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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제 같은 '삼성수능' … 취업 미스매치 행렬

입력 2014-04-14 01:07 수정 2014-04-14 06:45

10만명 몰려 … 시험 감독만 1만명
실무 측정 못하고 난이도만 높여
"공채 대신 수시모집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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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몰려 … 시험 감독만 1만명
실무 측정 못하고 난이도만 높여
"공채 대신 수시모집 활성화해야"

과거제 같은 '삼성수능' … 취업 미스매치 행렬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13일 전국 85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이날 결시자를 제외한 9만2000여 명이 시험을 봤다. 지원자들이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13일 오전 11시40분 서울 대치동 단국대 부속고등학교에선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수백 명의 취업준비생이 고사장 밖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날 이곳에서만 약 1300명이 이른바 '삼성 수능'을 치렀다. 고사장을 빠져나온 취준생 몇몇은 담배를 꺼내 문 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단대부고에서부터 고사장 인근인 3호선 도곡역 2번 출구까지는 귀가하는 수험생들의 행렬이 약 30분씩이나 계속 이어졌다.

 고사장 앞 왕복 4차로의 양 끝 차선은 수험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의 승용차로 가득 메워져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과거제 같은 '삼성수능' … 취업 미스매치 행렬삼성은 올 상반기 4000~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사진은 고사장을 나서는 수험생들. [강정현 기자]
 지난해 하반기를 포함해 SSAT에 2번 응시했다는 권정현(25·여)씨는 "삼성에서 토익스피킹·오픽(OPIC) 등 어학 조건을 올려 응시자 수가 줄어들 거라 예상했지만 '헛된 기대'였을 뿐"이라며 "새로 생긴 공간지각 능력 영역뿐만 아니라 한국사·세계사 문제가 독자적으로 출제돼 난이도가 매우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이번 SSAT도 취업준비생 약 10만 명이 지원한 가운데 국내 85곳, 해외 3곳(미국 뉴욕·LA, 캐나다 토론토) 등 총 88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이날 시험감독 인원만으로도 삼성그룹 내 보안업체 에스원 직원(약 3000명)을 포함해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임직원 총 1만여 명이 동원됐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결시자를 제외한 응시인원만 약 9만2000명 수준"이라며 "시험지 수송뿐만 아니라 고사장 관리, 교통 통제 등에 수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제 같은 '삼성수능' … 취업 미스매치 행렬
 올 상반기 SSAT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해 초 삼성은 총장추천제·서류심사 부활 등을 골자로 하는 채용 개편안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일부 대학·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가세한 반대 여론으로 다시 부활하는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올해에도 취준생 약 10만 명이 삼성 수능에 몰리자 일각에선 SSAT 같은 전통적인 공채 제도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삼성 입사가 일종의 조선시대 '과거 급제'와 비슷하게 인식되면서 각종 사회적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이해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공채는 직무 미스매치 문제만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취업컨설턴트는 "역사·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나왔지만 이런 유형의 문제들이 과연 실무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잣대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전과 다름없이 필요한 실무인력을 뽑기 위한 시험이라기보다는 몰려드는 지원자를 최대한 걸러내려는 것처럼 비친다"고 말했다.

 시험 난이도 역시 전보다 훨씬 어려워지면서 실무 능력 측정과는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한국사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이후 중세·근대사 등 세계사 영역에서 문제 10여 개가 출제됐다. 예를 들어 17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세계 최초의 시민 혁명인 '청교도 혁명'에 관한 지문을 제시한 다음 그 이후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고르라는 문제가 출제됐다(답:올리버 크롬웰의 공화정). 이뿐만 아니라 공간지각 능력에서는 상하좌우 시점별로 관찰한 도형 이미지 4개를 제시한 다음 답으로 'ㅓ' 또는 'ㅜ' 형태의 도형 블록을 찾는 문제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필기시험'으로 취업의 당락을 가르는 현행 공채 제도 대신 ▶기업별로 수시 모집을 활성화하거나 ▶면접과 서류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구글의 경우 입사 지원자를 상대로 많게는 10차례가량 심층 인터뷰를 거친다.

글=김영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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