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종차별에 과잉무장 대응 … 미국 치부 다 보여줬다

입력 2014-08-20 02:00 수정 2014-08-20 02:00

인구 33%인 백인이 공권력 장악
흑인 경찰 6%뿐 … 뿌리깊은 불신
주 방위군 투입에도 시위 계속돼
어제 2명 총상 … 시위대 31명 체포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구 33%인 백인이 공권력 장악
흑인 경찰 6%뿐 … 뿌리깊은 불신
주 방위군 투입에도 시위 계속돼
어제 2명 총상 … 시위대 31명 체포

인종차별에 과잉무장 대응 … 미국 치부 다 보여줬다18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경찰들이 시위 중이던 흑인 남성을 제지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 요청으로 18일 퍼거슨시에 도착한 주(州) 방위군. [AP·로이터=뉴시스·뉴스1]

"주 방위군 투입이 질서를 되찾아 줄 수는 있어도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USA투데이는 18일(현지시간)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가 퍼거슨시 사태 해결을 위한 주방위군 투입을 발표한 후 이렇게 보도했다. 1주일 이상 지속된 폭력 시위의 원인이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사망 사건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분석과 함께다. 미국의 언론은 퍼거슨시 사태가 미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의 총체라고 보고 있다. 인종 차별, 취약한 지방정치, 그로 인한 위기관리와 리더십 부재 등 감춰졌던 치부가 미국인에게조차 생소했던 소도시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밤에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시위 참가자 2명이 총상을 입고 31명이 부상했다고 AP 등 외신은 전했다. 경찰은 시위대 총상이 경찰의 총격이 아닌 시위대 내부 총격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종차별에 과잉무장 대응 … 미국 치부 다 보여줬다
 퍼거슨시는 인구 2만 1000명의 작은 도시다. 그 중 63%가 흑인, 33%가 백인이다.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른바 '권력'에선 철저히 소외됐다. 시장도 백인이고, 6명의 시의원 중엔 단 1명이 흑인이다. 교육위원 6명 중 5명이 백인, 1명은 히스패닉이다. 경찰의 6%만이 흑인이다.

 백인이 장악한 공권력은 인종적 편견과 결합해 부당한 대우를 낳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교통 경찰의 정지 명령 86%가 흑인에게 내려졌고, 체포된 사례의 92%도 흑인이었다. 퍼거슨시는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비슷한 규모의 인근 도시보다 범죄 발생률이 낮고 안정적인 중산층 도시다.

 흑인에 대한 과잉 단속은 경제적 불평등으로도 이어졌다. 더 잦은 단속으로 흑인이 더 많은 범칙금을 물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시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교통 범칙금과 관련 벌금으로 충당하는 퍼거슨시에서 흑인이 더 큰 부담을 안는다는 의미다. 단순 인종 차별이 아니라, 권력 안에서 차별이 구체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인종 차별을 논외로 한 지방 공권력의 취약성과 리더십 부재도 '마이클 브라운'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경찰 출신인 스탠포드 대학 후버 연구소의 조셉 맥나마라는 "퍼거슨시의 대응은 모든 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반복해 불신을 키우고 경찰의 과잉 무장으로 시위대를 자극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또 비상사태 선포와 주 방위군 투입 등 주요 결정을 내리는데 우유부단했다.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 유혈 사태 땐 폭력 시위 발생 사흘 만에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이런 상황은 공권력에 대한 최악의 불신을 낳았다. 경찰의 공식 해명을 믿지 않는 브라운의 유가족은 별도 부검을 실시했고, 시위대는 "미주리 경찰과 함께 해 온 주 방위군을 믿을 수 없다"며 "연방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사이 인종 갈등을 극대화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세인트 루이스시에선 브라운에게 총을 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은 '미디어의 희생양'이라며 그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선 그를 위한 모금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쿠클럭스클랜)는 "흑인 범죄자에 대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흑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시위대에 "폭력과 약탈은 정의 실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경찰의 과잉 대응에도 우려를 표했다. 20일엔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퍼거슨시로 직접 향한다. 홀더 장관은 퍼거슨시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에 나설 예정이다. 미 언론은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대응에 나서고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까지 개입한 것을 두고 사태 관리에 실패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연방정부조차 퍼거슨시와 미주리 주정부의 공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언론은 더 직접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현 상황이 퍼거슨 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어디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대통령이 퍼거슨시로 직접 달려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만이 위기관리의 실패와 불신의 확산을 해결하고, 인종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퍼거슨시 시위대 일부도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이곳으로 당장 와 달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홍주희 기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