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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중남미 강타 "브라질 학부모도 K-POP에 열광"

입력 2013-04-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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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중남미 강타 "브라질 학부모도 K-POP에 열광"


K-POP을 앞세운 한류가 중남미 국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아직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욘사마 열풍을 몰고온 배용준의 인기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빠르고 강렬하게 전파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던 초기 일본 한류와 비교했을 때 연령층이 젊다는 게 긍정적이다. 10~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때 아시아를 넘어서는 두 번째 한류 시장이 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K-POP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한국에서 온 가수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K-POP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한글과 음식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은 어느 정도이며 또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K-POP의 오늘을 진단했다.


▶상상 초월하는 인기…대기업도 못한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

브라질에서의 K-POP 인기는 대단했다. 21일 상파울로에서 열린, 슈퍼주니어 단독 콘서트에는 8000여명의 팬들이 몰렸다.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돼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도 많았다. 열기 또한 뜨거웠다. 현지 팬들이 슈퍼주니어의 히트곡을 모두 한국어로 따라불렀다. 안무까지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 관객들이 많았다. 한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한국 문화 페스티벌의 성격까지 띄게 된 셈이다.

당일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주상파울루 총영사관 박상식(55) 총영사는 남미 내 K-POP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그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3년간 일반 영사로 있다가, 18년 만에 총영사로 부임했다. 다시 돌아와 보니 브라질 국민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K-POP 덕분에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어 크게 놀랐다며 웃었다.

한류, 중남미 강타 "브라질 학부모도 K-POP에 열광"


그는 "K-POP은 북한의 위협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최근 북한 문제로 한국정세가 좋지 않아, 한국정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UN이 선정한 환경생태도시 쿠리티바에 다녀왔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이 먼저 '아무문제가 없지 않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 알고 보니 그곳에서도 브라질에 슈퍼주니어가 온다는 것을 알더라. '슈퍼주니어가 브라질에 올 정도면 한국은 아무 이상이 없지않냐'는 말이었다"라고 한류의 인기를 전했다.

최근 한류는 브라질 사회를 깊숙하게 파고들고있다. 박 총영사는 "K-POP이 대히트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 배우기로 이어졌다. 올 초에는 브라질 대학에 한국어과도 개설됐다. 총영사관에서는 올해 8월 문화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이 스시 등 음식으로 브라질을 초토화시켰다면, 한국의 주력 무기는 K-POP이 됐다. 과거 김치를 알리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썼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K-POP으로 인해 브라질 국민들이 우리의 음식부터 문화까지 모든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CD 한 장에 10만원…음반 유통도 되지 않는 열악한 구조

한류, 중남미 강타 "브라질 학부모도 K-POP에 열광"
브라질 교민 나탈리아 박(26) 씨는 4년 전 브라질에서 K-POP 사이트 '사랑인가요'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만 30여명에 달하고 일평균 9000여건에 달하는 K-POP 관련 글이 올라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는 "현재 브라질 젊은이 10명 중 4명 정도는 K-POP을 좋아한다. K-POP을 좋아하면 한국 문화를 전부 사랑하게 된다. 한국에만 있는 언니·오빠·선후배 문화까지 호기심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놀라운 사실은 브라질 학부모도 K-POP을 사랑하고 응원한다는 점이다.

박 씨는 "브라질에서는 13~14세 정도만 되면 마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K-POP을 들으며 춤을 추는 것으로 마약을 대신한다. 브라질 학부모들이 K-POP을 좋아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높은 음반 가격 등 K-POP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나탈리아 박은 "브라질에서는 한국 음반이 한국 돈으로 10만원 이상에 팔린다. 그래도 사는 친구들이 있지만 소수다. 음반 유통이 정상화돼 싼 가격에 공급된다면 K-POP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 질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파울로 시내에는 K-POP 음반을 취급하는 레코드숍이 단 하나 뿐이다. 뜨거운 K-POP 열기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 비치된 상품도 정상적인 루트로 수입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보따리상에 의해 물건이 들어와 CD 한 장에 10만원이 넘는 상식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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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K-POP 음반을 취급하는 대형 서적 리브레리아 콜투라의 점원 에리끼(28) 씨는 "K-POP CD는 1년 전부터 비치됐다. 하지만 워낙 고가이다 보니, 한 달에 30여장만 판매된다. 브라질 노동 최저 임금이 320달러 수준인데, CD 가격이 최저 임금의 삼분의 일이나 된다"고 전했다.

거리 등의 문제로 아시아권에 비해 남미 공연이 현저히 적게 열린다는 점도 아쉽다. 아직까지는 공연 투자비용이 커, 큰 수입을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이 한류 산업에 지갑을 닫아 놓았다는 점도 아쉽다.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지를 굳힌 만큼, 한국 기업으로 알려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박 총영사는 "아쉬운 이야기지만 현대·삼성·LG 등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이곳에서 '코리아'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지는 못했다. 대기업도 못한 일을 K-POP 산업이 해 낸 것이다. 오히려 K-POP 붐이 현지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식을 좋게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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