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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선풍기 켜도 뜨거운 바람만" 영등포 쪽방촌 가보니

입력 2014-08-0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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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이런 무더위를 맨몸으로 버텨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게는 간신히 몸을 누일 한 칸 방안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이른바 쪽방촌 사람들인데요, 오늘(1일) 하루 종일 영등포 쪽방촌에 나가있는 이가혁 기자를 연결합니다.

이가혁 기자!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대로, 그곳에 계신 분들은 올 여름도 무더위를 맨 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취재를 다니다보면 주변에 관청 같은 공공시설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좀 더위를 식히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 쪽방촌은 그야말로 '몸 하나 뉘일 방만 있다'고 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방안에 있지 않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밖으로 나가 다리 밑이나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방안에 냉방장치가 전혀 없다고 봐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저희들이 더위가 절정이던 오후 2시 서울시내 사무실은 온도는 26.5도였고요. 아파트 실내 온도를 재봤더니 29도, 같은 시각 쪽방촌 방안의 온도는 32~34도였습니다.

그런데 방이 좁은데다 대부분 창문도 없고, 당연히 바람도 통하지 않다보니 체감 온도는 글쎄요, 그냥 '찜질방 같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오늘 낮 폭염경보가 내려진 쪽방촌을 직접 다녀봤습니다.

+++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 가운데 한 군데인 영등포 쪽방촌입니다.

이곳에는 508가구, 60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 이곳 주민들은 조금 더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이렇게 통로 양끝으로 이렇게 문들이 빼곡하고 이 가운데 한 군데를 들어가보면 이렇게 성인 남성이 간신히 누울만한 공간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온도를 살펴 보면 31.1도입니다.

바깥 기온보다는 조금 더 낮지만 보시다시피 창문이 전혀 없고 방 안에는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냉방장치가 없기때문에 조금만 있어도 상당히 덥게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차라리 낮 시간에는 바깥에 나가서 나무그늘에서 바람을 쐬는 게 낫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쪽방촌 초입에는 그저 그늘 아래 가만히 앉아 더위를 식히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인근 교회에서 차가운 식수를 집집마다 나눠주지만 무더위 앞에 2~3시간만 지나면 냉기가 사라질 정도입니다.

이곳 주민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월 46만원가량을 정부로부터 받아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2008년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뒤 허리 통증과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는 37살 김모 씨 역시 이 가운데 1명 입니다.

[김모 씨/쪽방촌 주민 : (여기 월세는 얼마나?) 21만원 정도요. 고시원에 갔다가 다시 왔어요.]

김씨는 일을 시작하고 수입이 생기면 이 정부 보조금이 끊기니 당분간은 일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2층에 있는 쪽방 상황은 더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6개 쪽방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군데를 들어가보겠습니다.

이 방은 제가 누우면 머리와 발끝이 닿을 정도로 매우 좁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로로는 손 양끝이 닿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온도를 측정해보면 34.1도, 그러니까 1층 방보다 약 3도가량 더 높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창문이 있지만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또 환기도 잘 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벽을 만져보면 시멘트 벽이기 때문에 외부열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곳은 선풍기가 1대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방 주인인 43살 백모 씨는 "선풍기를 틀면 거의 뜨거운 바람만 불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저희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백모 씨/쪽방촌 주민 : (선풍기가 있긴 있는데?) 너무 더운 바람이 나와서 트나 마나에요. 똑같으니까. (열대야에는 어떻게 주무세요?) 바깥에서 돗자리 깔고 자고 방은 저녁엔 비워놓는 거지.]

낮 시간대 폭염에 이어 열대야가 예정된 오늘 밤, 백씨는 또 돗자리를 가지고 거리로 나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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