라는 것이었는데요, 일단 ㄱ은 맞고, ㄴ은 틀리고, ㄹ도 틀립니다.

문제는 ㄷ, EU가 나프타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라는 보기였는데요.

[앵커]

이게 지금 맞냐 틀리냐 하는 거잖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교과서나 EBS 교재 상으로 보면, 2009년 기준으로 EU가 18조, 나프타가 16조…

[앵커]

EU가 많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에 따라서 ㄷ 보기는 맞는 것이 되는 건데요.

그런데 다른 실제 그래프를 보면요, 2012년 기준으로 이 둘의 생산액이 2009년 쯤에 역전이 돼서…

[앵커]

뒤집어졌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12년에는 나프타가 훨씬 총생산액이 많아서, 그렇게 되면 ㄷ은 틀린 답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문제로 돌아가볼까요? 여기 2012년이라고 못박아 놨습니다. 그러니 ㄴ,ㄷ,ㄹ 지문 모두 틀려서 결국 이 문제는 '답 없음'이 되는 겁니다.

[앵커]

지난 번에도 문제가 됐을 때 설명해드린 바 있습니다. 지금 보니까 더 확연하게 느껴지는데 문제는 이게 왜 이렇게 늦어져서 결과가 나온 거냐는 거잖아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왔고, 과거에도 문제 오류가 있어서 그런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논란이 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잘 알려진 사건이 1964년 중학교 입시에서 '무즙파동'이었는데요.

문제에서 '무즙으론 엿을 못 만든다'고 했다가 학부모들이 실제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와 항의까지 했고요, 결국 재판 끝에 정답처리가 됐고, 피해 학생들도 합격 처리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수능과 관련해 이렇게 3번의 출제오류가 있었는데요, 지금과 달랐던 게 채점이 끝나기 전에 당국이 오류를 인정해서 다 정답 처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엔 이렇게 일이 커졌느냐. 일단 평가원이 "교과서에 이렇게 나와 있다"라면서 오류가 아니라고 주장했고요, 또 ㄴ,ㄹ이 너무 확실히 틀린 보기니까 결국 답은 2번 밖에 없다, 이러면서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 겁니다.

그래서 결국 법정까지 간 건데, 1심과 달리 이번 항소심에선 "수험생들이 정답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니 해당 학생의 수능 등급 결정도 취소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앵커]

64년이면, 50년 전의 '무즙파동'은 참 기억하기도 어려운데 잘 찾아냈네요. 그런데 아무튼 그때만 해도 어찌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낭만적인 시절이 아니었던가 생각도 들고요. 이번 문제 때문에 피해를 본 학생들이 분명히 있는데 어떻게 될까요? 과거에는 구제가 됐다고 아까 말씀하셨지만, 이번 학생들이 사실 중요하잖아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봐야 될까요?

[기자]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이번 판결이 난 이후, 소송을 제기했던 학생에게 직접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물론 이 학생은 지난 수능에서 이 문제를 틀렸고요, 교대를 지원했다가 낙방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재수를 하고 있는 학생이었는데요. 학생 이야기 먼저 듣고 가시죠.

[김모 군/수능 출제 오류 피해 학생 : 저 같은 경우는 그 3점짜리 문제를 틀리면 한 등급이 내려가게 되거든요. 제가 아주 근소한 차로 불합격을 했거든요. 4명 정도. 계속 억울했죠. 이 문제 하나만 맞았으면 들어갔을 것 같다고.]

4명 차였으니까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셈이었는데요.

이처럼 김형식 군의 경우에 정상적인 프로세스라면 일단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요, 교육부가 기존 수능등급을 취소하고 다시 등급을 다시 매깁니다.

그러면 대학이 전형을 다시 실시하고, 정원외로 추가합격을 대학에서 시켜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한 학년이 거의 다 되어가기 때문에 지금 이 과정이 다 그대로 지켜져서 될 것이냐 하는 게 문제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대학이 과연 그렇게 해줄 건이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요. 안 시켜줄 경우 소송을 걸어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김형식 군이 지원한 국공립대의 경우 합격, 불합격이 행정처분과 같습니다.

그래서 행정처분의 경우 3달 이내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데, 벌써 성적표 받은지 1년이 다 돼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소송을 내도 힘들 거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고요.

사립대의 경우는 3년 안에 민사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기가 이 한 문제 때문에 떨어졌다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형 중에는 논술도 있고 면접도 있는데, 입증할 수 있겠냐는 거죠.

학교가 선뜻 나서지 않을 경우, 이번엔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고요, 그걸 다 하고 나서 나중에 추가입학하더라도 입학 동기들 다 군대가버리고 없게 생겼으니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생각하게 되는 거죠.

[앵커]

지금 항고심이었고요. 상고까지 가게 되면, 즉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더 늦어지는 상황이니까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가 되어 버리네요, 결과적으로?

[기자]

맞습니다. 평가원에 물었더니 일단 상고 여부는 면밀히 검토해서 결정하겠다는 대답이었고요, 상고까지 가면 더 기약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피해 수험생들은 평가원이나 교육부, 각 대학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인데요. 정부 당국이 어떤 판단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이 학생들 심정 먼저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김형식 군 이야기 마지막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김모 군/수능 출제 오류 피해 학생 : 그때 가면 너무 늦었고 이제 되게 억울하잖아요, 여태껏 그런 게. 입학을 시켜준다고 해도 저 또래 다른 아이들은 최대 3학년까지 다니고 있는데 저는 이제 1학년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상고까지 하게 되면 저는 2년을 잃어버리게 돼요. 이렇게 이겨봤자 그쪽은 그냥 넘겼다 이런 식으로 생각할 거란 말이에요, 그게 저는 너무 억울해요.]

[앵커]

들을수록 안타깝네요.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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