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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페놀 유출을 놓고 쏟아진 포스코의 납득 못할 해명들

입력 2014-10-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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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페놀 유출을 놓고 쏟아진 포스코의 납득 못할 해명들


지난달 23일, 첫 보도가 나간 뒤 지역 주민 A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출연해 설명한 '사고 원인'이 문제였습니다. 사후에 조사해 보니, 지하 구조물을 부실하게 지어 페놀 등 오염물질이 가득한 땅 밑 응축수 연결 배관에 균열이 생겨 유출됐다는 설명이었는데요. A씨 얘기인즉슨, 포스코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았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애초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여전히 의문인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측 조사내용을 인용한 건,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부실 시공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납득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굳이 이 얘기를 꺼낸 건, 포스코를 향한 지역 주민들의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섭니다. 언론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한 주민은 웃으며 "이 지역 소식은 대관령을 넘지 못한다"고 뼈 있는 농을 건네더군요.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는데도 "진짜 보도되는 거 맞냐"고 몇 번씩 물어보는 분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때 일입니다. 포스코 측이 조사해 내놓은 '오염물질 유출량'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유출 시점으로부터 하루 약 3.9톤씩 4일간 총 15.7톤이 땅 속으로 퍼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측 주장은 달랐습니다. 강원도가 해경에 고발한 유출량은 3개월 간 모두 353.7톤입니다. 이런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지역 환경청은 포스코 측이 제시한 유출량만 문서에 옮겼다 호된 질책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유출량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지하 오염이어서 정확히 산출하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포스코 측이 작성한 정밀조사보고서에는 오염량으로 페놀 27톤과 석유계 오염물질인 TPH 287톤이 기록돼 있습니다. 적어도 포스코 측이 처음 제시했던 유출량보다는 많은 규모입니다. 불신은 그저 생겨난 게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말 '봐달라'는 이중적입니다. '시선을 옮겨 봐달라'는 사전적 의미보다 '잘못은 했지만 넘어가달라'는 사회적 의미로 더 자주 쓰이곤 합니다.기자들이 자주 듣는 말은 후자일 겁니다. 죄는 밉지만 한번 봐줄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경범죄인 노상방뇨를 떠올려보죠. 상습적이라면 문제겠지만, 만취해 한번쯤 실수한 거라면 뭐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 않을까요. 대신 과태료는 내야 될 겁니다.

포스코가 일으킨 환경사고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역대 최대급 페놀 오염 사고인데다, 취재 결과 '페놀 중독' 진단을 받은 주민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사고 이후 1년 이상 사실상 현장을 방치해왔습니다. 그사이 오염은 계속 확산됐고요. 이건 어느 일방의 주장이 아닌 포스코가 내놓은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현재 포스코는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호법' 15조 위반 혐의입니다. 벌칙 조항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사고 친 내용에 반해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취재 초기만 해도 '설마'란 생각이 앞섰습니다. 세계적인 철강회사, 국민기업을 표방하는 포스코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더 열심히 자료를 들여다봤습니다. 그 자료들, 다시 말하지만 죄다 포스코가 내놓은 것들입니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정답일 때가 더 많다는 사실을 포스코가 되새겼으면 합니다.

사회1부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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