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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0회] 세월호 비극,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입력 2014-04-21 14:32 수정 2014-04-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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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다음날 아침. 해양경찰 관계자가 나타나자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비온다고 XX, 어떻게 할거냐고.]

격양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합니다.

[이 XX들아, 뭐야. 가라 XX들아.]

사고 당일 저녁 약속했던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자 울분을 터트린 겁니다.

하지만 아무 구조작업이 또 하루가 지나고, 구조에 대한 희망이 점점 멀어지자, 분노는 이제 절박함으로 바뀝니다.

[빨리 구조작업을 하자고.]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시신이 들어오고, 아이의 이름을 확인할 때는 결국 절망에 빠집니다.]

오열하고, 분노하고, 실신하고, 결국 아이들을 품은 바다만 쳐다보는 가족들.

[빨리 좀 와.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이들을 분노와 절망으로 몰아넣은 건 누구일까.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 딸을 구조해 달라며 하소연하는 문모 양의 아버지에게 전화번호를 건네받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저녁 10시쯤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문씨는 "딸이 처음에는 구조자 명단에 있어서 진도의 하수구까지 뒤졌는데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구조 명단에 딸 이름이 있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실제로 사고 초기 발표한 구조자 명단에는 문 양의 이름이 올라 있었던 상황.

재난대책본부가 진도로 옮겼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 : 구조자 명단에 아직도 나오는데 애 어디 갔어.]

해군과 해경의 구조 인원이 몇 명이 동원됐는지, 현재 구조 인원은 몇 명인지 사고 현장에는 상황을 알 수 있는 현황판 하나 없습니다.

[실종자 가족 : 정말 지휘라든지 상황실에 대한 환경을 잘 만들지도 않으면서 구조작업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정부 혼선은 사고 당일부터 예견됐습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후 2시. 사고대책본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구조자를 368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경옥/안전행정부 차관 : 현재 구조자는 368명입니다. 다시 신원 확인해서 정확한 인원에 대해서는 다시 발표하겠습니다.]

대형 참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1시간 만에 구조자 숫자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구조된 사람이 368명이 아니라 164명, 실종자 수는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이경옥/안전행정부 차관 : 구조가 164명, 사망이 2명, 실종이 294명으로 구조인원 368명에서 164명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중복계산된 것으로….]

대책본부는 이어 6시 30분이 돼서야 사망자가 3명, 실종은 292명, 구조된 인원은 164명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오락가락한 건 실종자 숫자만이 아닙니다.

최초 477명으로 알려졌던 탑승자 숫자는 469명, 459명 등 세 차례나 바뀌다가 최종 475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틀 후 476명으로 한 명 늘어납니다.

구조자 숫자도 당초 179명에서 5명이 줄어든 174명으로 수정했습니다.

정부는 여러 기관이 구조에 참여하면서 구조자 이름이 중복 집계됐다며 스스로 착오를 인정했습니다.

[안중해/탑승자 가족 : 본부가 어디있냐, 총괄본부가 어디있냐’니까 체육관에 있대요. 체육관에 가니까 군청2층에 있대요. 여기서 안되니까 .우왕좌왕 하고 아무것도 안돼.]

가족들을 더 애타게 만드는 구조 소식도 마찬가지.

지난 18일엔 사고가 난 지 처음으로 사고 선박의 식당칸에 구조대가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생존자가 추가로 나올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겁니다.

그러나 1시간 뒤, 선체 진입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경이 발표를 뒤집었습니다.

재난대책본부도 그제서야 구조대가 선체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또한번 실종자 가족을 울리는 정부의 혼선.

[김석진/안전행정부 대변인 : 혼선이 있었다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해경 브리핑에서 하는 부분만 정부 입장임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입장에 구조까지 지연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감정도 격양됩니다.

[실종자 가족 : 해수면에서 18시간, 그게 인간 생존능력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우리 애들 18시간이 아닌 24시간이 지나가버렸어. 거기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


[실종자 가족 : 해경에서는 지금 그 말씀을요. 사고난지 사흘 째가 됐어요. 똑같은 말만 지금 계속하고 계시잖아요. 외국에서 장비가 있다고 지원을 해준다고 했는데도 당신네들은 그걸 다 거절을 했잖아.]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와 함께 분통을 터트리는 상대는 바로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

한 실종자 가족은 세월호 선장을 보게 해달라며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실종자 가족 : 몰라 너희들. 내 딸이 죽었다고. 죽은 시체도 확인해야할 것 아니야. 진짜 빨리 보내줘. 여기 해변 아니야. 해변에서 이럴 수도 있지. 분위기 되게 좋아하네. 그래요. 세월호 선장 나와있나? 어디? 면회하고 싶어요.]

세월호를 책임진 이준석 선장은 사고가 일어나자 수많은 승객들을 차디찬 바닷속에 남겨두고 가장 먼저 탈출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실제 이 선장은 승객들을 싣고 도착한 첫 구조선에서 태연하게 내려 응급 진료소로 향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 때문에 대부분 승객이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선장은 구조선을 타고 안전하게 빠져나온 겁니다.

특별한 외상은 없어 보이고, 남방은 젖지 않은 상태입니다.

니트까지 걸친 옷차림은 아비규환의 현장과는 동떨어진 모습입니다.

응급 진료소에 도착해선 승객들 사이에서 담요로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결국 사고 경위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이 선장은 고개를 떨굽니다.

[이준석/세월호 선장 :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

[이준석/세월호 선장 : (선장이면 승객들을 구하고 탈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선장이 승객 안전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먼저 빠져나온 사실이 확인되면 선원법 11조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경찰서에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이 선장에게 취재진이 몰려들어 주변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이 선장은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사고 직전에 급선회하신 이유가 뭡니까. 사고 당시 조타키 잡은 사람이 누구예요?)]

[…….]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선장은 목포의 한 아파트로 들어갑니다.

[(한마디 해주세요?)]

[…….]

이 선장이 들어간 집은 해경 경찰관의 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승객들이 배에 갇혀 있고, 가족들은 뜬 눈으로 체육관에서 밤을 새우는 동안 선장은 배에서 안전하게 나와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 겁니다.

결국 검찰에 구속된 이씨는 자신의 할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준석/세월호 선장 : 퇴선명령 내렸습니다. (승객들한테도 내렸어요?) 네. 그 당시는 구조선이 아직 도착 안 해서 그랬던 겁니다.]

배 안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한 이유가 승객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준석/세월호 선장 : 조류가 상당히 빠른 곳입니다. 수온도 차고 만일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입었더라도 마찬가지지만 판단 없이 퇴선하면 (승객들이) 상당히 멀리 떠밀려 가고.]

하지만 승무원들의 증언은 전혀 다릅니다.

[강 모 씨/세월호 승무원 : 현재 (배가) 기울어져 있으니 나가지 마시고 현재 위치에 있으라고… 퇴선 명령이 떨어져야 하는데.]

현재 이씨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도주선박의 선장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과, 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 등 5가지.

[김남주 변호사 : 사고의 규모가 매우 크고, 선장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이씨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09년 뉴욕 사례와 비교했습니다. 2009년 뉴욕 허드슨 강에 엔진 고장으로 여객기가 불시착했을 당시, 기장은 여객기가 가라앉는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150여명의 승객이 모두 대피한 걸 확인한 뒤에 마지막에 기내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반면 2012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가 이탈리아 해변에 좌초됐을 때 선장의 행태는 이선장의 경우와 비슷했습니다.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의 안전을 돌보지 않은 채 가장 먼저 탈출했고 탑승객 4000여 명 중 32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선장은 직무유기죄로 2천697년형이 구형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이번 사고에선 선장뿐만 아니라 항해사 같은 배의 운항을 담당했던 이른바 '선박직 선원'들은 모두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승객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박지영 씨 같은 객실 담당 승무원들은 모두 실종되거나 숨졌습니다.

[구성민/세월호 구조자 : 저희 구하시다가 저희 먼저 나가라고. 계속 먼저 나가라고 했어요. 선생님은 다 구하고 나간다고 (말했어요.)]

문제는 이들이 대피하면서 배에 장착된 구명뗏목, 이른바 라이프 래프트도 작동시키지 않았다는 겁니다.

침몰된 세월호 사진에서 보이는 하얀 원통들이 바로 라이프 래프트입니다.

배가 기울거나 침몰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 원통형의 물체를 바다에 펼쳐서 구명보트로 사용하는 겁니다.

원래 라이프 래프트는 선체가 물 속으로 가라앉으면 자동으로 펼쳐집니다.

그러나 선원이 손쉽게 수동으로 바다에 펼칠 수도 있습니다.

사고가 난 세월호에는 라이프 래프트가 좌현과 우현 각각 23개 씩, 총 46개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번 사고 때 펼쳐진 라이프 래프트는 모두 2개 뿐입니다.

그나마 선원이 아닌 해경 구조요원이 펼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제임스 스테이플스/선장 겸 해양전문가 : 이건 분명히 인재입니다. 승무원들이 대피 훈련이나 받은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탑승자 가족 대표 :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누구 하나 책임을 지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 지시를 내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게 진정 대한민국의 현실입니까?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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