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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or 실수?' 노이즈마케팅, 그 애매한 경계선

입력 2013-07-29 06:02 수정 2013-12-0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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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가 각종 논란에 시끄럽다.

연예인이 벌인 화제의 사건·사고를 두고 '노이즈 마케팅이냐, 아니냐'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노이즈 마케팅이란, '소음이나 잡음을 일부러 조성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킴으로써 인지도를 높이는 기법'으로 연예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연예 기획사에서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신인을 한 방에 띄우기 위한 '꼼수'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 하지만 실수와 마케팅의 경계가 모호해,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받고도 책임은 피해갈 수 있다. 그야말로 교모한 수법이다.

최근 이 노이즈 마케팅의 정도가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귀신 목격담, 화재 사건 목격, 음원 유출 등의 사건·사고로 화제 몰이한 것은 애교 수준이다. 최근에는 가슴 노출, 폭력적 언어 사용 등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연예 기획사는 왜 스스로 상품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노이즈 마케팅에 목을 맬까. 과연 노이즈 마케팅은 없고, 실수만 있는 걸까. 그 세계를 들여다봤다.


'의도? or 실수?' 노이즈마케팅, 그 애매한 경계선


▶노이즈 마케팅 왜 할까

노이즈 마케팅의 주 수요층은 신인 연예인 혹은, 대중성이 2% 부족함을 느낀 연예인이다. 연예계에서 이름을 알리기가 고시 통과하기보다 어려워지면서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됐다.

노이즈의 효과를 본 대표적인 연예인은 최근 가슴 노출로 단번에 이름을 알린 배우 여민정이다. 최근 열린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노출 페스티벌'로 격하시켰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왼쪽 상의 끈이 풀리며 가슴을 노출했다. 블랙 컬러의 팬티 노출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청룡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몸을 던졌던 '하나경 코스프레'란 얘기도 나왔다. 고의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화인의 축제의 장을 셀프 홍보의 무대로 이용해 영화팬들의 눈총을 샀다.

최근 가요계에서 인기가 수직 상승한 걸그룹 크레용팝도 노이즈 마케팅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데뷔한 크레용팝이 이름을 알린 건 1년이 지난 최근. 바로 '일명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논란 덕분이다. 소속사 대표가 크레용팝 트위터에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와 관련된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고, 멤버들도 '노무노무''쩔뚝이' 등 해당 사이트에서 왜곡돼 사용되는 표현을 즐겨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신곡 '빠빠빠'를 내놓은 직후 음원 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일베' 논란 직후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서 화제를 모으며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실시간 차트 3위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소속사에서는 "'일베'를 모른다"고 부인했지만 이번 논란이 크레용팝의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

이 밖에도 아이돌 그룹 빅스는 3연타 '노이즈'에 휩싸였다. 먼저 빅스 멤버 라비와 엔이 일본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 무늬의 모자를 쓴 모습을 노출해 첫 번째 논란이 일었다. 이어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팬이 변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멤버 켄이 "귓방망이를 때리겠다"는 경솔한 발언으로 다시 한 번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했다. 유명 작사가 김이나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지어진 제목에 좌절한 사진을 올렸고, 그 곡이 빅스의 신곡 '대.다.나.다.너'로 밝혀져 세 번째 논란이 일었다. 모든 논란은 31일 컴백을 앞두고 약속이나 한 듯 벌어졌다. 노이즈 마케팅 의혹이 따른 이유다.

한 가요 기획자는 "과거에는 귀신 목격-음원 유출-의상 선정성 등의 패턴이 뻔했다. 하지만 이젠 팬들도 노이즈 마케팅을 정확하게 이해해하고 있어, 마케팅 키워드가 굉장히 세분화됐다. 신인의 경우 새 앨범에 나오기 전 노이즈 마케팅 등을 계획하는 것이 기본이다. 소스는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핫한 사이트 내의 키워드 등 소비 패턴을 분석해 활용한다. 최근에는 일간베스트 등의 사이트가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노이즈를 하는 대상이 신인이거나 인지도가 2% 부족한 연예인인 것만 봐도, 단순한 실수로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의도? or 실수?' 노이즈마케팅, 그 애매한 경계선


▶노이즈 마케팅 다 성공할까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행 열차의 직행 티켓은 아니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히든카드인 만큼, 동시에 연예인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전신 노출 '말춤'으로 화제몰이한 방송인 라리사다.

라리사가 처음으로 알몸을 공개한 건 지난해다. 제18대 대선에 앞서 투표율이 75%가 넘으면 대학로에서 알몸 말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대선 투표율이 75.8%를 기록해 '교수와 여제자3' 동료들과 두 차례에 걸쳐 알몸 퍼포먼스를 펼쳤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라리사=알몸 말춤' 공식이 만들어지며 최근 상영되는 연극 '개인교수'에서도 "유료관객 3000명이 넘으면 알몸으로 '시건방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걸어야 했다. 최근에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의 세 번째 심의가 통과하면 "축하의 알몸 퍼포먼스를 벌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연극 제작사의 입맛에 따라 공약만 바꿔가며 알몸을 노출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과거 '미스햠양' 출신 오초희도 노이즈 마케팅 논란으로 연예계 생명이 위태로웠다. 가수 왁스의 '전화한번 못하니' 등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신인 배우였지만, 인지도가 낮아 노이즈 마케팅을 돌파구를 삼았다. 2010년 열린 독일 월드컵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전에서 발자국이 찍힌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리폼해 입고 나타났다. 사진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는 성공했지만, 상대국을 모욕했다는 지적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까지 해야 했다.

한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 회사 대표는 "노이즈 마케팅은 연예계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기획사에서 이슈를 만든 뒤,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만드는 것이 기본 패턴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상품에 흠집이 날 것을 걱정한다면 절대 할 수 없지만, 효과만 놓고 봤을 때는 탁월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지도 측면에서는 효과가 크다. '욱일승천기''전범기' 등 민감한 사안을 끌어와도, 화제를 낳을 뿐 논란은 금세 사그라든다. 특히 10대 팬들을 상대로 할 때는 논란에 대한 걱정보다는 효과에 집중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사진=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빅스 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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