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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하성 교수 "피케티 이론, 한국경제 현실에 안 맞아…이해 안 돼"

입력 2014-09-23 22:31 수정 2016-03-04 13:46

"한국경제논쟁…국민 삶의 현살과 동 떨어져"

"한국이념을 넘어서 객관적 통계에 기반한 논쟁 기대"

"한국, 투자가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 급격히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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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논쟁…국민 삶의 현살과 동 떨어져"

"한국이념을 넘어서 객관적 통계에 기반한 논쟁 기대"

"한국, 투자가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 급격히 떨어져"

[앵커]

올가을 출판계 화두는 단연,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관련 서적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는데요.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국내에서 처음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장하성 교수도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진단한 한 권의 책을 발표했습니다. 어제(22일) 저희가 소개해드린 바 있는 피케티,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의 주장과 사뭇 상반되는 내용도 담고 있어 화제이기도 합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의 장하성 교수, 오늘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나겠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앵커]

책을 저는 몇 권 내신 줄 알았더니 이번이 첫번째 책이시더군요.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네, 그동안 여러 번 책 쓰라는 권유가 있었는데 정말 한국 경제에 대한 진지한, 그리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그런 책을 쓰고 싶어서 좀 참고 있었습니다.]

[앵커]

공부를 안 하셨던 건 물론 아니실 테고. 알겠습니다. 아무튼 모처럼 이렇게 처음으로 책을 내셨는데 하필 그게 요즘 한참 화두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고, 또 피케티도 오고 해서 더 많이 얘기되지 않았습니까? 마치 타이밍을 딱 맞춘 것처럼 돼버리고 말았는데, 그래서 비교도 많이 되고는 합니다. 주로 빈부격차 같은 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에 대한 방법론, 여기서 조금 차이도 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 부분도 좀 얘기를 나눠야 될 것 같고 또 장 교수님이 본의든 타이든 정치쪽에도 일정부분 관련을 맺고 있으셨기 때문에,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 얘기도 이따 시간 되면 조금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답답한 것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였다, 뭐가 답답하셨습니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사실 이 경제는 국민 모두의 매일매일의 삶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이야기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에 관한 논쟁을 보면 보수 우파는 자기의 기득권 지키기의 논리에 의한 논쟁을 하고 진보좌파는 이념에 너무 매몰돼 있거나 또는 굉장히 대중영합적인, 그래서 사실은 국민의 삶의 어떤 현실과는 동떨어진 논쟁. 또 하나 놀라운 건 이번 피케티 논쟁에서도 보듯이 우리나라 현실이 아닌 미국과 유럽의 현실을 가지고 한국의 경제를 논쟁하는, 그런 게 굉장히 답답했죠. 그래서 정말 철저하게 한국 경제의 현실에 기반하고 이념이 아닌 이념을 넘어서서 정말 정확한 객관적인 통계에 의해서 무엇이 왜곡된 것이고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가, 이걸 좀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었고 또 그러한 논쟁들이 한국 경제를 기반한 논쟁들이 이 책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 새로 이뤄졌으면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건 좀 두고 봐야 될 일이고요. 피케티 말씀하셨으니까 요즘 피케티에 대한 질문을 워낙 많이 들으실 것으로 생각되고 해서 혹시 짜증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또 드리겠습니다. 빈부격차를 줄이려면 부자들한테 지금보다 훨씬 높은 세금을 물려야 된다. 동시에 글로벌 자본사회를 도입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이 아마 지금 장 교수께서 생각하시기에 일부분 동의도 하시고 또 일부분은 동의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어떤 겁니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요. 자본세 문제인데요. 피케티 교수가 자기 책에 자본세를 이야기한 첫 부분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거는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이걸 채택할 수 없다.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 그걸 논쟁을 하는지 저는 그게 오히려 이해가 안 되거든요. 그건 피케티 교수 자신이 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상하게 그걸 가지고 논쟁하고 있고 정작 한국 경제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왜 생겼는지, 그거를 해소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번 피케티 논쟁에서 없는 걸 보고 저는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그러면 그냥 구체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부자들한테 지금보다 훨씬 높은 세금을 물려야 된다. 그건 맞습니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당연하죠. 왜 그러냐면 지금 현재 누진구조를 보면 굉장히 약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전체 상위 1%에 해당되는 개인들의 소득세를 보면 실제 법에는 38%세율을 매긴다고 돼 있지만 실제 내는 세율은 23.5%밖에 안 됩니다.]

[앵커]

이것저것 다 빼고 공제되면 그렇게 되죠.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더 놀라운 건 상위 3%가 10% 세금을 안 내고 있습니다. 이건 통계입니다. 한국의 현실이고. 뿐만 아니라 개인소득세만 아니라 법인세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10조의 이익을 냈다, 그리고 법인 세율이 지금 예를 들면 22%, 200억 이상 돼 있는데 삼성전자 지난 4년간 낸 법인세의 실제 세율은 지난 4년의 평균을 보면 한 15, 16%밖에 안 됩니다.]

[앵커]

그건 사실 그동안에 많이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죠.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기본적으로 소득이 많이 발생한 개인이 됐든 법인이 됐든. 거기에 대해서 과세를 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현실성이 없다라고 말한 자본세를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게 저는 이해 안 되는 거죠.]

[앵커]

다시 말하면 피케티가 얘기한 글로벌 자본사는 맞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그건 제 이야기가 아니라 피케티 교수 스스로가 자기 책에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여기서 그거 가지고 논쟁을 벌이느냐?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그렇습니다. 왜 이 아까운 시간에 그걸로 시간 낭비를…]

[앵커]

더 이상은 여쭙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알겠습니다.]

[앵커]

규제 완화 부분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굉장히 강력하게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요. 그런데 또 필요한 규제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고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당연히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관피아 이야기하듯이 어떤 규제 때문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규제 때문에 고용이나 이런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지금 전경련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규제 문제, 예를 들면 정부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을 분석을 해 보면 투자와 관련된 규제에 대한 내용은 극히 적습니다. 두번째는 지금 현재 고용이 안 되고 있는 건 투자가 안 돼서 고용이 안 되는 게 아닙니다. 투자는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전체 GDP에서의 비중이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최근에 건설업이 좀 줄어든 걸 제외하면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전체 OECD 국가 중에서 비중이 두 번째로 높습니다. 그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냐면 제조업은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고 더 중요하게는 투자가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 기여도가 최근에 급격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슨 이야기냐 하면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한다고 해서 고용이 늘지 않는데 자꾸 투자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리고 두번째는 경제성장이 투자를 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금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 최근에 전체 투자의 90% 이상이 해외입니다. 그거는 삼성전자가 우리 국가를 위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산업 구조는 그대로 두고 전경련에서 자꾸 이야기하는 투자와 실제 관계없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투자가 이루어진다거나 불평등이 해소된다거나 고용이 늘지는 않는다…]

[앵커]

책에서 눈여겨본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자본주의를 말씀하시면서 민주주의를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이유로 엮으셨습니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왜 그런가 하면은요. 자본주의는 속성 본질이 불평등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불평등이 자본주의를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그러나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자본주의를 부정하게 됩니다. 그것을 균형으로 가져오는 힘이 민주주의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는 자본의 편이고 자본은 불평등을 만드는 근원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평등에 근거하고 있고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노동으로 삶을 누리는 것이지 자본으로 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힘으로 자본이 정의롭게 작동하는 그 제도를 정치계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앵커]

그래서 안철수 의원과 잠시나마 같이 하셨습니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그렇습니다, 사실.]

[앵커]

그런데 왜 잘 안 됐던가요?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봐야죠.]

[앵커]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그거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고 봅니다. 제가 뭐 조금만 보태면 지난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저는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습니다. 보수였고 오랫동안 대통령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진정성이 있다, 이분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민주화를 실천
하겠구나, 이렇게 저희는 믿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당선된 이후로 단 한 번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고 취임한 지 1년 반이 됐는데 부총리가 두 번 바뀌고 해서 최근에 그나마 최경환 장관이 초과내부보유세 이야기를 했는데, 새누리당 대표가 바로 반대하고. 그러니까 이 정권이 1년 반이 지났는데도 경제민주화는 관두고 경제를 살릴 방향성조차도 지금 흔들리고 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최경환 부총리의 초과내부보유세에 대해서 찬성하시는 모양이군요.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제가 책에 그 제안을 구체적으로 했는데 우연히 최경환 장관이 그걸 제안을 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안 의원과의 그 당시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는 짐짓 답변을 피해 가신 측면이 있는데요, 더는 여쭙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일이기도 하고요. 시간도 다 됐습니다. 시간이 더 되면 나중에라도 한 번 더 모시겠습니다.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 : 네, 반갑습니다.]

[앵커]

고맙습니다. 장하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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