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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도란도란 32. 왕자의 말수레를 부숴버린 문지기

입력 2012-10-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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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 왕이 태자를 궁으로 불렀다. 당시 초나라 법에 의하면 내궁 안까지 말수레를 타고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큰 비가 내려 뜰 안이 물에 잠겼기 때문에 태자는 어쩔 수 없이 안 뜰까지 수레를 몰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정리라는 문지기가 앞을 가로막았다.
"말수레를 내궁까지 몰고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태자의 행동은 위법입니다."

도끼눈을 뜬 태자가 되받아쳤다.
"부왕께서 빨리 들어오라고 분부하셨기 때문에 고인 물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태자가 말에 채찍을 먹이며 그대로 몰고 들어갔다. 그러자 문지기는 창으로 말 머리를 내리쳐 길을 막고 도끼를 휘둘러 수레를 부숴버렸다. 진흙탕에 내동댕이쳐진 태자가 부왕에게 울며 달려가 호소했다.

"뜰 안에 물이 차서 할 수 없이 수레를 몰고 내궁까지 들어온 것인데, 말단 문지기가 위법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창으로 말을 치고 수레를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부디 처벌해 주십시오."

아들의 말을 들은 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자기 앞에 늙은 상감이 있는데도 법을 무시한 태자를 용서하려 들지 않고, 뒤에 있는 자가 젊은 태자인데도 이에 기대어 훗날의 이익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그 문지기야 말로 진실로 법을 지키는 충신이로다."

왕은 문지기를 두 계급 특진시켜 관리로 임명하고, 태자의 잘못을 엄하게 훈계했다.

《한비자(韓非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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