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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총리가 꼽은 "야구가 정치보다 좋은 두 가지 이유"

입력 2013-09-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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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총리가 꼽은 "야구가 정치보다 좋은 두 가지 이유"


두산-KIA전이 열린 22일 잠실구장. 1루 쪽 관중석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66)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었다.

7회 말 2사 1·2루 찬스. 두산 김재호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자 정 이사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쭉 OB(현 두산) 베어스 팬이었어요. 대학 시절에 OB맥주에서 장학금을 받았던 인연부터 시작됐죠." 그는 밝은 목소리로 처음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때를 되짚었다. 표정만 봐도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온전히 느껴졌다.

정 이사장은 2012년 3월 동반성장위원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연구소로 옮겨 동반성장에 관한 강연과 포럼을 기획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간을 쪼개 쓰는 팍팍한 일정 속에서도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야구다. 정 이사장은 요즘도 야구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한 케이블 방송사 특집 프로그램인 '정운찬의 야구예찬'에 출연해 해박한 야구 지식을 자랑했다. 최근에는 야구 이야기를 담은 저서(야구예찬·가제)도 준비 중이다. 정치에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야구에는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다. "야구가 정치와 닮은 점이 있는가"라고 묻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야구를 정치와 비교하는 건 야구에 수치에요."

마음을 채워주는 스포츠, 야구

아무리 생각해도 야구가 정치보다 매력적이다. 적어도 야구는 인생에 어려운 순간이 찾아올 때 마음을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194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정 이사장은 중, 고, 대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다녔다. 갑갑하고 삭막했던 서울 유학 생활. 그는 야구를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했다. "어릴 때 공부를 하기 위해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특별히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다른 취미도 없었어요. 외롭기도 했고요. 그때 야구가 마음의 빈 곳을 메워줬어요." 경기중학교에 다닐 때는 야구부에서 내야수로 활약할 정도로 운동 신경이 있었다. 비록 학업 때문에 일찌감치 접긴 했지만, 야구가 있었기에 객지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할 때면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총리직에서 사퇴한 2010년 8월, 정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주재한 국무회의가 끝난 뒤 밝힌 첫 계획으로 야구를 언급했다. "그동안 야구장에 거의 가지 못했습니다. 야구장에 제일 먼저 가고 싶어요."

야구는 축구와 달리 경기 소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때로는 2시간여 만에 경기가 끝나기도 하고, 길어질 땐 5~6시간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뉴욕 양키스 포수이자 감독이었던 요기 베라가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죠. 우리 인생도 그렇잖아요. 언젠가 끝나긴 하는데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야구의 규칙과 페어 정신

야구는 수많은 규칙으로 이뤄진 스포츠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룰에 따라 경기를 풀어간다. 그렇다고 딱딱하지는 않다. 세세한 규칙을 따르면서도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친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허슬 플레이 속에서 페어(fair) 정신을 내려놓지 않는다. 승리를 목표로 나아가지만 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정 이사장은 야구가 정치보다 좋은 두 번째 이유로 규칙과 페어 정신을 들었다. "야구는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지만, 정치는 규칙이 없어요. 야구는 페어 정신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플레이를 하지만 현실 정치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야구와 정치를 비교하는 건 야구에 수치라고 생각해요." 국무총리를 거치고 한때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혔던 그가 느낀 정치는 야구와는 사뭇 다른 듯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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