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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보물 1호' 흥인지문도 기우뚱…균열 심각

입력 2014-10-0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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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병들어가는 문화재 탐사 순서입니다. 오늘(6일)은 보물 1호 흥인지문입니다. 저희들이 그동안 첨성대, 반구대 암각화 등 여러가지 문화재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왔는데요. 오늘은 흥인지문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해드리겠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탄 것도 모자라 복구 과정에서도 심각한 부실이 발견돼 충격을 줬는데요.

그런데 이번엔 보물 1호인 흥인지문, 보통 동대문이라고 부르죠. 이 흥인지문 곳곳에서 심각한 균열이 진행되는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미 전부터 징조가 있었다고 하는데, 당국은 아무런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심수미 기자입니다.

[기자]

대한민국 '보물 1호' 조선 초기인 1398년 지어진 흥인지문입니다.

하지만 보물 1호라는 위상이 무색할 만큼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JTBC 취재진은 9년 전, 흥인지문을 정밀 진단했던 전문가와 함께 구석구석을 둘러봤습니다.

문루를 떠받치고 있는 육축, 왼쪽 벽 상단에 9년 전엔 보고되지 않았던 균열이 선명합니다.

표면 일부는 아예 떨어져 나가기까지 했습니다.

[윤원규/2005년 정밀안전진단보고서 작성 : 저 정도 균열이면 (9년 전에도) 표시는 돼 있었을 건데….]

이번엔 아치 형태의 문인 홍예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왼쪽에 원래 있던 틈은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넓어졌습니다.

오른쪽 벽의 돌 이음새 가장자리 곳곳도 푹 패여 있습니다.

[윤원규/2005년 정밀안전진단보고서 작성 : 진동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충격이 가기 때문에 균열이 생겼다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고.]

이번엔 홍예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왼쪽 상단엔 역시 보고되지 않았던 틈이 벌어져 있는 게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입니다.

금만 가 있던 곳은 아예 부서졌고, 살살 만지기만 해도 화강암이 모래처럼 부스러집니다.

'보물 1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병든 걸까.

관리 책임이 있는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은 낡은 흥인지문의 보수 여부 등을 검토하기 위해 2006년부터 계측기를 붙여 놓고 기울기 등을 조사해 왔습니다.

취재진은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그런데 2011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변화가 눈에 띕니다.

성벽을 쌓는데 쓰인 돌의 경우, 2011년 11월부터 기울기가 크게 변하면서 이듬해 1월엔 2.6mm까지 옆으로 기울었습니다.

2~3mm 안팎으로 일정한 흐름을 보였던 돌 틈도 2011년 8월엔 6mm까지 벌어졌습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넓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흥인지문의 이상한 변화.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과 60m 거리에서 진행된 호텔 신축 공사가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흥인지문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한 2011년에 호텔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건립 반대' 여론이 거셌습니다.

하지만 호텔 측은 '암반 발파 작업시 진동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사용하겠다'며 당국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암반 발파가 대부분 끝난 2012년 초, 문화재청은 "공사 작업의 진동이 흥인지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보물 1호는 안전하다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흥인지문에 전해진 발파 진동은 국내 허용치를 넘기도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흥인지문은 한때 초당 2.04mm의 진동을 감지했는데, 국제 기준으로 통용되는 스위스의 역사적 건축물 보호 기준인 1.5mm는 물론, 국내 허용치인 2mm보다도 높았던 겁니다.

[윤원규/2005년 정밀안전진단보고서 작성 : 손상이 누적되다 보면, 특히 돌 자체가 풍화가 많이 발생해있는 상태라 구조적 변형의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 해야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진동보다 더 큰 문제로 지하 수위를 지목합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흥인지문은 고종실록에도 보면 제일 '어려운 공사'였다고 해요. 연약 지반에 나무 말뚝을 해서 건축을 올렸기 때문에… 물이 빠져 나가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거든요.]

현재 흥인지문 바로 아래에는 지하철 1, 4호선 역사가 있습니다.

1984년 2.4m였던 흥인지문 지하수위는 지하철이 생긴 뒤 꾸준히 낮아져 2006년엔 8m 안팎까지 내려 갔습니다.

그런데 호텔 공사가 시작되면서 2012년에는 수위가 최저 12m를 기록했습니다.

지하수위와 함께 지반이 점차 낮아질 경우, 흥인지문 균열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문화재위원 : (흥인지문 지반은) 10m 정도가 흙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밑에야 좀 단단한 돌인 풍화암이 자리하고 있어요. 지하수가 빠져 나가고 (지하수위가) 내려가게 되면 지반의 상황이 변해서 침하가 불가피해져요.]

[조정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진동이나 지하수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검토가 필요합니다.]

문화재청은 흥인지문의 최근 상황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상시 계측값이 2012년 8월 이후부터 안정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고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김왕직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문화재전문위원 : 안정화돼 있으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측정을 했더니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는 저항력을 버티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하면 일시에 무너지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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