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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 ①] '20세기 미소년' 핫젝갓알지 "너희들, 우리 알지?"

입력 2013-09-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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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 ①]  '20세기 미소년' 핫젝갓알지 "너희들, 우리 알지?"


파릇파릇한 10대 아이돌 스타들이 판을 치는 요즘, 20세기말을 풍미했던 구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4개 그룹 멤버들이 뭉쳐 만든 프로젝트 팀 '핫젝갓알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H.O.T의 문희준·토니안, 젝스키스 리더였던 은지원, god의 데니안, NRG의 천명훈 등 1978년생 동갑내기들이 핫젝갓알지의 멤버다. 창간 44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의 1면을 수시로 장식하며 9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이들이다. '핫젝갓알지'가 활약했던 90년대 중후반은 국내 아이돌 팬덤 문화가 태동했던 시기로,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발전을 함께 지켜봐온 일간스포츠의 역사와도 진한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QTV의 리얼버라이어티 '20세기 미소년'을 통해 결성된 이 팀은 차츰 관심을 집중시키며 인기를 끌더니 최근 지상파와 오프라인 공연장까지 접수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박남정의 '비에 스친 날들'을 부르며 군무를 보여줘 화제가 됐다. 핫젝갓알지가 왕년의 기량을 발휘하자 그들의 시대를 기억하는 30·40대 팬들도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핫젝갓알지 멤버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침 '20세기 미소년'(화요일 오후 11시)도 시즌2의 시작을 알렸다.

다섯 멤버와의 취중토크는 마포구 상암동의 한식당 '색동저고리'에서 이뤄졌다. 오랜시간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베테랑답게 모든 질문에 노련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술잔을 기울일때는 거침이 없었다. 원래 술을 마시지않는 데니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명의 멤버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서로의 잔에 맥주와 소주를 채워주며 분위기를 즐겼다.


▶10분이면 소주 한 병씩, 데니 외 네 명은 주당

-멤버들끼리 술도 한잔씩 즐기곤 하나요.

데니:"저 빼고는 다들 술을 잘 먹어요. 특히 지원이랑 명훈이는 10분 안에 각각 소주 1병을 마실 정도로 주당이죠. 토니와 희준이까지 멤버 넷이 모두 술을 좋아해요."

토니:"저야 술을 마시니깐 괜찮은데 대니가 참 대단해요. 우리끼리 술을 마시면 졸면서도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거든요. 안 마신다고 분위기를 흐리지도 않아요."

지원: "저랑 명훈·희준이는 주로 소주를 마셔요. 맛있는 안주에 소주 한잔 하는게 제격이죠."

-'불후의 명곡' 무대가 화제였어요. 은퇴한 선수가 다시 경기장에 올라 투혼을 발휘하는 것처럼 감동적이더군요.

희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준비하는 내내 기대가 되는 반면에 두렵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어요. 2주동안 다시 데뷔한다는 생각으로 죽어라 매달렸거든요. 열심히 했다는 느낌이 전달돼 호평이 나온것 같아요. 노력을 해야 무대에서 그 열정이 전달되거든요. 그건 불변의 진리인것 같아요."

지원: "유재석 형과 신동엽 형까지 '너네들 좋아보인다' '팀 유지하면서 잘 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시더군요. 그 형들이 괜한 공치사는 잘 안하시거든요. 기분 좋았죠."

-'20세기 미소년'은 예능이라 부담이 덜할텐데 핫젝갓알지의 이름을 걸고 무대에 오르는건 좀 달랐을것 같아요.

희준: "'불후의 명곡' 무대에 오르기 전에 멤버들간의 의견차이는 있었어요. 일단 걱정이 앞섰지만 '자신감'을 강조하면서 연습에 돌입했어요."

지원: "저는 그 무대에 오르는 자체를 반대했어요. 예전처럼 날렵한 모습을 보여줄수 없을것 같았죠."

데니: "말은 저렇게 하지만 지원이가 정말 열심히 했어요. 무대 위에서 그렇게 힘을 줘서 춤을 출지 몰랐어요. 또 이 팀의 장점은 누구도 독불장군이 없다는거예요. 멤버간에 의견차이가 없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하지만,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조율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어요."

토니: "전 춤으로 대니보다는 나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무대를 마친뒤에는 현기증이 나서 한동안 정신을 못차렸어요."

▶30·40대에 희망줄수 있어 좋아, 정식음반 가능성도

-핫젝갓알지가 결성된건 결국 문희준씨의 아이디어 때문이었다고 하던데요.

희준:"제가 QTV에서 '텐 미닛 박스'를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PD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1세대 아이돌의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그래서 현재의 멤버들을 소집했죠. 처음엔 신화의 민우 얘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신화방송' 때문에 바로 접어버리고 현 멤버들을 떠올렸어요."

-핫젝겟알지라는 팀명은 누가 만든건가요.

토니:"제가요. 데뷔 순서대로 각 팀 이름을 놓고 만든거예요. '알지젝갓핫' '젝갓알지핫' 등으로 바꿔보기도 했는데 핫젝겟알지가 딱 입에 붙더군요."

-멤버들끼리는 원래부터 친했나요.

명훈:"희준이를 기점으로 모인거예요. 동시기에 활동했고 동갑이라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였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핫젝갓알지를 결성하면서 친해진거예요."

지원:"뒤늦게 친해졌지만 전 이 멤버들과 함께 '20세기 미소년'을 함께 하는게 너무 좋아요. 방송인데도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피곤한 상태에서 촬영장에 왔다가 피로를 풀고 가는 느낌이예요."

-요즘 핫젝갓알지에 행사 섭외가 밀려든다고 하던데요.

희준:"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하지만 당장 우리 곡이 없기 때문에 행사무대에 서는 것도 쉽진 않아요. 개인 스케줄 문제도 있고 갑작스럽게 이런 반응이 나와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게 사실이예요. 준비가 되는대로 종종 무대에 오르긴 할 겁니다. 이미 예정이 된 무대도 있어요."

-핫젝갓알지 이름으로 정식 음반을 발표할 생각은 없나요.

명훈:"해보고 싶어요. 이 팀을 하면서 가장 기분이 좋은건 저희를 보며 30~40대 여러분이 웃고 또 희망을 가진다는 거예요. 얼마전에도 서른 중반 정도 된 여자분이 다가와 '앨범 안 내냐'고 묻더군요. 저를 '천정명'씨라 불렀는데도 핫젝갓알지를 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어요."

지원:"괜히 김칫국은 안 마시려고요. '앨범 나오냐'는 질문들은 하는데 막상 발표하면 안 팔릴 가능성이 커요. 기대가 커지면서 부담도 커져요. 그래서 너무 큰 관심 갖지말라고 말하고 다녀요. 또 정식활동을 하게 된다면 팀명도 바꿔야될것 같아요."

데니:"글쎄, 전 팀명은 그대로 써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이미 핫젝갓알지로 알려져버렸잖아요. 예능을 위해 만든거라 좀 웃기긴 하지만 벌써 적응이 됐어요."

-그래도 좋은 반응이 나온 김에 한번 더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을텐데요.

희준:"저는 다시 1등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원이가 '다들 1등 해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 욕심 내지 말자'고 하더군요. 정식활동을 시작하면 과거에 겪었던 것처럼 멤버간에 다툼이 생길수 있고 '좋아했던 일'이 그냥 '일'이 될수 있다고요. 그 말에 저도 천천히 생각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취중토크 ①]  '20세기 미소년' 핫젝갓알지 "너희들, 우리 알지?"


▶데뷔연차 평균 15년, 때론 언론 보도에 섭섭하기도

-인터넷이 없던 시절 연예계 뉴스는 스포츠 신문이 도맡았어요. 그 시절 각자 기억에 남는 보도가 있나요.

지원:"스포츠신문 1면에 매번 아이돌스타들의 사진이 실렸던 기억이 나요. 그만큼 1세대 아이돌들이 큰 관심을 받았던 것 같아요."

명훈:"제 스캔들 보도가 떠오르네요. 모 스포츠신문 1면에 '천명훈, 시내에서 막키스' 등의 자극적인 타이틀과 함께 스캔들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났어요. 한동안 만나다가 헤어졌던 친구였는데, 당시 함께 저녁을 먹고 배웅하던 중에 아무도 없길래 '잘 들어가라'며 살짝 포옹을 했어요. 그걸 누가 보곤 그런 기사를 낸 거예요. 사실 그게 1면용 기사거리는 아니잖아요. 알고보니 당시 소속사 대표와 그 신문사의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더라고요."

희준:"기자분들께 인터뷰를 작성할때 인터뷰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한 말인지 한번만 더 생각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요. 과거 제 기사 중에 앞뒤를 다 잘라버리고 특정 문장만 강조해 나간게 많았어요. 그걸 읽고 있으면 제 스스로도 '문희준은 이상한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일이 잦아지면서 오해가 불거지고 결국 저는 7년여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했어요. 사실 제가 인터넷에서 욕을 먹고 있을때도 막상 제가 했다는 이상한 말들의 근거는 찾을수 없었어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한번은 인터뷰 중 '록 자격증을 따고 싶지 않냐'는 유도질문이 나오길래 끝까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문희준, '록자격증 있으면 따고 싶어'라는 타이틀이 나오더군요."

데니:"god의 기자회견이 기억나요. 당시 '우린 해체가 아니다. 각자 활동에 주력하다가 나중에 기회를 봐서 다시 뭉칠거다'라고 설명했고 재차 '해체'라는 말만 쓰지말아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도 서로 짠 듯이 일제히 '사실상 해체'라는 타이틀이 나가더라고요. 그건 좀 섭섭하더라고요."

-요즘 아이돌스타들과 1세대의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면.

토니:"우리 때는 한번 들어간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매달렸어요. 보컬 트레이너 등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팀원들끼리 죽자고 연습하는게 전부였어요. 요즘엔 연습생들끼리 온라인에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조건이 좋은 다른 회사로 건너가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이예요."

데니:"god는 데뷔전 돈 한푼 없이 2년여간 방치된 상태에서 연습을 했어요. 요즘 누가 그런 상황을 버티겠어요."

지원:"지금 후배들은 선배들의 잘된 예와 잘못된 예를 모두 봤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대비도 잘하더군요. 지금 입지를 잘 다져야 팀 해체후 할 일이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어요."

-어쨌든 핫젝갓알지는 다들 살아남은 분들이고 아이돌로 활동할 당시에도 각자 팀의 얼굴 역할을 했던 분들이라 의미가 남다르네요.

명훈:"살아남은건 사실인데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NRG의 얼굴은 제가 아니라 노유민과 지금은 사업가로 변신한 문성훈이었어요."

토니:"H.O.T의 얼굴도 제가 아니라 강타와 희준이었죠."

데니:"god의 얼굴은 손호영이었습니다."

-노유민씨 얘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얼마전 한 방송에서 'NRG 시절 한달에 1억5000만원씩 벌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어요.

명훈:"유민이 때문에 자꾸 오해를 듣게 돼 죽겠어요. 당시 사장님이 유민이만 따로 챙겨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받아본 적이 없어요. 종종 한번씩 큰 돈을 받기도 했고 철없이 펑펑 쓰기도 했지만 유민이 말처럼 그렇게 벌진 못했어요. 방송의 재미 때문에 종종 말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못하게 말려야돼요."

지원:"한번에 큰 돈을 만진 팀은 god였을 거예요. 100회 콘서트 등 공연이 많아서 한번에 결산하게 되면 목돈을 받을수 있잖아요. 각자 아이돌 그룹에서 나온 이후로는 앨범 낼 때마다 거의 빚을 졌을겁니다."

-다들 30대 후반인데 결혼 생각도 하셔야죠.

희준:"아직 팬들의 허락이 안 떨어져서 할수가 없습니다. 팬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얽매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전 그럴수밖에 없어요. 제가 힘들어할때 팬들이 길거리에 나가 '우리 오빠는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해명해주고 한없이 저를 지지해줬거든요. 가족도 못해준걸 그들이 해준거예요. 그리고 제 열성팬들 중 저 때문에 결혼 안한 분들이 10명 중 9명이예요. 어떻게 저 혼자 가정 꾸리겠다는 말을 할수 있겠어요. 단, 연애는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들키지는 말라고 하더군요. 마누라가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45살 정도 되면 꼭 결혼하게 해달라'고 부탁해둔 상태입니다."

데니:"제 팬들은 그런거 신경 안 쓸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편하게 살았는데 그러다가 나중에 팬들한테 신경 안 써준다고 욕 좀 먹었어요.(웃음) 제가 애를 워낙 좋아해서 40살 정도가 되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명훈:"전 참한 색시가 있으면 언제든 갈거예요. 몹쓸 병에 걸린 것만 아니면 괜찮아요.(웃음) 2세를 위해 서로 건강한 사람끼리 만나는게 당연한거잖아요."

토니:"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사실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케이스가 아니라서 가정을 꾸린다는게 조금 두렵기도 해요. 물론, 차츰 자신감이 생기고 바뀌어가겠죠. 또 지금은 혜리가 한창 활동을 해야 될 때잖아요. 이제 가수활동 시작한 여자친구를 저 혼자 좋자고 덜컥 유부녀로 만들어버릴순 없어요. 걸스데이 계약종료 되면 한번 생각해보죠."

지원:"저는 뭐, 이미 재혼했습니다. 팬들과 말이죠."

정지원·엄동진 기자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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