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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5회] '관피아 척결' 로비스트 합법화가 대안?

입력 2014-08-18 00:18 수정 2014-08-1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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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사실 예전에는 노골적으로 현금을 수억 원씩 주고 받았던 일 기억하실 겁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에 이런 불법 정치자금 관행이 사라지긴 한 건데요, 하지만 돈으로 법을 사고 파는 달콤한 유혹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외국처럼 아예 법으로 엄격하게 정한 틀에서 로비스트 제도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로비스트 양성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과 여전히 우려되는 문제점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음성적 형태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관련 인력 구조는 해다마 늘고 있습니다.

국내 4대 로펌에 소속된 전직 고위관료는 132명.

대부분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제 관련 기관 출신입니다.

최근에는 외교부와 안전행정부 등 다른 부처 출신 전직 관료들도 로펌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광재/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 기업 과장들이 여기 상주하잖아요. (그래요?) 상주한다고요. (어디예요?) 국회에 상주해요. 이것도 네거티브 입법 로비라고 보는 게, 이 사람들의 활약과 전경련의 활약으로 인해서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입법이 참여정부 이후에 수없이 입법이 됐는데 돌려막기, 꼬리물기 이런 것들…. 다 좌절된다고요.]

전직 관료가 재취업할 때 거쳐야 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하는 비율은 겨우 7%.

특히 논란이 되는 건 퇴직 관료들에게 주어진 역할입니다.

대부분 '고문'과 '전문위원' 등의 명함을 달고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질적인 업무 영역은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로비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로비를 합법화하고 로비스트를 정식으로 양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난달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식 로비스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퇴임한 고위 관료들 상당수가 대기업과 로펌 등에 취직해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고액 임금을 받고 있는 만큼 무작정 막기보다는 차라리 합법화시켜 관리를 하자는 겁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로비스트 합법화 시도가 이미 세 차례 있었습니다.

이은영 전 통합민주당 의원도 지난 2006년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발의했습니다.

음성적인 로비가 만연한 만큼 차라리 공개리에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 전 의원은 로비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관행이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이은영/전 열린우리당 의원 : 로펌이 지금 음성적으로 입법 과정에 로비를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저는 그걸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음성적이라는 게 문제이고요.]

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가 음성적으로 만연하다 보니 보좌진에게 황당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은영/전 열린우리당 의원 : 국회의원들 본인이 음성적인 향응이나 금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사건이 작은 경우에는 보좌관을 통해서 그런 경우를 접하고, 또 그런 로비를 많이 물어 오는 보좌관이 유능한 보좌관으로 평가받는 그런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양성적인 로비가 절실하다는 주장의 요지는 사회 갈등을 제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로비스트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사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워싱턴 정가의 뒷얘기를 실감나게 그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입니다.

기업이나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가 정치인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미국의 로비스트는 법적인 권한과 책임 등을 갖는 합법적인 직업입니다.

로비를 원천적으로 불법화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대조적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 차례 미국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을 만나봤습니다.

[김창준/전 미국 하원의원 : 국회의원들이 노출이 돼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 보면 이런 유혹을 받게 됩니다. 뭐 별 거 아니니까 좀 도와 달라. 그중에는 나쁜 의미가 아니라 들어보니까 옳은 얘기이고 '그 정도면 내가 도와줄 수 있지 않나' 이런 겁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내가 이해가 갑니다. 그럴 수도 있죠. 이런 유혹을 막아주는 게 로비스트입니다.]

미국의 로비스트들은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법안을 바꾸기 위해 의원들에게 접근합니다.

직접 법안을 만들어 국회의원에게 입법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김창준/전 미국 하원의원 : 국회의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두 알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뭐 신인가. 듣고 보니까 그럼 도와줘야지. 그래서 몇 번 만나고 법안까지 작성해서 이렇게 하면 된다. 로비스트들의 활동이 큰 도움이 되는데, 우리는 이상하게 로비스트가 무기를 파는데 중간에서 돈이나 받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옛날에. 그건 로비스트가 아니라 브로커죠, 브로커.]

미국 로비스트들은 주로 의회 주변에 사무실을 차립니다.

의뢰인은 주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이익단체나 기업들.

로비스트는 의뢰인의 주장을 의회 내부 사정을 감안해 현실적으로 다듬습니다.

그리고 의원에게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로비스트들도 이 과정에 개입합니다.

로비스트들은 의뢰인과 의회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의회는 로비스트들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법안이 완성됩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막상 입법로비 합법화가 꼭 필요한 단체에서도 섣불리 합법화를 주장하진 않습니다.

[노환규/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협회가 하는 일의 거의 80% 이상이 제도와 관련 된 것을, 악법을 막아내거나 잘못된 것을 고치거나 하는 건데. 저희는 이제 입법로비가 불법화돼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참 애로사항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것을 합법화해야 되느냐, 지금 불법화인데도 이렇게 많은 음성적인 로비들이 진행이 되고 있는데….]

학연과 지연, 혈연 같은 연줄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선 외국의 경우보다 부작용이 더 심해질 거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노영희/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아무리 본인들 이름 써서 등록시켜놓고 '난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활동하겠다' 해도 그 이면에, 그 사람들을 만나서 어떤 식으로 로비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알 수가 없어요. 이건 상당히 안일한, 그리고 순진한 발상이라는 거죠.]

법이 결국 돈의 지배를 받을 거라는 겁니다.

[김삼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 : 전관예우라든가 회전문 인사 등 여러 가지 인사시스템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고위공직자가 로비스트가 돼서 기업을 위해 활동하게 되면 현재 나타나는 약자라든가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과연 로비활동을 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또 등장하는 거죠.]

[노영희/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로비스트들이라고 하는 사람이 중간에 낌으로 인해서 돈이 들어간다는 거잖아요. 그럼 그게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정당한 이해당사자들의 정당한 청탁 내지 정당한 권리 청원이라 하더라도, 로비스트들이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 사람들 고용하는 것도 돈 들고. 그 사람들 움직이면서 쓰는 게 다 비용이잖아요. 돈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어요, 앞으로 뭐든지. 돈 있는 사람만 변호사 될 수 있고 돈 있는 사람만 로비스트 될 수 있고.]

불법적인 유착관계가 형성돼도 현실적으로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노영희/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더 중요한 건, 그런 유형적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사실 쉬워요. 근데 문제는 무형적인 대가, 혹은 즉시적이지 않고 장기적 측면에서 제공되는 대가, 상호간에 주고받는 공생관계의 유지, 이런 것들은 찾아내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때문에 미국에선 부작용을 막을 견고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의원을 만날 때마다 기록을 남겨야 하고,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땐 자격이 박탈되는 건 물론 엄한 처벌도 받습니다.

[김창준/전 미국 하원의원 : 우리가 미리 알아봅니다, 변호사들한테 괜찮은 건지. 가장 로비스트들을 조심하는 것이 국회의원들입니다. 휘말려 들어가지 않을까. 그런데 자기들도 라이센스 뺏길까봐 그렇게 안 하니깐 피차. 자기도 조심하고, 나도 조심하고 그러니까 거기에 비리가 있을 수가 없죠. 피차 망하는 건데. 그리고 (한국)같이 끈적끈적한 인맥은 없으니까.]

김 전 의원은 로비가 불법인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은 로비스트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창준/전 미국 하원의원 : 우리나라에는 로비스트가 없느냐, 많아요. 큰 로펌마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들이 와글와글해요. 누구냐. 옛날에 국세청에 있었던 사람, 금융감독원, 높은 사람들이 이른바 '관피아'라고 해요. 높은 사람들이 다 로펌에 가서 변호사가 아닌데 뭐 하겠어요, 거기서. 이런 게 로비스트입니다. 로비스트가 있잖아요, 불법이지만 뻔히 아는 사실인데 이럴 바에는 아예 합법화시키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로비 합법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반대 의견이 거셉니다.

[김승권/서울 강북구 : 우리나라 정치와 잘 맞을까 의문이 들고, 단계적인 시험은 해볼 수 있겠지만 당장은 사실 어렵지 않나. 일단 지금은 어렵다, 반대다….]

[김성기/경북 상주시 : 힘없는 사람들은 더욱 더 힘없이 살 것이고, 돈이나 권력 있는 사람은 더욱 더 합법적으로 살 것 같아요. 그래서 별로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결국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만 로비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반대의 핵심 논리입니다.

하지만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혜정/서울 용산구 : 로비스트가 합법화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로비스트들의) 활동이나 그런 환경이 공개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정대/서울 성동구 : 로비스트 자체를 없애야 된다는 건 아니고 정당하고 공정하게 하면 권장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로비 합법화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우리의 진정성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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