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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 외국인 소행' 인식 깨져 … 혼란에 빠진 미국

입력 2013-04-23 00:39 수정 2013-04-23 15:31

미 시민권자의 범행 파장
지금까지는 해외에서만 적 찾아
내부 자생 테러에 대한 대응 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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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민권자의 범행 파장
지금까지는 해외에서만 적 찾아
내부 자생 테러에 대한 대응 둔감

'테러 = 외국인 소행' 인식 깨져 … 혼란에 빠진 미국21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마라톤 테러 현장 주변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구역에서 두 살배기 아이가 무릎을 꿇고 있다. [보스턴 로이터=뉴시스]

보스턴마라톤 테러 용의자가 체첸계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 형제(형의 시민권은 심사 유보)로 밝혀지면서 미국 내 자생적 테러리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외국인, 특히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에 대비하느라 정신이 팔려 자국 내 테러리스트의 활동에 무관심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영국은 집안 단속에 성공한 반면, 미국은 남의 탓을 하느라 자생적 테러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테러 = 외국인 소행' 인식 깨져 … 혼란에 빠진 미국
 FT에 따르면 영국은 2005년 7월 52명이 숨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를 겪은 뒤 '테러 예방 정책'에 집중했다. 특히 무슬림 공동체나 단체와 협력해 이들이 영국 시민권자로서 정착할 수 있게 노력했다. 테러로 연결될 수 있는 500~600건의 개별 사건에 선제 개입해 사회적 분노가 폭력으로 표출되지 않게 했다. 덕분에 현재까지 8년간 심각한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강력한 반테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자국 영토에서 싹튼 지하디즘(jihadism, 성전(聖戰)을 주창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에는 둔감하다고 FT는 지적했다. 테러 전문가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교수는 "미국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외부 세력이나 해외 테러리스트에 의해 발생한다고 믿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선제 대처가 늦은 이유로 인구 비율 차이도 지적했다. 미국 내 무슬림은 전체 인구의 0.8%에 불과해 영국(4.6%)에 비해 훨씬 적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서 테러는 대체로 '외국인, 특히 이슬람 광신도의 미국인 대량 살상'을 뜻했다. 이러다 보니 버락 오바마 대통령마저 이번 보스턴 폭발 사고를 테러로 규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보좌관은 오바마가 첫 성명에서 테러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단어가 9·11 이후 다른 의미를 띠게 됐기 때문"(MSNBC 인터뷰)이라고 말했다. 누가 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을 연상시키는 용어를 자제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역 신문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지난 17일자 사설에서 "누가 했든 공공장소에서 대량 살상을 기도했다면 정치적 동기가 있든 없든 테러"라고 강조했다. '유일하게 안전한 가설:이것은 테러다'가 이 사설의 제목이다.

 오바마가 테러 규정을 주저하면서 비판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텍사스 포트후드 군 기지에서 벌어진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의 총기 난사 사건(13명 사망, 30여 명 부상) 때도 테러라고 일컫지 않아 비판이 일었다.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아랍계 2세 하산은 범행 직전 알카에다와 접촉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오바마는 보스턴 관련 두 번째 성명에선 "무고한 민간인을 타깃으로 하는 폭탄 투척은 테러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 내에서 내부 테러에 대한 경계론이 흐릿한 것도 문제다. 군사 전문지 스트랫포는 '테러리즘의 종말이라는 신화'라는 글에서 냉전시대가 끝난 후 글로벌 지하디즘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아마추어 '자생적 전사'들이 늘어난 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군사 분석기관 IHS제인의 발렌티나 소리아는 "차르나예프 형제가 해외 단체와 연계됐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 정부가 자생적 테러 예방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논란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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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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