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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아이들이 겪었을 공포·외로움…끔찍한 아동학대

입력 2013-11-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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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소식, 바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입니다. 부모의 믿기 어려운 폭력에 목숨까지 잃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 서영지, 최종혁, 조택수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8월 23일, 서울 은평구에서 8살 철수군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아동학대가 아닌지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박승규/서울 은평경찰서 강력3팀장 : 전신에 멍 자국이 있었어요. 학대로 의심을 했죠.]

결국 철수의 새엄마와 친아버지가 닷새 간 학대해 숨진 사실이 드러났고 법원은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밝힌 학대 내용은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판결문을 토대로 재연을 해봤습니다.

평소 수시로 매를 맞던 철수에게 마지막 학대가 시작된 건 8월 19일 저녁 7시. 집안을 어지럽힌다며, 부모가 번갈아 매질을 시작했습니다.

자정을 지나 새벽 2시가 되자 새엄마는 철수를 욕실로 데려가 잠을 재우지 않고 아침 10시까지 가위 등을 이용해 협박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는 철수 폭행에 가세했고 밤 11시 30분까지 재우지 않고 한 자리에 세워뒀습니다.

잠이 든 철수를 새엄마는 새벽 6시에 깨워 한 자리에 세워둡니다.

13시간 뒤인 저녁 7시에 귀가한 아버지는, 새엄마에게 계속 벌을 받고 있던 철수를 야단쳤고, 철수는 "강남역에 가서 동냥을 하며 살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격분한 아버지는 골프채 등으로 철수를 때렸고, 새엄마는 아이가 피하지 못하도록 붙들었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난 아버지는 새엄마에게 야단을 맞으며 벌을 서던 철수를 플라스틱 안마기로 때립니다.

오전 9시 30분 새엄마는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면서 철수를 베란다에 내보내고 안에서 문을 잠갔습니다.

철수는 8시간 반동안 베란다에 혼자 갇혀있었습니다.

돌아온 새엄마는 자신이 병원을 다녀왔는데 왜 안부를 묻지 않느냐며 밤 10시부터 철수를 때렸습니다.

다음날 오후 5시 철수는 전신 피하출혈로 인한 쇼크로 8년의 짧은 인생을 마칩니다.

재판부가 파악한 철수는 "귀여운 외모에 밝고 명랑하며, 수학을 좋아하며 집중력도 있는" 아이였습니다.

[해당 학교 학부모 : 되게 밝고 건강한 아이였다고. 발표도 되게 잘하고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평범한 아이였대요.]

그러나 친구들은 가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동료 학생 : 원래 학교도 잘 안 나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안 나와서…. 상처가 많았다던데요.]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지내던 철수는 아버지가 노래방 도우미로 만난 중국동포 새엄마와 사실상 결혼을 하자,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삶이 끝났습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철수가 느꼈을 신체적 고통, 정신적 공포와 외로움은 형언할 수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의 무서운 악순환을 지적합니다.

[박여기/한신플러스케어 전문상담사 : 때려야 말을 듣는다 그러면 아이는 점점 익숙해지고 점점 더 말을 안 듣겠죠. 어머니나 부모님은 점점 더 가해를 하고….]

[앵커]

사건을 취재한 서영지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서 기자, 아이의 친아버지까지 함께 폭행했다는 게 충격인데요?

[기자]

전문가 얘기처럼, 아이를 때리다 보니 부모가 폭력에 점점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아동 학대가 그래서 무서운 건데요. 일단 재판부는 아이가 죽음까지 이르게 된 데는 새엄마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판단해, 새엄마에게는 징역 8년을, 친아버지는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이처럼 끔찍한 아동 학대, 처음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금밥 사건도 기억나고요.

[기자]

네, 지난해엔 아이에게 소금밥을 먹여 숨지게 한 사건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최근 항소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내용 보시죠.

지난해 8월 숨진 10살 영희양. 역시 새 엄마의 학대가 원인이었습니다.

[이웃 주민 : (애들을) 벌을 자꾸 세우더라고. 바깥에다가 내쫓아. (둘 다 발가벗겨서요?) 응.]

판결문에 따르면 영희에 대한 새엄마의 학대는 7살 때부터 시작됐는데, 대접에 먹기 힘들 정도로 많은 국과 밥을 담아준 뒤 다 먹으라고 강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못 먹으면 주먹과 발로 때리고, 먹다 먹다 토를 하면 토사물까지 먹게 했습니다.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밥을 먹는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영희는 밥을 몰래 변기에 버리다 들켰습니다.

새엄마는 싱크대 밑에 있던 소금을 세 숟갈씩 밥에 넣은 소금밥을 만들어 먹이기 시작합니다.

영희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 변기 주변에 머리를 부딪쳤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밥을 버린 게 발각되자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라고 했고, 영희가 싫다고 버티자 발로 찼습니다.

네 살 위인 영희 오빠에게도 단소와 주먹으로 영희를 때리도록 시켰습니다.

심지어 변기에 밥을 버렸다는 이유로 세수 대야에 용변을 보게 한 뒤 강제로 먹이는가 하면, 소금밥을 먹던 영희가 갈증을 호소하자 변기 물을 먹였습니다.

한달 간 소금밥을 먹던 영희는 더운 여름날, 새벽 6시까지 밥을 먹다가 곁에 있던 오빠에게 "귀가 안들려, 오빠, 미안해"라며 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오빠가 "빨리 밥 먹고 자라"며 안타까워 하자, "아까 다 먹었는데 왜 밥이 또 있냐"며 이상 행동을 보였습니다.

재판부는 "소금밥으로 인한 고나트륨혈증의 신경학적 증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10살 영희는 그렇게 새벽까지 밥을 먹다가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새엄마는 "영희가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밥에다 소금을 넣어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영희가 느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어떠했을지는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며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영희는 그 큰 고통을 작은 몸으로 감당했습니다.

[임상도/인천 남동경찰서 강력2팀 경사 : 엄마가 무서운 거죠. 평소에 학대가 심했으니까 중압감 때문에 주위 사람들한테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거예요.]

[앵커]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상상하니 마음이 정말 찢어지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수가 있지요?

[기자]

이 사건의 공통점은 부모가 아이에게 뭔가 가르치려 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태도를 고친다, 식습관을 고친다, 이런 명분을 앞세워 죽도록 학대한 겁니다.

[앵커]

부모가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그런다면 다른 사람이 말리기도 어렵잖아요?

[기자]

그래서 부모에게 훈육과 학대의 차이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이 내용 함께 보시죠.

지난 18일 울산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42살 심 모씨.

[심 모씨/숨진 이양 생모 : 저희 아이를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정말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 엄마로서 제가 죄인이기 때문에 저도 처벌받기를 원하니까….]

심 씨의 딸 8살 이 모양은, 계모에게 학대를 받다 지난달 숨졌습니다.

[이웃주민 : 그 전전날 막 울음소리가 났었거든. 그 아이였나봐. 지나고 나니까 그 생각이 자꾸 나는 거야.]

[박미선/이웃주민 : 사고 나기 일주일 전에 멍을 본 거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멍이 왜 생겼니?" 그러니까 "그냥요" 그랬대요.]

그 날은 이 양이 그렇게 기다리던 소풍날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부산 아쿠아리움을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이양에게 비극이 찾아옵니다.

단 돈 2천원 때문이었습니다.

이웃 아주머니에게 받은 돈 2만 원 중 2천 원이 빈다는 이유로 새엄마에게 심한 구타를 당한 겁니다.

9살 생일을 한 달 앞둔 이양은 갈비뼈 16개가 부러진 채 숨을 거뒀습니다.

이양이 당해온 폭력 역시 끔찍합니다.

허벅지 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뜨거운 물에 데여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주희/이웃주민 : 옷을 다 입고 손에만 장갑을 꼈어요. 저희는 손만 그런 줄
알았어요. 이제와서 보니 다리하고 여기(온몸) 다 그런 거에요.]

새엄마는 자신을 좋은 엄마로 포장했다고 합니다.

[이주희/이웃주민 : 자기 입으로 '나는 안 때린다' 이러고 다녔어요. 완전히 다 속은 거에요. 선생님도 속고 우리도 속고, 우린 그게 열 받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남편과의 불화에서 비롯된 아동 학대로 분석합니다.

[변화순/가족연구소 소장 : 재혼한 배우자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기대가 무너지면서 아이에게 화풀이를 해서 학대하고 미워하고.]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8건은 가해자가 부모.

특히 아이를 분풀이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 부부간 불화가 있다든지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일종의 분풀이 대상으로 (자녀를) 선택하는 것 입니다.]

학대의 후유증은 끔찍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김 모군이 그린 그림.

손에는 커다란 칼을 쥐고 있고, 망치로 맞은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립니다.

[김효숙/서울가족미술치료연구소 소장 : 심리적인 불안감이 그림을 통해 표출되면서 어두움, 공격적인…칼이 나오거나 귀신이 나오거나 하죠.]

김 군은 어렸을 때 심한 학대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김군 어머니 : 애를 집어던졌는데, 정 중앙에 그렇게 됐어요.(부딪혔어요) 난 애가 반으로 갈라지는 줄 알았어요. 너무 놀라서….]

당시 김군의 나이는 3살. 하지만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김군/아동학대 피해학생 :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어?)
조각, 조각이 났어요.]

전문가들은 학대가 아이를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처음에 훈육은 이 아이의 문제 행동을 수정하고자 시작하기는 하지만 욱하는 성질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순간 학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 역할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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