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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한 팀 제작비 '정말 30억 들까?'

입력 2013-03-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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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한 팀 키우는데 30억원?'
아이돌 그룹 블락비와 소속사 스타덤엔터테인먼트가 전속계약 분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 그룹의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블락비 멤버들이 수입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소속사는 '블락비가 활동한 1년 반 동안 약 30억원을 지출했다'고 맞섰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손익분기점(직접 경비 변제)을 넘긴 이후부터 정산이 이뤄지게 돼있다. 지출 비용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30억원은 너무 큰 돈'이라며 의심하는 네티즌도 있는 반면, '30억원도 적을 수 있다'는 가요 관계자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데뷔해 활동 중인 5인 남성 아이돌 그룹 A팀의 지출 내역을 통해 '30억원의 진실'을 알아봤다.

▶대체 얼마가 들길래.

최근 데뷔한 A그룹의 매니저는 '미니멈 15억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5인조에 연습생 기간을 2년, 활동 기간을 1년으로 잡았을 때의 비용이다. 물론 가요 기획사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지출 비용차는 천지 차이다. 스타덤엔터테인트의 주장(직접 경비 15억원, 총 경비 30억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란 이야기다.

지출 비용은 크게 데뷔 전·후로 나눌 수 있다. 데뷔 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비용은 레슨비. 보컬·댄스·영어·일어·연기 수업을 받는데 총 1500여만원(한달 기준)의 돈이 든다. 3년으로 환산하면 레슨비만 약 5억4000만원에 달한다. 두 번째 비용은 생활 잡비다. 월세인 경우 약 200만원(아파트 기준·세금 포함)이 든다. 3년이면 7200만원이다.

식비 또한 만만치 않다. 적게 잡아도 한 달에 200만원(5인 기준), 3년 이면 역시 7200만원이다. 피부 및 체형관리비도 크다. 헬스는 월급제의 개인 트레이너가 붙는다. 3년에 1억여만원 정도의 돈이 든다. 피부의 경우 연습생일 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관리를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역시 한 달에 300만원, 3년이면 1억원선이다. 여기까지만 합산해도 총 9억원의 돈이다.

본격적으로 팀이 꾸려지고 앨범이 기획되면 거액의 돈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먼저 녹음·믹싱·스튜디오 비용을 합산한 곡 비용은 6000~8000만원(미니앨범 기준) 정도다. 뮤직비디오 비용은 천차만별.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든다. 재킷 촬영 비용도 1000만원 추가다. 스타일리스트 비용은 한 달에 1000만원선, 헤어숍은 6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안무비는 A급의 경우 1000만원, 의상 제작비는 6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홍보비용이 추가된다. 온라인 프로모션 비용 1000만원 포함, 6000만원(두 달 기준) 정도의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산 금액은 3억4600만원이다. 1년에 두 번 활동을 한다고 계산하면 7억원에 가까운 돈이다. 데뷔 전 후의 총 지출 비용을 합하면 15억원이 넘어간다. A그룹의 매니저가 밝힌 미니멈 15억원에서도 +α가 된다. 여기에 유류비·직원 월급 등 간접 경비를 포함시키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A그룹이 5인조인데 비해, 블락비는 7인조다. 스타덤이 주장한 '1년반 활동에 지출 30억원'이 과도한 주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손익분기점 돌파 가능한가.

보편적으로 투자비용에 대한 변제 의무는 가수들에게 있다. 실질적으로 데뷔 1~2년차에 이 돈을 값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인기가 정상권에 근접한 3~4년차나 되서야 큰돈을 만질 수 있다. 과거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계약 말미 정산을 두고 소속사와의 관계에 잡음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2009년 표준계약서가 나오면서 계약도 투명해지고 있다. 직접 경비를 제한 다음 소속사와 가수가 수익금을 분배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분쟁도 크게 줄었다. 소속사와 가수들 간에 감정이 상하지 않기 위해 정산도 주기적으로 한다. A그룹 매니저는 "1년에 두 번 정도는 멤버들과 정산하면서 대차대조표를 보여준다. 보통 마이너스가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줄 돈이 없다는 것을 가수들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이번 달도 마이너스니 한 푼도 못줘'라는 식은 아니다. 기획사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매달 용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락비의 경우 직접 경비가 변제된 상황이 아니지만 2억8000여 만원의 정산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요 관계자는 "가수들이 정산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보니 마찰이 생긴다. 소속사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가수들과 대차대조표를 비교해가며 정산을 해둬야 뒷말이 없다. 스타덤의 경우는 돈을 주고도 욕을 먹은 셈이지만, 표준계약서를 사용했지는 등도 살펴봐야한다"고 밝혔다. 한 중견 가요 기획사 대표는 "연습생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큰돈이 든다. 사실상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잘 유지되지 못한다. 나 또한 최근에 소속돼 있던 연습생 20명을 한꺼번에 내보냈다"고 전했다.

아이돌 한 팀 제작비 '정말 30억 들까?'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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