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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두 탑승객 ①] 틸다 스윈튼 "봉준호 감독, 사람 끌어당기는 힘 있다"

입력 2013-08-09 06:02 수정 2013-11-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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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두 탑승객 ①] 틸다 스윈튼 "봉준호 감독, 사람 끌어당기는 힘 있다"




화제작 '설국열차'가 개봉 8일만에 45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누적관객수 451만 5775명을 기록했다. '꼭 봐야할 영화'로 인식되면서 중년층 관객들까지 극장으로 몰려가고 있는 중이다. 개봉 초기에는 450억원이란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여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 그리고 충무로 스타감독 봉준호와 배우 송강호의 브랜드로 어필했다. 개봉 2주차 주말을 맞이하는 지금은 영화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영상미, 소품 하나의 의미까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설국열차'의 뜨거운 인기와 함께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도 내한해 팬들에게 화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틸다 스윈튼(53)은 지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연기파 배우다. '나니아 연대기' 등 블록버스터를 통해 국내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져있지만, 그 외에도 짐 자무시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 린 램지의 '케빈에 대하여' 등 작품성이 부각된 독립영화 작업을 병행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다. '설국열차'에서 맡은 역할은 열차 내 2인자 메이슨. 애초 시나리오 상에서는 남성으로 설정됐지만 칸 국제영화제에서 틸다 스윈튼을 만나 매료된 봉준호 감독이 그와의 작업을 위해 캐릭터의 성별까지 바꾸며 캐스팅에 애썼다.


-치열하게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며 영화작업에 임하는 걸로 유명하다. '설국열차'의 촬영과정은 어땠나.

"이번엔 뭔가 새로운 에너지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설국열차'에 앞서 장기간에 걸쳐 진지한 독립영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굉장히 지쳐있었다. 항상 영화를 찍을때마다 마지막 작품이란 생각을 했는데 그 때도 그런 느낌이 들어 정말로 쉬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어렵게 결정을 내려 '설국열차'에 참여했다. 다행히도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내게 행운이었다. 다시 활력을 얻게 해줬다. 다시 영화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칠 때가 많지만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면 두말 않고 참여할거다."

-봉준호 감독의 어떤 면에 그렇게 끌렸나.

"봉감독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묘한 기운의 소유자다. 촬영장에서는 머릿속에 백과사전을 넣고 다니는듯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놓고 앞으로 달려나가길 다그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작업하는 이들의 입장에선 무한한 자유를 느낄수 있게 만들어준다. 앞서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크게 감동받았다. 생명력과 울림이 있는 영화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히치콕인데 봉준호 감독 역시 히치콕에 비견할만한 사람이다."

-기자회견 때부터 줄곧 함께 작업한 영화인들을 두고 '가족'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 표현을 자주 쓰는 편인가.

"가족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조력자들이 여러명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느낌이 강하게 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데릭 저먼 감독이다. 9년 동안 7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는데 그와는 서로 유전자가 일치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데릭 저먼이 DNA까지 일치하는 가족이라면 봉준호 감독은 사촌같은 느낌이다. 그의 작업스타일과 분위기에서 가까운 친적처럼 편한 인상을 받을수 있었다."


[설국열차의 두 탑승객 ①] 틸다 스윈튼 "봉준호 감독, 사람 끌어당기는 힘 있다"


-열차의 '실세' 메이슨 역을 소화하기 위해 분장까지 직접 신경쓰며 노력했다던데.

"메이슨의 외형은 전부 내가 만들었다. 그냥 메이크업만 지우면 그 얼굴이 된다.(웃음)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거울을 보면 그 자체로 메이슨의 느낌이 난다. 좀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만들기위해 장난감 안경을 고르고 헤어스타일이나 의상도 독특해 보이도록 설정했다. 강한 권력을 가진 괴물같은 인물이지만 애초 이미지는 정장차림의 깔끔한 느낌이었다. 그런 설정이 식상해 외모부터 괴물처럼 보이게 만들어봤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 지금도 그런가.

"맞다. 왜 연기를 시작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극장 계통에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레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사람이 좋아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오기 때문에 계속 연기를 할수 있는 것 같다."

-5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란 말을 듣고 다닌다.

"말도 안된다. 완전히 늙었다. 내 아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만큼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 좋다. 굳이 젊게 살아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단 6개월도 더 젊어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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