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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평일면회'로 병영문화 개선?…'수박 겉핥기' 비판

입력 2014-09-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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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자식 보낸 부모님들, 곧 입대 앞둔 장정분들, 잘 보십시오. 이게 바로 한민구 국방장관이 오늘(1일) 전군에 내려보낸 제1호 지휘서신입니다.

'최근 병영 내에서 발생한 반인권적 사망사고', 즉 윤 일병 사건 때문에 내려보낸 거죠.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쓴 지휘서신인 만큼 200자 원고 35장 분량으로 내용 구구절절합니다.

주요 내용 보실까요? "인간 존엄성 짓밟는 병영문화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좋습니다. "강한 군대는 인권보장에서 시작됨을 인식해야 한다" 지당하십니다!

그런데 목에 가시처럼 턱 걸리는 문장이 있네요. "신세대 전우는 어려움 없이 자란 젊은이들이다. 모독행위를 당하게 되면 극단적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이거 가혹행위에 따른 결과를 피해자들의 유약함으로도 돌리는 듯한 '물타기성 발언' 아닌가요?

장관부터 이런 생각 갖고 있어서일까요? 이 지휘서신 하달에 맞춰 국방부가 내놓은 대책들도 의심스러운 것투성입니다.

먼저 이 중에 24시간 군과 가정 간 소통 대책의 '허와 실' 한번 보시죠!

"자, 계급별로 자유롭게 통화할 휴대전화 주니까 사이좋게들 나눠쓰도록! 근데 구형전화기라서 인터넷은 안 되고 음성통화만 되니까 그리 알고!"
"(아이…같은 이등병이긴 한데 나보다 3개월이나 고참인데 전화기를 달라고 어떻게 하지? 그래도 이대로 맞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저…김 이병님 저 전화기 빌려주시지 말입니다…"
"왜? 어제 기합받은 거 엄마한테 이르려고? 이게 미쳤나~"

군대에서 제일 무서운 게 같은 계급 내 고참이란 말이 있는 만큼 이러지 말란 법 없습니다. 현역병들 얘기 들어보시죠!

[A병사 : 계급 내에서도 좀 먼저 들어온 애들이 많이 쓰겠죠, 웬만해선. 먼저 들어온 애들이 (휴대전화) 잡고 있으면 뺏을 수가 없죠. 병장들이 4대 다 쓸 것 같아요.]

자! 다음 상황, 평일 면회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한번 보시죠.

"야! 어제 청소 개판이더구만! 장난하냐? 일과시간 끝났다고 다가 아니다잉! 군대는 내무생활이야! 확!"
"저…이 상병님…근데 오늘 저녁에 애인이 면회를 오기로 해서 말입니다. 청소 열외 좀 해야 하겠는데 말입니다…"
"아…면회…그러셔요…아무튼 요즘 것들은!"

이것도 그냥 상상이 아닙니다. 일과 중 훈련보다 힘든 게 내무생활이거든요.

역시 현역군인들 얘기 들어보시죠.

[A병사 : (부모님께) 오시라고 안 할 거 같아요. 일과 끝나고 오시면 오후 5~6시 되거든요.]
[B병사 : 일과 끝나고 점호하고 그럴 때까지 한 3~4시간밖에 없는데 (평일에 면회) 그렇게 하기에는 비효율적입니다.]

국방부가 내놓은 나머지 대책도 다들 이 수준입니다. 그래서 국방장관님이 하신 말씀, 고스란히 돌려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오늘 지휘서신 중에서 발췌해 발제 내용 정리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중적 처방에만 머물고 근본적인 해결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오늘 발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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