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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4회] 땜질식 복구에 제2의 우면산 사태 우려

입력 2014-08-1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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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너무 무기력하다'는 유족의 얘기가 귓전에 계속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 없는 애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서울시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서둘러 복구공사를 했는데요. 정확한 원인 분석도 없이 무작정 공사를 시작한 탓에 제2의 우면산 사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방방재청이 복구 공사의 보완 사항을 요구했지만 이미 속전속결로 복구를 완료해 1차공사가 끝나버린 상태였습니다. 엉터리 보고서로 유족을 울린 서울시가 묻지마 공사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자]

가볍게 등산복을 입은 이들이 우면산을 오릅니다.

도심과 가깝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주민들 뿐 아니라 멀리서도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3년 전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평화롭기만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여전합니다.

[박동진/서초동 주민 : 일반 시민들이 봤을 때도 조금 외관상에만 너무 치우치지 않았느냐 하는 그런 우려가 되긴 돼요. 제가 항상 다니던 산이니까 더 심적인 부담이 많았죠.]

주민들이 지적하는 건 다름 아닌 등산로 바로 옆 산사태 이후 새로 설치된 배수로.

[김효덕/서초동 주민 : 홍수가 나면 많이 떠내려오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보수는 잘 해놨는데 보다시피 배수로가 없잖아요. 어차피 홍수가나고 그러면 물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에 또 다시 넘치거든요.]

산 정상부터 바닥까지 매끈하게 이어진 모습이 마치 스키장을 연상시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비와 흙은 이 배수로를 타고 내려옵니다.

[안형준/건국대 건축학과 교수 : 물이 흘러내리면 고속도로예요 물고속도로, 샥 내려온다고 이거 잘못된 거예요 어떤 산이든 어느 정도는 물을 함유하고 있다가 내보내야 하거든요. 근데 그대로 있다가 밑에 아파트가 만약에 하수관들이 막혀있으면 범람할 수 있죠.]

산사태가 난 후 설치된 사방댐도 소용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안형준/건국대 건축학과 교수 : 거기를 좀 치환시켜서 물을 좀 먹으면서 이게 유지될 수 있도록 이런 조치라면 물도 막으면서 밑으로 내려오지도 않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빠지고. 그냥 졸속으로 빨리 해버렸단 말이야 무너진 걸 막기 위해서.]

배수로 설치로 물과 토석류가 너무 빨리 흘러내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조원철/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 물도요, 산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 가까이 있는거 먼저 내려가게 하고. 그다음꺼 차례대로 내려가도록. 좀 지그재그, 한꺼번에 모이지 않고. 지그재그 하는 방법이 수로 가운데에 큰 거석을 심어 놓으면 물이 부딪혔다가 옆으로 갔다가 왔다가 갔다가 하면은 몇 초 차이가 나거든요.]

실제 현장에서 배수로를 살펴보니 배수로의 규모에 비해 저수지와 댐의 규모가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폭우가 쏟아질 경우 이 댐이 도시로 내려가는 물과 토사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면산 복구 TF팀에 참여했던 전문가조차 이같은 복구 조치가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이진한/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벌써 조사할 때는 복구 작업이 들어갔던 거고 복구 작업을 했어도 만일 이런 자료가 나왔으면 이거에 의거해서 다시 조사를 해서 복구조사를 보완하던지 이렇게 됐어야 했는데 그런게 전혀 없었고요.]

이 교수에 따르면 우면산 산사태 보완조사때 지질요소와 지형요소를 반영해 산사태가 어디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제출했습니다.

[이진한/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이쪽 지역에 지질을 보면, 화강암하고 편마암으로 이뤄져 있어요. 이게 편마암이고, 이게 화강암이거든요. (이것도) 화강암인데 종류가 다른 화강암이고, 그런데 편마암이 풍화가 심해요 화강암보다. 왜냐하면 운모가 많아서 그래요. 운모가 많으면 쉽게 흙으로 풍화되면서 비가오고 그러면 쉽게 흙으로 변해요. 점토질이 흙이나. 그래서 지반이 이쪽보단 약하죠. 그래서 보시면 산사태도 이쪽보다는 여기 편마암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거든요.]

이렇게 분석한 자료는 복구공사에선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진한/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서울시에서는 여기에 막대한 돈을 들여서 복구작업을 했는데 이러한 지질요소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복구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 복구작업이 과연 타당성이 있느냐, 아니면 진짜 효율성이 있느냐라는 것은 상당히 의문시 되고 있습니다.]

공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반발합니다.

[서울시 관계자 : 산에서 내려오는 배수로는 보셔서 아시지만 굉장히 넓게 돼있잖아요. 용량이 크게 돼있어서 산에서 오는 빗물을 배출하는데는 충분한 용량으로 돼있어요.]

하지만 우면산을 매년 찾아 분석해온 한 일본 전문가는 배수로 자체가 인근 지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계라고 지적합니다.

[기무라 마사노부/기후대학 응용생물과학부 교수 : 지금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작년에 우면산 공사현장을 봤는데요. 흘러내려오는 물을 터널을 통해서 내보내고 있어요 아직도. 그러면 저번이랑 똑같은 일이 벌어져요. 터널 입구가 막히면 반대쪽 아파트로 흙이 흘러내리죠.]

집중 호우엔 오히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근우/강원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 계곡은 이렇게 좁지만 지방하천에 가면 넓어졌다가 국가하천에 가면 커지듯이, 우면산도 마찬가지에요. 산꼭대기에서 이렇게 조금씩 넓어지다가 주택단지가 이렇게 넓어졌어야 되는데, 이걸 (배수)관으로 묶어놨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걸 지금 넓힐 수가 없잖아요, 다 들어내야 하는데. 그러니까 이게 당연히 문제가 되는 거죠. 하류로 갈수록 집수면적이 커지면 하폭도 넓어져야 돼요. 그게 상식이지 않습니까.]

실제 산림청이 만든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면산에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기존에 피해를 입었던 아파트 단지쪽으로 물이 흘러가게 됩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교수가 앞으로 더 위험한 지역이 남아있다고 앞서 보고서에서 강조했지만 배제됐다는 겁니다.

[이진한/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우리가 그나마 가지고있는 데이터로, 우리가 지질조사해서 사면, 붕적층 두께 같은 걸 다 해서 제일 위험지역들을 해본 거예요. 그래서 이쪽 칼라가 높아질 수록 위험한 건데 보시면, 저번에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지역이 열 몇군데 잖아요. 다 위험하다고 본곳에서 일어났거든요. 안일어 난곳은 예술의전당하고 국악원쪽만 제하고는 다 된데서. 그래서 우리가 주장했던게 여기도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도 지적됩니다.

[안형준/건국대학교 건축대학장 : 우면산 볼때마다 화나는 게 거기 배수로 천지죠 산이. 보세요. 그게 아름다운 산입니까? 그 옆엔 예술의 전당 있어요 거기서 보면 꼴불견이죠 제가 건축가로 봤을 때. 정말 얼마든지 거기에 경관도 생각하고, 거기에 합당한 시설이. 그건 아니라고 보는 거죠.]

외국의 경우 산사태에 대한 보수가 우리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전체 면적의 60%가 자연구릉지인 홍콩은 한해 수백 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급기야 1972년에는 산사태로 71명이 사망해 최악의 산사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산사태 사고 현장을 보존하고 지형을 면밀히 분석해 수백개의 배수로를 만들었습니다.

원인분석도 나오기 전에 보수공사를 하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긴급하게 복구를 했을까.

당시 복구작업이 시작된 건 사고가 터진 지 한달도 안된 8월말, 원인 분석 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박원순 시장이 성역없이 진정성 있게 한다고 해서 도와달라고 해서 들어갔어요. 서울시 TF팀으로 산사태. 들어가서 보니까 이미 원인 조사도 문제가 있는데 원인 조사 뿐만 아니라 앞으로 복구 공사, 앞으로 예방 공사하는 거하고 전수 조사 라는게 있어요. 들어가서 보니까 1200억 공사가 시작이 됐더라고요.]

11월에는 우면산 산사태가 난 지 3개월 만에 산사태는 '천재'라고 결론내린 보고서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원인 분석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산사태가 난 곳은 모두 12곳이었지만 보고서에서 분석된 곳은 4곳에 불과했고, 125년만의 강우량이 만든 천재라고 서둘러 결론을 내립니다.

공사는 9월에 시작됐지만 사전 심의 요청이 11월에 들어가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당시 심의에선 88개의 사항을 지적받았지만 공사는 계속됐고, 2차 원인 분석이 착수하지도 않은 시점인 2012년 6월 1차 공사가 완료돼버린 겁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2011년도 11월달에 소방방재청 심의을 봤는데 심의가 안됐잖아요. 엉망이라고. 엉망이에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방송에 나와서 레고 블럭, 초등학생이 레고 블럭한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요.]

공사 주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됩니다.

산사태가 나기 1년 전 이미 우면산은 태풍 곤파스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데 이 복구공사를 '산림조합'이 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1년만에 또다시 산사태 피해가 났는데 이 복구공사를 또다시 '산림조합'에 맡긴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 : 복구공사를 할 때는 긴급성이 있었잖아요. 그때는 산림조합에서 했는데 대규모의 공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데가 거기라고 본 것이죠.]

하지만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이 교수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1200억 원이 생겼어요. 제가 보기엔 세월호에 대면 언딘 있잖아요. 이미 자기 업체가 들어와요. 수의계약으로. 이미 짜져있어요. 자기네가 공사할 것도 판이 짜져있는 상황이에요. 공사 공법까지도 딱 정해져있어요. 업체도 정해져있고 600억 원.]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은 커녕, 복구조차 졸속으로 이뤄진 우면산 산사태 사건.

지난 8월 5일 오전, 취재진은 우면산 산사태로 둘째 아들을 잃은 송씨를 찾았습니다.

사건이 터진 후 산속으로 들어간 송씨, 이젠 염색도 하지 않을 정도로 세상에 무관심합니다.

하지만 아들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는 손에서 떼지 못합니다.

[송모씨/유가족 : 여름 캠프 갔다와서 그날 (오전) 2시경에 갔대요. 2시 정도에 도착해서 자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젊은 아이들이니까 늦잠도 많잖아요.]

당시 폭우가 내려 집이 떠내려갈 정도였지만, 잠든 아들을 깨워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송모씨/유가족 : 전날부터 비가 많이 왔다면 '어느 지역은 다 대피해서 내려가세요' 해야죠. 아무 그런것도 없었잖아요. 대책도 없었잖아요. 그래놓고 어떻게 하늘 탓을 해.]

송씨가 아들을 떠나보낸 보덕사 인근은 당시 1차 보고서 조사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습니다.

[송모씨/유가족 : 왜 1차 조사때도 4군데만 해보고 내가 산에 가보니까 "여기 했습니까?" 했더니 안 했대요. 우리가 뭘 원하는거야. 잘못된 거. 잘된 거 밝히라는 건데.]

3년이 지났지만 아들에게 받은 마지막 선물은 아직도 열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송모씨/유가족 : 중국, 지금도 나는 지금도 그걸 못 먹어. (어떤 걸요?) 중국 가서 차를 사가지고 보냈더라고. (집에요?) 대전에 택배로 해서 보냈더라고. "엄마, 아빠랑 이 차 타먹고 건강해야돼" 차도 못 먹고 항상 갖고 있어요.]

그렇게 작은 아들을 보낸 송씨에게 남은 버팀목은 2살 터울의 큰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송씨의 희망이었던 큰아들은 서울시가 보고서를 발표한 후 나흘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모씨/유가족 :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할지는 전혀 몰랐어요. 동생이 너무 의지를 많이 했던터라 둘이. 그래서 더 견디지 못 했던 것 같아요.]

아들과 함께 들었던 마지막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송모씨/유가족 : 나도 계속 그 노래를 많이 듣고, 운전할때도 듣고 다니지만, 천국에 있는 동생 생각을 많이 했나보다 해요. 나는 정말 왜, 정말 우리 아들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한번 볼 수 있으니까. 난 그 마음으로 지금도 그 기대로. 정말로 내가 최면 됐을 때 우리 아들들하고 엄마하고 정말. 그게 정말 희망이에요.]

[우면산TF 관계자 (2013년 11월 공청회) : 120년 빈도의 강우가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천재다 라는 게 다른 모든 것을 지배해버려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냐면, 공군부대, 발파 다 문제 있었는데. 설사 서울시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120년 빈도 강우에 의해서 모든 사람이 묻혀버리거든요.]

[서울시의회 관계자 (2013년 11월 공청회) : 이런 보고서 있습니까? 여태까지 대한민국 역사 이래 이런 보고서 있습니까?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왜 이렇게 꼼수를 씁니까?]

[우면산TF 관계자 (2013년 11월 공청회) : 저희가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까? 유족들은 이 상태에서 마무리하길 원치 않는다. 따라서 2차를 마무리하지 말고….]

[서울시 관계자 (2013년 11월 공청회) : 과업은 종료 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과 검증을 거쳐 나온 결과다.]

[송모씨/유가족 : 나 우리 아들 천국에 가서 우리 아들 볼 수만 있다면 나 괜찮아요. 세계로 퍼트리세요. 이거 1차 보고서하고 2차 보고서하고 보내세요. 세계로. 토목 저기 한 사람들. 제자들까지 다 보내세요. 학교에서 공부하시는 후계자들한테까지 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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