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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방위서 드러난 '박종우 사건'의 문제점

입력 2012-08-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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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방위서 드러난 '박종우 사건'의 문제점


양파 같다. 까면 깔수록 새로운 속살이 나온다.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리스트 박종우(23·부산)의 '독도 세리머니' 관련 대응방식을 두고 체육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박종우의 행동에 대해 일본축구협회에 저자세로 해명한 이메일이 17일 공개되자(본지 단독보도)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에 이날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긴급 현안보고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및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 단체장과 함께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 등 실무자들이 출석했다.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한국 스포츠외교의 처참한 현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이메일은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것으로, 축구협회 국제국에서 작성됐다. 공개된 이메일 사본을 보면 조 회장의 사인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조차 조 회장이 직접 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 이후 시상식 및 귀국 환영회 등 모든 공식 행사에 불참한 근거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의문 투성이다.


◇조중연 회장의 서명은 도장?

김주성 사무총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갔다가 17일 오후 귀국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문방위에 출석했다. 그는 "일본축구협회에 발송한 메일의 결정권자는 나다. 조중연 회장에겐 메일 발송 이후 별도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종우 해프닝과 관련해 일본축구협회의 감정적인 대응을 방지하기 위해 일본축구협회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내가 협회 국제국에 의뢰해 내용을 작성했고, 직접 검토한 뒤 발송했다"는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공문에 선명히 들어간 조 회장의 서명이 문제가 됐다. 회장 서명이 들어간 메일을 발송한 뒤에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게 앞뒤가 안 맞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회장의 서명이 들어가는 문서를 사무총장이 임의로 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상사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내가 보낸 것이 맞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조 회장은 "국제국에는 사인방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조 회장이 아니더라도 도장을 찍어서 회장 사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김 총장의 말대로 조 회장에게 이메일 내용을 보고하지도 않은 채 사인 도장을 찍어 발송했다면 축구협회의 심각한 행정력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반대로 조 회장이 직접 사인을 한 것이라면 축구협회가 수장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박종우 '메달 박탈 위기론' 실체 있나

조 회장은 일본에 '굴욕 이메일'을 발송한 이유를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메달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박종우를 구제하기 위해서였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근거로는 1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축구 시상식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한체육회 측에 박종우의 시상식 불참을 권고했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메달 박탈 위기'의 실체가 의심스럽다. 증인석에 출석한 체육회 관계자는 "남자축구 시상식을 앞두고 일본계 미국인인 IOC 연락관으로부터 '시상식에 박종우가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원회가 동메달을 17개(최종엔트리는 18명)만 준비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IOC가 박종우의 메달을 박탈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시상식에 박종우가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IOC 연락관은 메달 박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인지 묻는 질문에는 체육회 관계자 누구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박종우가 FIFA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건 맞지만, 이 사실이 곧 메달 수여 취소를 의미하진 않는다. 그런데 체육회와 축구협회는 IOC의 시상식 불참 권고를 순순히 따랐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축구 선수단 전체의 메달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에 박종우를 참석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메달이 박탈될 수도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한국이 과잉대응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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