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 매서운 추위에 42미터 높이의 아파트 굴뚝에서 새해를 맞으며 고공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비원이 있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안태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제 뒤로 보이는 것은 예전 중앙난방시스템 때 사용하던 아파트 15층 높이의 굴뚝인데요.
현재는 지역난방시스템으로 바꿔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굴뚝 중간쯤 높이엔 난간이 있는데 그 곳에 경비원 민 씨와 민주노총 관계자가 올라가 있습니다.
민 씨가 굴뚝 시위에 들어간 건 지난달 31일.
새해를 맞은 데 이어, 오늘로 벌써 사흘째입니다.
굴뚝 시위는 아파트 경비 업체가 민 씨를 비롯한 경비원 14명을 해고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지난해 3월 입주자 대표회의가 "연로한 경비원이 너무 많다"며 젊은 경비원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자 아파트 경비 업체 측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4명을 해고하고, 민 씨 등 10명은 근무태만 등을 들어 해고했습니다.
[경비용역업체 관계자 : (자명종을) 저녁 12시에 맞춰놔야할 것을 낮 12시에 맞춰놓고 자서 못깼어요. 형광등 만지는 게 아니라 형광등에 신문지를 감아 놓은 것입니다. 자야되는데 불빛이 너무 밝아서 잠을 못자니까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부당해고라고 반발합니다.
특히 민 씨는 자정에 도는 순찰을 딱 한번 깜빡했는데 그때 쓴 시말서가 해고 사유가 됐다고 주장합니다.
[김영달/해고 경비원 동료 : 큰 사건이 아닌 시말서 작성으로 해고된 것은 처음입니다. 아침부터 나와 봉사만 합니다. 무조건 '예'밖에 없습니다.]
[도춘석/변호사 : 사회적 약자거든요. 법 논리나 계약보다 우선해서 연세 들어 열악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
민 씨는 해고 인원을 전부 복직시키기 전까진 내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타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