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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했던 아이들, '어른 말'만 믿고 끝까지 기다렸다

입력 2014-05-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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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 박수현 군의 마지막 사진은 또 하나의 안타까움을 저희에게 안겨줍니다. 앞서 공개된 영상에서는 탑승객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객실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하는 안내방송이 확인된 바 있는데요. 세 번째 편지에는 눈길을 붙드는 모습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구명동의인데, 단원고 학생들이 선원들의 안내 방송을 얼마나 믿고 의지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이유정 기자입니다.

[기자]

배가 침몰을 시작한 직후, 아이들은 천진난만합니다.

일부 학생들이 걱정스런 마음에 구명조끼를 찾지만 오히려 놀림을 당할 정도입니다.

[누가 구명조끼 좀 꺼내와 봐.]

[아, 뭘 꺼내?]

안내 방송 지시에도 척척 따릅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잠시 후,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방송이 연이어 나옵니다.

[구명동의를 착용 가능하신 승객 여러분께서는 구명 동의를 착용해 주세요.]

아이들은 안내방송을 따릅니다.

구명조끼가 없는 친구에게 양보도 합니다.

[야 00야, 00꺼 없어. 받아와야돼.]

[내 것 입어.]

[너는?]

[나? 가져와야지.]

그리고 30분 뒤 박예슬 양이 촬영한 영상에서 또다시 안내 방송이 들립니다.

[현재 구명동의를 착용하신 승객분들께서는 필히 구명동의의 끈이 제대로 묶여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찍힌 박수현 군의 사진엔 구명동의를 입은 친구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안내 방송에서 하라는 대로 끈을 단단히 묶었습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구명동의를 느슨하게 걸쳤던 아이들이 이제는 끈으로 단단히 묶은 채 탈출 안내방송만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안내 방송이 하라는 대로 전부 따랐던 아이들은 너무 말을 잘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끝내 배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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