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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퍼거슨시 사태,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 총체"

입력 2014-08-19 18:46 수정 2014-08-2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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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방위군 투입이 질서를 되찾아 줄 수는 있어도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USA투데이는 18일(현지시간)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가 퍼거슨시 사태 해결을 위한 주방위군 투입을 발표한 후 이렇게 보도했다. 1주일 이상 지속된 폭력 시위의 원인이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사망 사건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분석과 함께다. 미국의 언론은 퍼거슨시 사태가 미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의 총체라고 보고 있다. 인종 차별, 취약한 지방정치, 그로 인한 위기관리와 리더십 부재 등 감춰졌던 치부가 미국인에게조차 생소했던 소도시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퍼거슨시는 인구 2만 1000명의 작은 도시다. 그 중 63%가 흑인, 33%가 백인이다.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른바 '권력'에선 철저히 소외됐다. 시장도 백인이고, 6명의 시의원 중엔 단 1명이 흑인이다. 교육위원 6명 중 5명이 백인, 1명은 히스패닉이다. 경찰의 6%만이 흑인이다.
백인이 장악한 공권력은 인종적 편견과 결합해 부당한 대우를 낳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교통 경찰의 정지 명령 86%가 흑인에게 내려졌고, 체포된 사례의 92%도 흑인이었다. 퍼거슨시는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비슷한 규모의 인근 도시보다 범죄 발생률이 낮고 안정적인 중산층 도시다.

흑인에 대한 과잉 단속은 경제적 불평등으로도 이어졌다. 더 잦은 단속으로 흑인이 더 많은 범칙금을 물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시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교통 범칙금과 관련 벌금으로 충당하는 퍼거슨시에서 흑인이 더 큰 부담을 안는다는 의미다. 단순 인종 차별이 아니라, 권력 안에서 차별이 구체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인종 차별을 논외로 한 지방 공권력의 취약성과 리더십 부재도 '마이클 브라운'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경찰 출신인 스탠포드 대학 후버 연구소의 조셉 맥나마라는 "퍼거슨시의 대응은 모든 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반복해 불신을 키우고 경찰의 과잉 무장으로 시위대를 자극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또 비상사태 선포와 주 방위군 투입 등 주요 결정을 내리는데 우유부단했다.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 유혈 사태 땐 폭력 시위 발생 사흘 만에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이런 상황은 공권력에 대한 최악의 불신을 낳았다. 경찰의 공식 해명을 믿지 않는 브라운의 유가족은 별도 부검을 실시했고, 시위대는 "미주리 경찰과 함께 해 온 주방위군을 믿을 수 없다"며 "연방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사이 인종 갈등을 극대화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세인트 루이스시에선 브라운에게 총을 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은 '미디어의 희생양'이라며 그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선 그를 위한 모금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쿠클럭스클랜)는 "흑인 범죄자에 대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흑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고, 경찰의 과잉 대응에 우려를 표했다. 20일엔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퍼거슨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미 언론은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사태 진화에 나서고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개입한 것을 실패의 인정으로 보고 있다. 연방정부조차 퍼거슨시와 미주리 주정부의 공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언론은 더 직접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퍼거슨시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더 이상 브라운의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며 "현 상황이 퍼거슨 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어디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대통령이 퍼거슨시로 직접 달려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만이 위기관리의 실패, 불신의 확산을 해결하고, 인종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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