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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가족이 만난 교황…"너무 큰 슬픔에 기뻐할 수 없었던 처지가 답답"

입력 2014-08-15 22:40 수정 2014-08-1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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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5일)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 11명이 교황을 직접 만났습니다. 미사 직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유가족들은 교황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관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교황은 미사에서 유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직접 달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38일 동안 약 900㎞의 도보순례를 마친 단원고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도 함께했습니다. 이호진 씨는 내일 교황께 직접 세례를 받기로 했다고도 하는데요.

어제 말씀드린 대로 오늘 이호진 씨와 함께 그동안의 도보순례 여정과 교황을 만난 소회를 잠시 청해 듣겠습니다. 지금 제 옆에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안녕하세요.]

[앵커]

건강은 어떠십니까?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상당히 안 좋다고 보면 되고요. 건강할 리가 없죠. 56살 먹어서 900km 걸었으니까요.]

[앵커]

오늘 교황을 직접 뵀는데, 처음부터 교황을 뵙기로 하자 하고 출발하셨었잖아요. 오늘 직접 이렇게 뵈니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교황님을 뵌 소감은 처음에는 상당히 좀 설레었습니다. 그거는 숨길 수 없었던 거고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보게 되면 그게 참 크나큰 영광으로까지 비칠 수 있는 건데, 지금 제가 교황님을 뵌 목적은 따로 있었고 너무 큰 슬픔이 지금 앞에 있는 상태기 때문에 영광이라기보다는, 상당히 좀 교황님을 뵈면서도 기뻐할 수 없었고 그런 내 처지가 좀 답답했습니다]

[앵커]

내일 세례를 직접 해 주시겠다고. 그래서 내일 아침에 찾아뵙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내일 아침 7시에 교황청 대사관에서 교황님께서 직접 세례를 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오늘보다도 내일 더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아마 세례를 주시고는 바로 물러가시지는 않으실 거고 한두 마디 정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주실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앵커]

어떤 얘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까?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아무래도 유가족인 입장이기 때문에 세월호에 관해서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제가 교황님한테 여쭤보고 싶은 건 구조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서 살 수 있었던 304명의 천사들이 하늘로 다 올라간 것 아닙니까? 그 사건이 만약에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났다면 교황님은 과연 뭐라고 말씀을 하셨겠습니까? 그렇게 제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앵커]

어떻게 답을 주실지 저도 함께 좀 궁금해지는군요. 사실 지금 상황은 두 분의 아버지들께서는 도보순례를 힘겹게 아무튼 마치셨고, 또 다른 아버지들은 단식을 하고 있고. 그러나 뭐랄까요, 특별법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통과가 안 되고 있어서 진상규명을 바라는 가족들한테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세월호 참사의 정국 대안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결국은 여당과 야당인데 야당이 너무나도 못했습니다, 이번 시국 대안에. 실명을 거론하기는 상당히 그럴지 모르지만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상황이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정신 차리고 비전을 제시했으면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선거를 말아먹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서 벌어진 재보선에서도 역시 똑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11:4는 엄청난 충격이죠. 말이 11:4지 결과적으로는 14:1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 결과가 나오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특별법을 또 한 번 말아먹은 결과 아닙니까? 유족이 정말로 분노하는 이유는 박영선 대표가 합의를 본 특별법의 원안이 노심초사한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너무나도 무성의하고 그렇게 특별법을 그 안을 가지고 합의를 볼 것 같으면 뭐 때문에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나 하는 겁니다. 진작에 합의를 봐버리지.]

[앵커]

알겠습니다. 어차피 특별법이 여야 관계 속에서 합의되고 해야 하는 그런 문제니까 정치 쪽의 얘기를 안 하실 수 없어서 하신 걸로 이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이후 허전하실 것 같습니다.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상당히 좀 허탈감이 많이 밀려올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기분은 많이 있는데 마지막 도보를 끝내고 힘이 좀 있었고 체력이 받쳐진다고 했으면 더 걷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더 걸을 데는 없고 체력은 다 떨어지고 상당히 허탈했습니다.]

[앵커]

짤막하게 한 40여 일 동안의 여정이었는데 제일 잊지 못할 순간이랄까요. 모든 순간들이 그랬겠습니다마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특별법이 합의되기 이전에는 보람과 희망이 사실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잃고 그것도 모자라서 유족이 6kg에 이르는 십자가를 메고 900km를 걷는다면 하늘도 이거는 알아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희망과 보람도 느끼면서 걸었었는데 특별법이 이제 무산되는 바람에 그동안 피땀 흘려 걸었던 모든 시간들이 정말로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공허함은 감출 수 없었는데, 순례 끝나고 마련된 작은 음악회가 있었거든요. 그 음악회에 정말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고 또 거기 참석하신 뮤지션이나 연주가들도 이름 있는 분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나와서 분위기를 그렇게 맞춰서 한 곡, 한 곡 정성을 다해서 연주하시고 저희 두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관객이 무려 400여 분 정도가 됐습니다, 성당에서 했는데. 그 잔잔한 감동이 이번 세월호 2,000리 마무리를 짓는 가장 아름다운 정점이 아니었나 그 생각을 해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 : 네, 감사합니다.]

[앵커]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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