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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행 비행기 안 기자회견서 교황, "中 방문 생각 있냐" 질문에

입력 2014-08-19 17:51 수정 2014-08-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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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일본군의) 침입 때 소녀였던 이들이 경찰서로 끌려갔고 착취를 당했다"며 "그런 고통에도 존엄성(dignity)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노예 상태(enslaved)"란 표현도 썼다. 4박5일 간의 방한 일정을 끝내고 로마로 돌아가는 대한항공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기내 기자회견에서다. 명동성당에서 열린'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직전 위안부 피해자들을 일일이 위로할 때 소감이 어땠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교황은 한국의 근현대사 고통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했으며 분단을 겪고 있다"며 "역사적 고통에도 존엄성을 잃지 않은 민족"이라고 했다. 이어 미사에 앞서 군사분계선(DMZ)으로 사용됐던 철조망으로 만든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선물로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분단의 고통이 상당하다는 걸 나는 이해한다"며 "분단이 끝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비행기가 이륙한 지 30분 만인 오후 1시30분 기자실이 있는 곳을 찾았다. 순방 전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약속대로였다. 한국 기자를 시작으로 영어·불어·이탈리아·스페인어·독일어권 기자 순으로 돌아가며 질문을 받았다. 두 바퀴 돌았을 때 교황의 경호를 맞고 있는 젠다르메(경찰)가 "끝날 때"란 신호를 보냈다. 교황은 기자들에게 "충분했느냐"고 물었고 "좀더 하자"는 반응에 더 머물기를 자청했다. 결국 15명의 기자가 질문했다. 교황이 떠날 때 시계는 오후 2시31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교황에겐 이날 건강 문제부터 세계 분쟁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로한 걸 두고 정치적 행보란 시각도 있다.

"인간적 슬픔 앞에서 마음이 하라는 대로 따른다. 나는 성직자다. 내 몇 마디 말이 치료제가 될 순 없다는 걸 안다. 죽은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힘을 준다. 연대다. 나는 이걸(세월호 추모 리본 배지. 교황은 기내에서도 착용하고 있었다)을 계속 하고 있다. 연대의 의미로다. (패용한 지) 반나절쯤 지났을 때 어떤 이가 '떼는 게 낫겠다. 당신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인간적 슬픔 앞에선 중립적이 될 수 없다."

-미군이 이라크 테러리스트의 인종학살을 막기 위해 폭격을 하는데 승인하나.

"부당한 침략자는 중단시키는 게 합법적이다. 나는 폭격하라 전쟁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중단하라고 할 뿐이다."

-중국의 영공을 통과한 첫 교황이다. 중국을 방문할 생각이 있나.

"중국 영공에 들어가기 전 조종실에서 (알이탈리아) 조종사들과 함께 있었다. 영공 진입 10분 전이었다. 조종사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비행허가를 받는 과정을 지켜봤다. 조종사들이 '이젠 (교황이 시진핑 주석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는) 전신을 보내겠다'고 하더라. 난 자리로 돌아와 고결하고 지혜로운 중국인들에 대해 기도했다. 내가 중국에 가길 바라냐고? 물론이다. 내일이라도. 우린 중국을 존중한다. 동시에 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것도 정당하다."

-다음 방문지론 어디를 희망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완벽한 스페인어로 '희망은 마지막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통일에 대한 얘기이긴 했다. 어디든 희망할 수 있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내년엔 필리핀에 가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도 초청을 받았다."

-명예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의 관계는.

"자주 만난다. 집에 지혜로운 할아버지가 계신 것 같다. 교회를 이끄는 게 어려울 때가 오면 나도 같은 결정을 하고 싶다(그는 세 번이나 이런 표현을 썼다)."

-강행군이었다. 평소에도 거의 휴식을 취하지 않는데.

"통상 집에서 쉬는데 최근 읽은 책이 '당신의 신경증과 잘 지내기'다. 나는 신경증이 조금 있다. 매일 마테차를 먹으며 관리한다(웃음). 쉴 땐 늦잠도 자고 책도 더 읽고 음악도 더 듣고 기도도 좀 더 한다."

-엄청나게 인기다.

"주님의 백성이 행복해 하니 주께 감사하다. 내 내면적으론 나의 죄, 실수들을 생각하려고 애쓴다. 나는 이게(인기)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2년, 3년. 처음엔 두렵기도 했다. 이젠 사람들을 위해 실수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황은 기자실을 떠나며 "이제 성모 마리아에게 갈 것"이라며 "원래 한국을 상징하는 색깔의 장미꽃을 가져오려 했는데 교황청대사관 밖에서 한 소녀가 꽃다발을 들고 있더라. 그걸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황은 로마에 도착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찾아가 소녀의 꽃다발을 봉헌했다.

교황전세기=고정애 특파원 ockham@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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