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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미국·중국엔 없고 한국에만 있는 튜닝차 차별

입력 2014-04-08 14:39 수정 2014-04-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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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경제산업부 윤정식 기자입니다. 지난 4일 보도된 '합법적 튜닝도 AS 거부.. 수입차 업체들의 횡포' 기사를 쓰고 주변의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자동차라는 매력적인 소비재를 다루는 기사여서 그런지 이메일이나 혹은 직접 전화로 관심을 표명해주신 시청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을 통해, 짧은 리포트 안에 담지 못했던 취재 과정에서 나온 뒷얘기들을 더 풀어놓으려 합니다.

사실 기자들 입장에서는 1분이 약간 넘는 분량의 리포트에 자신이 취재한 모든 것을 추려서 넣을 때 많은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취재된 내용들은 훨씬 많은데 여러분께 이걸 모두 보여 드리지 못할 때가 많아서지요. 그래도 이렇게 시청자, 네티즌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 다행이네요. 1분 10초의 뒤에 숨은 그야말로 제 취재수첩을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다소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는 점 미리 밝혀드립니다.


사실 수입차 업체들의 소비자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호가하는 수입차지만 일단 판매가 되고 나면 업체들은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 것을 이미 많은 매체들이 다룬 바 있습니다.

설문조사 때마다 수입차 고객들이 항상 애로사항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애프터서비스(AS)인 점만 보더라도 이런 문제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 역시 AS와 관련한 겁니다. 특히 보증수리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AS를 받지 못하는 차들의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튜닝 영향 안 받는 부품 고장도 수리 거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난 2일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소비자는 아우디 A6 3.0 TFSI 모델을 타는 분이었습니다. 편의상 김 모 씨라고 해두죠.

김 씨는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고 워낙 속도감을 즐기는 탓에 8000만 원에 넘는 차량에 600만 원을 들여 엔진에 이른바 '파워킷'을 장착했다고 합니다. 파워킷의 브랜드는 홍보가 될지도 모르니 밝히지 않도록 하죠. 300마력 대였던 차량 출력이 400마력대로 올라갔습니다. 이런 튜닝은 물론 합법적인 튜닝입니다.

연비도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의외입니다. 차에 힘이 더 좋아지면 연비는 떨어지기 마련일 텐데 튜닝 전문가들은 적당하게 엔진의 힘을 풀어주면 오히려 탄력을 이용한 경제운전이 가능해져 같은 양의 기름으로 더 많이 갈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합니다.(막히는 도심이 아닌 고속도로 주행의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그런데 김 씨의 차에는 지금부터 약 6개월 전 이 튜닝과는 상관없이 하체 부분인 서스펜션과 변속기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등이 떴습니다. 별걱정 않던 김 씨는 공식 AS센터를 찾았습니다. 수입차량은 차량 구입 직후 수년 동안 보증을 해줍니다.

제품 품질에 자신이 있으니 구매 후 몇 년 동안은 고장 등을 무상으로 수리해주겠다는 겁니다. 평균적으로 수입차 업체들은 차량의 전자장비는 2년, 엔진은 3년에 5만km, 소모품 교환은 5년에 10만km 동안 보증해줍니다.(물론 이에 대한 비용은 처음 차량 구입 가격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사실상 장사속이지요.)

김 씨는 AS센터에서는 보증은 충분히 남아있었지만 엔진 출력을 높인 차량이라 보증 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특히 엔진 출력을 높인 것과 서스펜션이 무슨 상관이라고 수리를 안 해주냐고 다그쳤지만 돌아온 건 "차에 튜닝했다는 얘기는 보증은 포기하셨다는 얘기 아니냐?"며 오히려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김 씨가 기자와 함께 AS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엔진의 출력을 높인 운전자들은 보다 과격한 운전을 즐길 가능성이 높고 이는 서스펜션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보증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합니다. 일견 논리적으로 보입니다. 애플도 외부에서 손댄 제품(일명 탈옥한 폰)은 보증 수리를 안 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튜닝을 한 부분을 고쳐달라는 것도 아닌데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엔진 출력을 높이는 튜닝을 한 운전자들이 무조건 과격한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해당 AS 직원은 "판단은 저희가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소비자들도 제조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한심합니다. 같은 차를 두고 어떤 AS센터에서는 고쳐주겠다고 하고 어디를 가면 못 고쳐준다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어차피 여기서는 못 고치는데 내가 잘 아는 외부 공업사를 소개해줄까'는 말까지 듣는다고 합니다.

튜닝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AS센터에 가서 큰 목소리로 "지점장 나오라 그래!"라고 계속 떠들어 대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애초부터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엔진 튜닝이 서스펜션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인 상황으로 보입니다.

▶튜닝차 수리 거부 왜?…"우리 부품 안 쓴 괘씸죄"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BMW의 한 딜러에게 물어봤습니다. 딜러사가 운영하는 AS센터는 사실 튜닝 차량이라도 받아서 수리하고 싶다고 합니다. 매출이 되기 때문이겠죠. 어차피 AS딜러사(참존모터스, 코오롱모터스, 한성모터스 등)는 보증 수리 차량을 고쳐준 것에 대한 청구를 고객이 아닌 차량 수입사(아우디코리아,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에 하고 돈을 여기서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즉 AS센터에서 튜닝 차량을 함부로 보증 수리해 줬다가는 수입사에서 이에 대한 금액을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수입사는 비용으로 처리되는 보증수리의 범위에서 튜닝 차량을 어떤 이유에서든 빼버리는 것이 수익구조를 위해서는 이익인 셈이죠.

BMW의 한 딜러사 AS직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AS센터에서 특정 차량이 튜닝 차량인지 아닌지는 진단기만 물려보면 알 수 있고 이에 대한 이력은 곧바로 BMW코리아로 넘어갑니다. 그 순간 해당 차량은 모든 딜러사의 전산망에‘'외부 수리 차량'이라고 공지됩니다."

이제 해당 차는 BMW의 어느 AS센터에서도 수리를 받을 수 없습니다. 수입 제조사가 낙인을 찍어버렸기 때문이죠. 사고가 나도 튜닝한 업체에 가든지 동네 카센터를 가서 수리해야 합니다. 벤츠 AS센터에 고객으로 가장해 찾아가봤습니다. 여기서는 한 번 AS 상담사에게 따져 물어봤습니다.

"차를 판 걸로는 모자라 간접적으로는 당신네 부품만 사서 쓰게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

"간접적으로라니요? 직접적으로 저희 부품만 쓰시라는 거죠. 외부에서 차를 손 대신 게 잘못 아닌가요?. 저희 부품만 사서 쓰시라고요."

의외의 대답이면서 또한 정말 노골적입니다. 이쯤 되면 어떤 간 큰 소비자가 차를 사서 튜닝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튜닝을 한 부분이 고장을 일으키는 것까지 수입차 업체들이 책임을 질 수는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튜닝을 한 부분은 튜닝 업체가 보증 기간 내 수리를 해주는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차량을 책임져주는 것이 글로벌한 원칙입니다.

▶미국·중국엔 없고 한국에만 있는 튜닝차 차별

미국에서는 일명 '레몬법'으로 불리는 Magnuson-Moss Act에 '자동차 제조사 외의 부품을 장착했다는 이유로 보증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는 시청자분들도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http://www.consumer.ftc.gov/articles/0138-auto-warranties-routine-maintenance)

미국이 자동차 선진국이라서일까요? 심지어 중국에서도 이런 원칙은 통합니다. JTBC가 입수한 2012년 벤츠 China가 딜러사들에게 보낸 공문에는 튜닝한 차량이 보증수리 건으로 벤츠 공식 AS센터를 방문했을 시 반드시 수리해 줄 것을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원문: If a tuned vehicle visits a MB authorized workshop for a warranty case, the workshop is required to repair all MB original parts. If the parts are still under normal manufacturer warranty, the normal warranty process applied)

이번 기사로 확인된 사안은 김 모 씨가 차를 튜닝했다가 보증수리를 거부당했다는 얘기로 끝이 아닙니다. 현 정부가 아무리 튜닝 산업을 차량 활성화하려 해도 제조사가 지금의 입장이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거였습니다.

창조경제 일환으로 튜닝 산업 활성화가 화두가 되면서 이미 정부 각 부처는 튜닝에 급관심을 보이는 중입니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서로 주도권이라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며 각자 튜닝 관련 협회를 만들어 중복 논란을 일으키기도 할 정도니까요.
(참고: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411747)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정작 차를 파는 업체들이 이렇게 자기들 부품 장사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 튜닝 산업 활성화는 '언감생심'입니다.

3년 전 쯤 실제 독일에서 한 BMW 전시장을 찾아가 본 적이 있습니다.전시장에서 차량과 함께 튜닝 부품을 함께 팔고 있었습니다. 점원이 한 튜닝 부품을 들고 다가와 달콤한 말로 꾑니다.

"2000cc 120d 차량만 사셔도 이 제품을 함께 사시면 거의 3000cc 차량의 느낌으로 운전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어떠세요?"

차에다 튜닝 부품을 '끼워팔기'를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매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굳이 비슷한 상황을 찾아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고성능 수입차들이 잘 팔린다고 합니다. 벤츠도 다 같은 벤츠가 아니라며 'AMG' 모델들이 있고 BMW도 'M' 시리즈들이 따로 판매됩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ABT'사의 고성능 모델을 수입해다 파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사실 이들 차량은 원래부터 고성능 차량이었던 게 아닌 튜닝으로 고성능 차로 탈바꿈된 차들입니다. 단 다른 튜닝차들과의 차이점은 공식 수입사가 수입하는 부품으로 만들어진 차라는 점이죠. 즉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차량 수입사가 함께 수입한 튜닝차만 아무런 차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번 기사에 댓글로 붙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현대 기아차도 이러는데 왜 수입차만 지적하느냐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이미 취재과정에서 확인을 거쳤던 내용입니다만 팩트는 달랐습니다. 약삭빠른 걸까요? 현대 기아차는 현 정부가 튜닝 산업 활성화를 강조한 다음부터는 웬만한 튜닝 차들도 모두 AS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과거 현대모비스 순정 부품을 이용하라며 '순정부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현대기아차인데 말이죠. 예전에는 헤드라이트 하나만 튜닝했어도 현대차 공식 AS센터에서 다른 부위를 수리받기 위해 헤드라이트를 떼고 입고를 시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할 정도네요. 지금은 불법 튜닝한 차량만 아니면 웬만한 튜닝 차량은 모두 받아준다고 하네요.

▶수입차는 그래도 잘 팔린다…한국 소비자는 봉?

이렇게 막무가내로 장사해도 수입차는 역시 잘 팔립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팔린 수입 자동차는 15만6497대. 전체 차량 판매대수의 12%입니다. 지금껏 팔려 도로를 돌아다니는 수입차 누적 대수는 100만대를 훌쩍 넘긴 상황이죠.

특히 강남 3구에서만큼은 수입차 최고판매 모델인 BMW 520d 모델은 정말 '강남 쏘나타'가 된 것 같더군요.(실제로 방송사들은 수입차 자료화면을 촬영하려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차장을 가는 것이 웬만한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취재가 됩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수입차 업체들 대부분은 판매 법인입니다. 차를 파는 조직만 들어와 있다 보니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규모에서도 한국은 무시 못할 시장이 됐습니다.

BMW의 글로벌 판매 현황을 보더라도 디젤 모델 판매 1위 국가는 독일, 2위는 영국, 3위가 바로 한국입니다. 이제는 수입차 업체들한테도 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때가 아닌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JTBC 경제산업부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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